▲김태우
11일 ‘서울판 화성연쇄 살인사건’ 용의자가 검거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관악, 구로, 동작, 영등포구 등 서울의 서남부권을 중심으로 비 오는 목요일만을 골라 살인을 저지른 용의자가 잡힌 것이다.
2, 4, 5, 6월에 각각 저질러진 살인사건은 서남부권의 시민을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언론은 연쇄 살인사건일 가능성을 제시해 시민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지만, 경찰은 사건 현장의 정황으로 판단할 때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살인사건들은 모두 ‘무동기 범죄’, 일명 ‘묻지마 범죄’이다. 일반적인 살인사건은 범죄 동기가 분명하고, 피해자와 범인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실하다. 이에 반해 무동기 범죄는 범죄동기가 명확하지 않고, 우발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그 누구라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달 전쯤, 남부순환도로에서 강남방면으로 차를 몰아 집으로 가고 있었다. 막 자정을 넘긴 시각이었지만 아직 도시는 잠들지 않고 있었다. 신호를 받아 차를 몰고 나가는데 4차선 도로 한가운데로 한 여자가 뛰어들었다.
나는 브레이크를 밟았고, 차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정지했다. 여자는 운전석 쪽으로 다가왔는데 한 눈에 보아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여자의 머리 상태는 엉망이었고 얼굴은 눈물범벅이었고 두 눈은 잔뜩 공포에 질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