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박철
“은빈아! 너 방 그만 좀 어질러라. 어질러 놓았으면 치울 줄도 알아야지.”
내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무 대꾸가 없습니다. 이 녀석이 화장실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문을 열어 보았더니 화장실 거울 앞에서 머리에 물을 찍어 바르고는 멋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좌우로 움직여 가면서 똥폼(?)을 잡는데 자기 딴에는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습니다.
요즘 은빈이가 거울을 자주 봅니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에는 옷과의 전쟁입니다. 은빈이가 좋아하는 옷은 주로 짧은 치마입니다.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펄쩍 뛰면서도 요즘 들어서 부쩍 모양을 냅니다. 어느 때는 아내 화장품을 찍어 바르기도 합니다.
내 얘기를 들은 척 만 척 하고 있는 은빈이게 화장실 문을 연 채로 말했습니다.
“은빈아! 너는 만날 남자애들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멋은 부릴 줄 알면서 자기 방 하나 치울 줄 모르냐?”
그랬더니 은빈이는 입이 비쭉 나와서 나를 쳐다보며 말합니다.
“아빠! 아빠 진짜 우리 아빠 맞아요? 그리고 아빠는 내가 중요해요 방이 중요해요? 아빠는 나보다 방이 더 중요하지요?”
오늘은 은빈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여름방학을 하는 날입니다. 은빈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노래를 크게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듣는 노래였습니다. 오늘부터 방학이라고 신이 난 모양입니다. 아내가 은빈이에게 묻습니다.
“은빈아! 너 지금 부르는 노래가 무슨 노래냐?”
“응, 쥬얼리 노래야.”
“야, 초등학생이 동요나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불러야지 어른들 노래를 부르냐? 그 노래 처음 듣는 노래인데 누구한테 배웠니?”
“쉬워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 몇 번 따라하면 금방 배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