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주자 박근혜 전 대표 가장 유리”

[인터뷰] 홍문종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박정희 향수 무시 못할 것"

등록 2004.07.18 14:44수정 2004.07.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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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한나라당 ‘빅3’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박정희 향수’는 큰 힘으로 작용, 그의 능력과 관계없이 그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박정의 향수’는 그에게 한계 내지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홍문종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표를 이렇게 평가해 눈길을 끈다. 홍 위원장은 차기 당내 대권 주자와 관련, “2007년 우리 국민들이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가가 중요하다”며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박 전 대표가 다른 사람보다 대통령 후보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의 아버지가 일본군 장교 출신이었다든지, 독재를 18년간 했다든지, 유신헌법을 만들었다든지 하는 문제가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홍 위원장은 “이명박 서울시장은 돈키호테형, 손학규 경기지사는 햄릿형”이라고 전제한 후 “이 시장은 일은 열심히 하는데 그 열심이 문제다. 자신의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일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지사에 대해서는 “이회창 전 총재보다 플러스 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단점들도 대부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위 당내 ‘빅3’에 대한 홍 위원장의 이같은 분석은 그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구를 거느린 경기도당 위원장의 위치라는 점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홍문종 경기도당위원장과의 일문일답.

a 홍문종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

홍문종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 ⓒ 홍문종 의원 측 제공

- 이번에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 그러나 원내가 아닌 원외에서 도당위원장이 된 것을 이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원장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나라당은 야당이다. 더구나 경기도 지역구 35개가 여당 몫이고 우리 한나라당은 14석 밖에 안 된다. 말하자면 한나라당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굉장히 줄어든 거다. 그러다보니 소외 받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우리도 아직 존재한다’라며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경기도나 중앙당에는 물론, 주요 법률 입법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할 사람들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이에 적합한 당사자로 지목된 것 같다."


- 적합하다는 게 ‘의사전달 창구’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어떤 점이 부각 됐는가?
"원외나 당내 채널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를 당내에 전달하는 창구가 절실하다. 나는 국회의원을 두 번한 사람으로서 채널이 구축돼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에서 모나지 않게 인간관계를 잘 해온 것도 장점이다.

특히 17대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출마했는데 역대 도당위원장 중에 내가 최연소다. 이것은 그들의 의견을 누구보다 잘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모니터를 해봤더니 젊기 때문에 추진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반면 한나라당에는 구세대에 해당하는 분들이 다른 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따라서 이들 양 세대 사이를 적절히 조절하는 조정자가 필요하지 않았겠는가."

- 민주노동당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면서 중심이 약간 좌로 이동이 됐는데 홍 위원장 자신은 어떻다고 보는가.
"사람들이 점진 보수, 개혁 보수, 중도 보수라고 하는데 나는 보수에 가깝다고 본다. 사안에 따라서는 굉장히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열린우리당이나 심지어 민노당이나, 과거에 민노당 성향의 사람들까지 많이 도와줄 정도였다. 그러나 전반적인 정치 성향을 따진다면 중도 보수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지금 서울시당과 경기도당의 목소리가 다르다. 서울시당의 박성범 전 위원장은 공천권을 시·도당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홍 위원장은 중앙당에서 심사위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이처럼 각각 목소리가 다른 것인가.
"당위성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고, 단지 현실적인 부분을 말한 것이었다. 당위성은 앞으로 당연히 가야할 방향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5년 후나 10년 후, 혹은 다음 전당대회 이후의 문제다.

내가 보기에는 경기도당 문제를 중앙당에서 잘 알리도 없고 또 어떤 면에서, 한나라당 같은 경우는 솔직히 영남 위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 성향의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 성향 때문에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계속 참패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양자간의 딜레마를 잘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좀 미안하지만 ‘경기도 한나라당’이라는 특수한 카테고리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기도에서 한나라당이 더 융성할 수 있을 거다.

내가 보기에는 큰 테두리 한나라당이란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은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지역 특수성을 감안해 경기도는 도당, 서울시는 시당에 공천권을 넘겨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중앙당은 대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도당이나 시당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 정치개혁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자꾸 중앙에서 월권하는 것이다. 시시콜콜하게 시·도당에서 할 수 있는 도의원 공천권까지 사인하는 것은 문제다."

- 최근 부상하고 있는 ‘경기분도론’과 관련, 남부와 북부지역간의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중간자의 역할을 해낼 지 궁금하다.
"경기북도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더 시급한 현안이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가시적으로 거론이 안 됐을 때는 사람들이 다들 그게 가능하겠느냐며 회의적이었다. 돈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가고 사실 천도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후보 예정지가 발표되는 등 움직임이 빨라지니 압박감을 느끼는 거다. 내가 보기에 만약 행정수도가 건설된다면 경기북부지역은 완전히 얼어 죽을(?) 판이다. 그나마 수도권 주변이라고 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건데 참 어렵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북쪽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더 관심을 갖자’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행정수도 문제에 대해서 신경을 쓴 다음에야 분도 문제를 논하는 것이 옳겠다. 손학규 도지사도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 한나라당이 법안을 통과시켜 놓고 이제 와서 반대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16대 때 한나라당 충청도 의원들이 이 법안이 통과가 안 되면 아예 출마조차 못 한다고 아우성이었다. 또 그것이 옮기자는 것이 아니고 단지 논의를 하자는 것이니 해달라고 한 거였다. 나는 그 때 반대자로서 투표도 안 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투표했던 것이 결국 자기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만 것이다.

사실 박 대표가 얼마전 '죄송하다'고 말한 정도 가지고는 문제가 다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경기도나 서울이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멍석은 깔아 놓았다는 판단이다. 명분이 생긴 것이다."

- 한나라당 내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누가 유력하다고 보는가.
"그것은 솔직히 말해서 속단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누가 됐으면 좋겠다'와 '누가 될 가능성이 높은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근데 내가 보기에는 지금 현재로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다른 사람보다 높다고 본다. 왜냐하면 지금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데, 때문에 국민들은 경제를 살렸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 젖어들고 있다.

그런 부분이 박근혜라는 본인의 능력과 관계없이 그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게 굉장히 큰 장점이다. 하지만 역으로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한계 내지는 족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버지가 일본군 장교 출신이었다든지, 아니면 독재를 18년 동안 했다든지, 유신헌법을 만들었다든지 하는 이런 것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 말을 들어보면 홍 위원장은 소위 ‘빅3’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가장 유력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맞는가.
"2007년에 우리 국민들이 어떤 대통령을 원할 것인가. 그게 굉장히 중요한 거다. 경제가 어느 정도 나빠질 것인가,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 시장이 지금 곤경에 처해 있는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중요한 관건이다. 이 시장은 ‘돈키호테 형’이고, 손 지사는 ‘햄릿 형’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보기 손 지사는 이회창 전 총재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들을 대부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둘 다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출신인데다 굉장히 잰틀맨이기는 하지만 자기 식구에 대한 배려 부분은 적다는 평가다. 다만 손 지사는 정치적인 이미지에서 정치인 이회창 후보보다 플러스적인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시장보다도 손 지사가 여유 있는 편이다."

- 차기 유력 대권주자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가신이라는 올인 그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들이 망한 것도 결국 그 가신들 때문이었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정치라는 것은 사람을 세울 때 필요한 사람이 있고, 사람을 통치할 때 필요한 사람이 따로 있다. 이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세울 때 필요로 했던 사람들은 자기가 세운 사람에 대해서 막연하나마 ‘난 아무 기대 없이 저 사람 세우는데 일조하면 된다’고 말은 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 사람을 세우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올인했다면 뭔가 대가를 원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정치하는 사람들은 큰 정치인이거나 작은 정치인이거나 항상 외로운 거다. 외로운 상황을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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