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머독 소유의 언론사들News Corp.
미국의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은 뉴스의 상품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상업언론의 선구자였다. 호주에서 태어난 그는 신문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언론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그에게 언론은 사회적 공익을 실천하는 도구라기보다는 지속적 부가가치를 보장하는 '잘 팔리는' 상품의 하나였을 뿐이다.
애초에 호주와 영국의 신문사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던 머독은 미국의 거대한 언론시장에 매력을 갖게 되면서 매체의 종류를 다각화 하기 시작했고, 이로써 신문, 잡지, 출판, 영화, 텔레비전, 케이블, 위성방송, 인터넷 등 가능한 모든 매체를 손에 넣게 되었다. 머독은 사업분야뿐 아니라 미디어 영향력의 범위도 지속적으로 넓혀감으로써 유럽과 북미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 미치는 거대한 미디어망을 건설했다.
머독은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으로부터 중국의 텔레비전방송과 미국의 위성방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권에 다양한 매체를 소유하고 있지만, 그의 경영철학은 지역을 막론하고 모두 동일하다. '팔릴만한' 미디어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선정성과 보수성을 축으로 건설된 머독의 미디어 제국은 끊임없는 비난에 직면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윤추구'라는 상업언론 본래의 목적에는 더 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제 몫을 해냈다.
그가 1985년 호주국적을 버리고 미국시민권을 얻은 것은 여러 모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주된 이유는 미국 방송네트워크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외국인들에게 가해지는 미디어 소유제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이었으나, 철저하게 상업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언론환경은 그에게는 이미 고향 이상으로 친숙한 곳이었다. 처음부터 언론을 이윤추구의 장으로 개척해 왔다는 점에서 그는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인' 루퍼트 머독의 신념체계는 그의 경영방식 뿐 아니라 정치의식에도 드러난다. '미국적 가치'를 표방하는 보수정당인 공화당을 지지하는 그는 부시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후원한 사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물론 누구나 나름의 인식과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고, 언론사 사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문제는 그의 가치관과 정치의식이 개인의 신념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업언론의 '저널리즘과의 전쟁'
2003년 3월, 미국 부시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공습을 결정했을 때, 머독 소유의 뉴스채널 '폭스뉴스'는 바그다드의 모습을 계속적으로 보여주며 공습을 기다리는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굉음과 화염이 도시를 덮기 시작했을 때, 폭스뉴스는 이 장면을 경쾌한 배경음악에 실어 내보냈다.
물론 머독 소유의 매체들이 부시행정부에 애정을 과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머독의 방송네트워크인 폭스채널에서는 2000년 대선 당시 개표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부시 승리'를 선언한 바 있으며, 이번에 말썽이 된 일간지 <뉴욕포스트>는 대법원의 결정이 있기도 전에 '부시 대통령'을 1면 기사로 내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