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비 허위작성해 교장에게 돈 줬다"

[의정부 Y고 수업 거부 9일째] 교감, '학교 부당행위' 폭로

등록 2004.07.21 15:05수정 2004.07.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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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편집 7월 24일 오후 1시 45분

20일 오전에 열린 Y고 교감 전기동씨와 교사 유탁희씨의 양심선언 기자회견
20일 오전에 열린 Y고 교감 전기동씨와 교사 유탁희씨의 양심선언 기자회견박성필
열악한 교육환경에 항의하며 9일째 '학교운영 투명화'와 '학교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의정부 Y고등학교의 학내소요 사태가 이 학교의 교감 및 교사의 폭로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Y고 안아무개(80) 교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교사 유탁희(42)씨와 교감 전기동(47)씨는 20일 11시 '양심선언'을 통해 안 교장의 학교운영비 유용 및 부당행위 사례를 폭로했다.

전기동 교감과 유탁희 교사는 올 학내분규가 시작된 6월 14일부터 '교사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등 안 교장 및 재단측에 맞서왔으나 학교측의 부당사례를 구체적으로 폭로하지는 않았다. 전 교감 등은 "학교의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노력해왔으나 경기도 교육청의 특별감사가 너무 형식적이고, 결과를 신뢰할 수 없어 양심선언을 하게 됐다"고 학교측의 부당사례를 폭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전 교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위로 학교운영비 지출 결의서를 작성하게 해 업체에 입금을 시키고 내 통장으로 다시 환불을 받아 교장에게 전달했다"며 "짧은 충정심으로 안타까운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이와함께 본인 명의의 통장 사본 4매를 공개했다.

전기동씨가 공개한 통장사본 .
전기동씨가 공개한 통장사본 .
공개된 통장 사본에는 학교와 거래하는 업체의 박아무개씨로부터 2001년 1월 3백만원 등 이듬해 5월까지 총 3회에 걸쳐 450여 만원을 환불받은 내역이 드러나있다.

또 전씨는 "6개월 동안 교장의 기사 노릇을 하느라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피해자는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유탁희씨의 자필 양심선언서.
유탁희씨의 자필 양심선언서.
이어 유탁희 교사는 안아무개 교장의 개인별장 및 사찰에 학교운영비가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개인별장 수리비, 개인사찰 공사비 등에 학교운영비 약 9천여만원이 유용되었다"는 것.

유씨는 2001년 제주도에 위치한 안 교장의 개인별장 수리비에 2천만원, 2002년 남양주에 위치한 교장의 개인사찰 옹벽공사에 1천만원, 2003년 개인사찰 도로공사에 5백만원, 수년간 개인별장의 작업에 3천여 만원의 학교운영비가 지출됐다며 위 내역을 기술한 자필 양심선언서 2매를 공개, 이같이 주장했다. 또 2002년 학교 공사비용 중 700만원, 2003년 학교건물 도색비 중 1천여만원이 유용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위 두 교사의 양심선언은 지난달부터 경기도 교육청이 이 학교에 대해 벌이고 있는 특별감사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이 내용이 특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학교를 방문한 재단이사와 사무국장의 출입을 봉쇄한 채 '교장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학교를 방문한 재단이사와 사무국장의 출입을 봉쇄한 채 '교장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박성필
이와 관련 재단 사무국장 허아무개씨는 "이미 감사를 받은 내용이다. 현재 특별감사가 종반에 왔는데 지적사항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허씨는 또 "학교장이 교사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며 "설립자인데 왜 그만 두라고 하는지 대화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대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전기동 교감을 비롯한 대책위는 "징계 등 엉뚱한 일을 꾸미기 때문에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밝힌 뒤 "교장의 말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교장 퇴진'이 문서로 먼저 약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동, 유탁희씨는 안 교장과 이아무개 행정실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검찰청 의정부지청에 접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안 교장이 전기동 교감을 '단체행동 주모'의 이유로 고발한 상태여서 자칫 학교문제가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강남 모 병원에 입원중인 것으로 알려진 안 교장은 16일 학부모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교장인 나와 이사장이 물러났을 때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음모"라고 학내분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나와 같은 교육철학과 사명감을 가진 사람에게 맡기고 물러나겠다"고 퇴임의사를 밝힌 바 있다.

21일 오전 Y고 학생들은 대의원회를 개최, 수업복귀를 논의했으나 학내정상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수업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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