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금감원장 퇴진 요구도..."

금감원 직원들 '체계 개편' 속앓이...내부갈등 터지나

등록 2004.07.22 17:58수정 2004.07.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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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혁신위 결과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이러다간 금감원장 퇴진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감사원이) 감독원을 마치 불법조직처럼 발표했는데도 조직의 수장이 왜 아무런 말도 못하느냐는 불만이 크다."

22일 금감원노조 한 관계자는 최근 감사원이 카드특감 결과로 내놓은 금융감독체계 개편 권고안에 대한 내부 조직원들의 불만을 이 같이 전했다. 지난 16일 감사원은 카드대란의 원인을 '시스템의 분산과 비효율성'으로 규정하고, 금감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금감원 내부의 반응은 당장 엇갈렸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특감 결과가 나온 후 곧바로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노조와 비대위는 "감사원이 금감원을 마치 지금까지 불법 행위를 해 온 것처럼 발표했다"며 격렬히 반발했다. 급기야 비대위는 지난 20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전윤철 감사원장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해 감사원과 금감원의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감독원을 마치 불법조직처럼 발표... 조직 수장 왜 말 못하나"

이처럼 금감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외부와의 마찰이 커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금감원 내부에서는 또 다른 갈등이 일어나는 중이다. 특히 노조와 비대위를 중심으로 '감사 결과 수용' 입장을 표명한 금감원 상층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노조 등의 불만은, 감사원 발표 결과에서 보듯 금감원 조직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상황인데도 원장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암묵적으로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22일 노조 관계자가 언급한 "금감원장 퇴진 요구"는 이정재 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상층부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까지 높아졌는지를 짐작케 하고 있다.


아울러 이 금감원장은 비대위의 대화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불신을 높이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18일 이 금감원장과의 대화를 요구했으나 나흘이 지난 22일 현재까지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감원 노사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이제는 등을 돌려야 할 시기가 오지 않았느냐는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파업 하려해도 국민여론 부담..."

한편 정부는 조만간 금감기구 개편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져 금감원 노조와 비대위를 긴장시키고 있다. 대통령 소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는 내주 중으로 금감기구 개편안을 확정, 청와대에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8월 초순부터 개편안을 둘러싼 관계부처의 물밑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혁신·지방분권위는 정부조직인 금감위 사무국을 전면 폐지하는 안에서부터 사무국 조직을 200명 수준으로 확대·강화하는 안까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민간 독립기구화'를 주장해 온 노조와 비대위는 만약 사무국 조직의 확대·강화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파업 등 총력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금감체계 개편안이 어떻게 확정되더라도 실제 금감원 노조가 머리띠를 묶고 나설 가능성은 매우 적다. 우선 개편안이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가 내주 후반 개편안을 청와대에 건의한다고 해도,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로 들어가려면 최소 50여일이 걸린다.

노조 관계자는 "금감체계 개편안은 아무리 빨라도 오는 9월 정기국회가 돼서야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각 당 의원들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분히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적 비난여론도 파업 투쟁에 나서는데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노조는 최악의 상황을 가장한 단체 행동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물론 금감원 노조가 개편안 확정을 위해 투쟁에 나선다면 명분은 충분히 세워지겠지만, 감독기관 직원들이 파업을 한다면 국민들이 곱게 보겠느냐"며 "파업에 나서고 싶어도,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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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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