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넷! 아빠가 만드는 뮤직 비디오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을 만드는 사람들

등록 2004.07.23 09:23수정 2004.07.2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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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자녀들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을 만드는 아비넷 회원들.

자녀들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을 만드는 아비넷 회원들. ⓒ 권윤영

아빠들이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이 있다면 무엇일까. 자녀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카메라 안에 고스란히, 그것도 음악과 함께 담아 선물한다면 그 감동과 기쁨은 배가 될 것이다. '캠코더를 가지고 사랑하는 자녀들을 담은 영상을 어떻게 하면 예쁘게 편집할 수 있을까'라는 아빠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시작된 사이트가 있다.


사이버 상에서도 따뜻함이 물씬 풍기는 아비넷(www.abee.net, '아빠가 만드는 뮤직비디오' 약칭: '아비')은 그 이름만으로도 정겹다.

"우리 아빠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두려 캠코더를 구입합니다. 하지만 찍어두기만 할뿐 그것을 보기 좋게 편집해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죠. 처음에는 매일 꺼내 보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장롱 속 깊숙한 곳에 처박아두기 일쑤였어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비넷 운영자 권세웅(40)씨가 생각해낸 것이 동영상을 뮤직비디오로 만드는 것. 노래 한 곡이 5분 내외이니 지루함도 없고, 컴퓨터에 저장해서 자주 꺼내어 볼 수 있는데다가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인터넷을 통해 멀리 있는 친지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였다. 그는 많은 아빠들에게 이런 방법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자 지난 2002년 3월 아비넷을 열었다.

a 때로는 함께 모여 영상에 대해 공부하기도 한다.

때로는 함께 모여 영상에 대해 공부하기도 한다. ⓒ 권윤영

몇 해 전만해도 일반인들이 동영상을 편집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캠코더의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동호회가 생겨났고 자연스레 같은 취미를 가진 아빠들이 모였다. 그곳에 그가 만든 아이들의 영상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제작방법에 대해 문의해 오는 등 반응이 좋았다. 권씨는 뜻을 같이하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프로그래머인 김명신(34)씨와 의기투합, 사이트를 만들었다.

아비넷은 회원제가 아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지 언제든지 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다른 사람의 제작방법을 공유하거나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도 있다. 일체의 상업적인 색을 배제하고 뜻을 같이하는 아빠들의 순수한 마음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것.


온라인을 통해서만 정보교류나 스터디를 하기에는 한계를 느껴 오프라인 모임도 병행하고 있다. 영상편집에 대한 기초부터 전문적인 편집방법, 캠코더 촬영방법 등 영상에 관한 모든 것을 스터디 형식으로 진행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문적인 시설이 갖춰진 교육장소가 없어 실습장비의 부족, 교육모임 장소 선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좋은 환경에서 함께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늘 갖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처음에는 영상편집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셨던 아빠들이 아비넷에 와서 배우고 연습한 후 첫영상 작품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답니다."


때로는 전국에 있는 아빠들로부터 격려메일을 받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데서 느끼는 기쁨에 견줄 바가 아니다. 아비넷의 원동력은 자녀들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아비넷을 통해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이 자녀의 모습을 캠코더로 찍고 컴퓨터로 편집하는 것을 아주 쉽게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많아 질 것이고 가정도 더욱 화목해지겠죠. 그것이 궁극적으로 아비넷이 바라는 마음입니다.”

“취미가 직업이 됐죠”

a 아비넷 운영자 권세웅씨.

아비넷 운영자 권세웅씨. ⓒ 권윤영

권세웅씨는 아비넷 운영과 동시에 캠코더 사용자 동호회 dv6mm.com에서 3년째 충청지부장을 하면서 교육모임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영상분야에서 특수편집을 하는 프리랜서이자 멀티미디어 산학협업강사 및 영상편집 강사로 일하고 있는 만큼 전문 분야를 살려 아비넷을 운영하고 있는 것.

하지만 뜻밖에도 그의 직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다. 5년 전 영상편집을 접한 후 취미가 직업이 될 정도로 영상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의 첫 촬영은 지금은 12살인 큰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 첫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습, 성장과정을 찍어두려고 시작한 후 동영상과 디지털 편집을 접하면서 영상편집의 재미에 푹 빠져들었고, 직업으로까지 삼게됐다.

a 그의 자녀들을 위해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은 행복 그 자체.

그의 자녀들을 위해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은 행복 그 자체. ⓒ 권윤영

처음 시작했을 때는 "캡쳐는 어떻게 하는 거지?", "프리미어가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거지?" 의문투성이었던 그가 많은 밤들을 하얗게 새워가며 책과 씨름하고 여기저기 인터넷동호회도 기웃거리기를 1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노하우를 쌓아온 그는 “영상편집을 시작하고부터는 방송국이 부럽지 않았을 정도”로 즐거움을 느꼈다.

지금까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뮤직비디오로 만든 작품이 25 편. 학예회나 운동회 등 학교생활이 좋은 촬영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그는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일상을 틈날 때마다 찍어둔다.

"일요일이면 아이들과 야외로 촬영소풍을 나갔어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처음에는 창피해하고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한번 두 번 찍다보니 어느새 연기자 뺨치더라고요. 어느 때는 자기들이 알아서 의상준비도 해가더라고요.”

오랜 시간 캠코더 촬영을 해오면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10여 년 전 캠코더가 생소하던 시절, 아이를 데리고 계룡산 동학사 계곡에 촬영을 갔는데 계곡 곳곳에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고스톱을 치던 아저씨들이 그의 어깨에 멘 카메라를 보고는 혼비백산, 얼굴을 가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모 방송국의 카메라 출동으로 오해해 생긴 재미난 에피소드.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일인 만큼 내년 즈음에는 아비넷에서 활동하는 아빠들의 작품을 모아서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작은 영상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제는 아빠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캠코더 촬영이나 영상 편집을 가르쳐 보고 싶습니다. 아빠와 함께하는 취미활동. 더욱 신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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