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포장마차, 더 이상 '낭만'은 없다

[주장]포장마차의 비위생적인 음식 조리와 환경오염 문제 심각

등록 2004.07.23 16:50수정 2004.07.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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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한때는 낭만과 젊음의 상징이기도 했다.

암울했던 70년대만 해도 동네 어귀의 손수레로 만든 작은 포장마차는 소시민이 막걸리 한 잔에 울분을 토로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고, 젊은이에게는 젊음과 낭만과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아련한 추억의 장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자동차 문화의 발달로 길거리의 거의 모든 포장마차가 차량을 이용한 대형포장마차로 변해가면서 옛날과 같은 낭만과 추억과는 거리가 먼 값 비싸고 비위생적인 유해업소나 다름없이 많은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먹을 음식이라면 이렇게 조리할 것인가?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는 법적으로 불법일 뿐 아니라 음식 조리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상수도와 전기가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공급되지 않는다.

조리를 하고 조리기구를 세척하는 물을 길러다 써야하는 노력이 뒤따라야하는 어려움이 있어 자연히 물을 아끼기 위해 세척 등에 사용하는 물을 재사용하는 횟수가 많아져 깨끗한 조리환경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포장마차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릇을 닦기 위한 행주가 담긴 행주통의 세척용 물은 과연 내가 먹을 음식이라면 이런 물에 식기를 씻어서 음식을 담아 내올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a 도로상 불법포장마차 단속현장에서 촬영한, 그릇을 닦고 헹구는 지저분한 물

도로상 불법포장마차 단속현장에서 촬영한, 그릇을 닦고 헹구는 지저분한 물 ⓒ 양동정

요즘의 포장마차는 대부분은 화물차량 적재함에 가스통과 가스레인지 등을 설치하여 주로 안주류 등의 음식을 조리하여 판매하고 있으나 활용 공간이 협소하고 위생 관념이 희박하여 이용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위생적인 조리판매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 것이다.

식용유를 넣고 안주를 튀기거나 볶는 조리에 사용하는 프라이팬 등은 세제로 닦아야 하는 어려움으로 한 번 쓴 후 닦지 않고 재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a 도로상 불법포장마차 단속현장에서 촬영한, 화물차 적재함에 설치한 음식 조리현장 사진

도로상 불법포장마차 단속현장에서 촬영한, 화물차 적재함에 설치한 음식 조리현장 사진 ⓒ 양동정

환경오염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길거리에 있는 대부분의 불법포장마차는 번화가에 있는 것도 있지만 주로 한적한 거리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포장마차는 불법이고 일시적인 영업이기 때문에 화장실과 하수구를 설치할 수 없어 이용객의 생리현상은 으슥한 곳에서 은밀히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더구나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는 아무 제재나 거리낌없이 대부분 하수구가 아닌 근처의 빗물받이에 버려 수질정화 시설을 거치지 않고 한강으로 바로 흘러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볼 때 악취와 한강수질오염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a 차량을 활용한 대형 포장마차

차량을 활용한 대형 포장마차 ⓒ 양동정

이래도 옛날의 추억을 생각하며 거리의 포장마차를 애용할 것인가?

요사이 방송드라마를 보면 실연을 당해도, 부모한테 야단을 맞아도 포장마차에 가서 앉아있는 장면을 자주 방영하는데 사회 공기라 할 수 있는 방송에서 불법적이고 비위생적인 이런 거리의 불법 포장마차를 이용하는 장면을 아무 여과 없이 방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때 기업형 포장마차와 서울시가 전쟁을 벌이듯이 했을 때 또한 일부 언론에서 생계형 노점과 포장마차는 별도 배려를 해야한다는 기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비위생적이고 비환경적이고 불법인 시설을 업주의 생계가 곤란하고 경기가 좋지 않다고 배려하는 것은 마치 조그만 상처에 소독을 하지 않아 큰 수술을 해야하는 결과까지 가는 우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런 실정인데도 포장마차에 낭만이 있고 철학이 있다는 몽상가적인 생각을 하며 계속 애용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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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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