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를 개조한 숙소 'botel'이다. - 습한 더위와 모기가 좀 괴로웠지만, 갑판위의 휴식공간은 근사했다. 간단한 취사도구도 갖추어져 있다.조미영
열차에 비해 버스는 상당히 불편하다. 비좁은 좌석에 갇혀 밤을 지새야 하는데 좌석 간격도 좁으니 옆 좌석에 어떤 덩치의 사람이 앉을까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치로 여겨질 때가 있다. 뜻밖의 사정으로 일정이 변경되어 도착한 낯선 곳에서 밤이 되도록 숙소를 구하지 못한다면 온갖 상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모텔' 간판은 눈을 씻고 봐도 없고 숙소를 찾아도 빈 방이 없다면 아무나 붙잡고 "헬프미"를 외치고 싶어진다. 이럴 때면 최후의 수단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고급 호텔을 찾는다.
대체로 비싼 호텔 방은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절약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밤이 늦은 관계로 내가 이 곳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할인을 요구하면 뜻밖의 행운을 얻기도 한다.
나는 거의 절반의 할인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런 비상시에 드디어 신용카드의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들어선 호텔 방에서는 본전이 생각나지 않게 잘 지내야 한다. 오랜만에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심신의 피로도 풀고, 밀린 빨래도 해서 히터 위에 널어놓는다. 그런 후에는 비치된 차나 커피를 한 잔 타서는 테이블에 앉아 그간 못 썼던 일기나 편지를 쓴다. 편지지나 편지봉투도 다 갖추어져 있으니 이를 사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