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교육권연대, 교육부와 7개항 합의

23일간의 단식농성 종료... "약속대로 하는 지 두고 볼 것"

등록 2004.07.27 13:18수정 2004.07.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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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교육차별에 항의하며 지난 5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7층 인권상담센터를 점거, 단식농성에 돌입한 장애인교육권연대(공동대표 윤종술)가 점거농성 23일만인 오늘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 종료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a 장애인교육권연대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인적자원부와의 합의를 바탕으로 농성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인적자원부와의 합의를 바탕으로 농성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 이철용

장애인교육권연대 윤종술 공동대표와 도경만 집행위원장은 장애인 교육차별의 심각성을 문제시하며 20여일간의 단식농성을 강행했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단식농성과 함께 매일 아침과 점심을 이용해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고, 저녁에는 시청앞과 인사동 등에서 거리선전전을 벌였다.

20여일간 강도 높은 단식농성, 수백 명 교사·부모 결의대회 개최

뿐만 아니라 지난 11일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주관으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장애인교육 차별 철폐 교사 결의대회"를 가진 바 있다. 이 집회에는 전국의 특수교사 300여 명이 참가해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교사들의 집회에 이어 지난 15일에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장애학생 부모들이 "장애인교육 차별철폐 학부모 결의대회"를 가진 바 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의 장애학생 학부모 500여 명이 폭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

a 지난 15일 오후 안병영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전격적으로 농성장을 방문했다.

지난 15일 오후 안병영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전격적으로 농성장을 방문했다. ⓒ 이철용

이러한 강도 높은 농성과 집회가 이어지자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지난 15일 저녁 전격적으로 농성장을 방문해 정부를 믿고 단식농성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안 교육부총리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특수교육발전종합계획(03∼07)'을 실태조사를 통해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제시하기도 했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안 교육부총리의 방문에 기대를 걸고 지난 17일 공식 질의서를 교육인적자원부에 발송했다. 그러나 20일 오후 교육인적자원부의 공식 답변서를 받아든 장애인교육권연대는 크게 반발하며 단식농성을 더욱 확대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5일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내부적으로 20일경 단식농성을 중단하기로 잠정적인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이 날 교육인적자원부의 답변서를 받은 직후 장애인교육연대는 긴급 집행위원회를 소집하고 교육인적자원부의 무성의에 분노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 협상 요구, 7개항 전격 합의


교육인적자원부가 보내온 답변서에는 "장애인교육권연대가 주장하는 것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특수교육발전종합계획에 대부분 포함된 사항으로, 안 교육부총리가 농성장에서 약속한 내용은 특수교육발전종합계획 수정시 장애인교육권연대의 입장을 고려하겠다라는 것이었다"고 명시돼 있다.

a 전국의 300여명 특수교육 교사들이 장애인 교육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전국의 300여명 특수교육 교사들이 장애인 교육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이철용

장애인교육권연대가 교육인적자원부의 이러한 답변에 반발하며 더욱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자 교육인적자원부는 21일 교섭을 요구, 당일 오후 7시 공식적인 교섭을 진행했다.

국가인권위원회 10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 날 교섭에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정석구 교육복지심의관(국장), 담당과장, 연구관 3인, 장애인교육권연대에서 윤종술 공동대표, 도경만 집행위원장, 정재욱 전교조정책실장 등이 참석해서 3시간 정도 의견을 나누었다.

당시 교섭장의 분위기는 상당히 험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 대표단은 시간이 아무리 늦어지더라도 합의하자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7가지 사항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다.

1. 20004년 하반기 중 치료교육교사 배치와 관련된 관련법령을 개정하여,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6학급당 1명 이상의 치료교육교사가 확대 배치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2. 2005년까지 180개 시·군·구 교육청 단위에 실태조사 후 유치부·고등부 특수학급이 없는 시·군·구를 우선으로 특수학급을 1학급 이상 설치한다.
3. 장애인학부모, 장애인관련단체등이 참여하는 (가칭) 특수교육발전위원회의 운영을 활성화 한다.
4. 초·중등 교육을 받지 못한 장애성인들에 대한 실태조사 후 관련대책을 마련한다.
5. 2008년 까지 연차적으로 시·군·구 교육청에 특수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하고 2명의 전담인력을 배치한다.
6.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특수교육 전담부서를 설치한다.
7. 이상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한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위의 합의사항 이행과 관련한 후속조치 등을 고려해 합의 사항을 즉시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합의를 바탕으로 지난 24일 단식을 중단하고 농성만 진행해 왔다.

2천여명 지지방문,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27일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농성장에서 밝힌 "이제부터 하는 약속은 지킨다"라는 말을 믿고 공식적인 농성을 해산하지만 만약 교육인적자원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더 강경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a 지난 15일, 비가 오는 가운데 전국의 장애학생 학부모 500여명이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장애인 교육차별에 항의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비가 오는 가운데 전국의 장애학생 학부모 500여명이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장애인 교육차별에 항의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이철용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이번 투쟁에서 문제점으로 대두된 지역조직 강화와 순회 투쟁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27일 오후 6시 고려대 학생식당에서 인권위 단식농성과 관련한 보고대회를 갖는다.

그 동안 농성장에는 전국의 학부모와 교사, 대학생, 국회의원을 포함한 관계자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23일간의 농성기간 중에 모두 2천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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