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장애보다 더 힘든 건 주위의 시선"

[인물] 경북도 공무원으로 채용된 지체장애 1급 임선웅씨

등록 2004.07.29 19:01수정 2004.08.0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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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임선웅씨

임선웅씨 ⓒ 오마이뉴스 이승욱

경북도가 지난해 이어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 공무원 구분채용제'로 임용된 임선웅(29·지체장애 1급)씨.

29일 경북도청 강당에서 열린 장애인 공무원 합격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선웅씨의 뇌리 속으로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겪은 지난 3년의 세월이 스쳐지나갔다.

선웅씨는 "사고로 장애를 입게 돼 부모님과 가족들이 걱정이 너무나 깊었다"면서 "이렇게 제2의 삶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조금이라도 부모님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평범한 직장인, 갑작스런 사고로 장애

선웅씨는 선천적인 장애인이 아닌 후천적 장애인이다. 그것도 장애를 겪은 지 3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경북대 기계공학과(94학번)를 졸업한 선웅씨는 LG전자 연구실에 근무하던 중 지난 2001년 6월말 실수로 난간에서 떨어져 사고를 당하게 됐다.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청천벽력' 같은 장애의 첫 경험을 해야 했다. 담당의사는 다리를 움직여 보라고 했지만 선웅씨의 왼발은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 오른발도 발가락만 움직일 뿐이었다.

그후 보름 넘게 병원에 누워 있던 그에게 두 발 대신 이제는 휠체어가 발노릇을 한다. 그나마 운동을 통해 지금은 목발을 짚고 걸어다닐 수 있는 정도로 나아지긴 했다.


하지만 병원에 있는 내내 선웅씨는 갑작스런 장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고통은 주위 사람들에게 오롯이 신경질로 전해졌다. 그렇게 장애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충격이 심했죠. 밖으로 나가는 것도 무서웠어요. 보통사람들처럼 군대도 다녀오고 직장생활도 하던 내가 왜 이런 장애를 겪어야 하는 것인지…. 그 생각으로 온통 뒤죽박죽이었어요."


장애인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런 그가 다시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은 부모님과 주위 친구들의 지원 덕분이었다. 마침 공무원 시험을 결심한 선웅씨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공무원 시험을 차곡차곡 준비했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았다. 선웅씨는 "사실 공부할 시간이 많지는 못했다. 거기다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학원을 다니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경북도에서 처음 실시하고 있는 장애인 공무원 구분채용은 선웅씨에게 적절한 기회가 됐다. 선웅씨는 "전국적으로 선관위에서 장애인 공무원 채용을 6명밖에 하지 않았지만 경북도는 33명을 뽑았다"면서 "그나마 구분채용이 장애인들의 공무원 진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반겼다.

아직 새내기 공무원이지만 선웅씨의 포부는 크다. 선웅씨는 경북 영천시청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장애인 편견 버리도록 노력하고 능력 인정 받고 싶어"

"어디를 가든지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능력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장애인으로 살아온 지 3년째. 선웅씨는 새로운 직장도 구했지만 아직 '정신적인' 장애까지는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장애를 입고, 육체적인 것은 다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도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진 못한 것 같아요. 아마도 모든 장애인들이 이런 점을 힘들어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밖으로 다니니기 무서워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던 것 같아요."

자신 역시 장애를 입기 전에는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을 가졌다고 선웅씨는 '고백'했다. 하지만 선웅씨는 "많은 장애인들이 희망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란다"면서 "장애인과 일반인들간의 벽도 허물고 함께 어울려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공무원 구분채용' 제도란?

'장애인 공무원 구분채용' 제도는 경상북도(이의근 도지사)가 지난해부터 전국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실시하고 있는 새로운 장애인 채용 제도다.

그동안 장애인 공무원 채용시험은 채용 예정인원의 5%만을 장애인으로 할당해 왔지만 강제규정이 없었다. 게다가 장애인과 일반인들이 함께 임용시험을 치르게 돼 상대적으로 장애인들의 합격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제도를 보완한 것이 경북도가 실시하고 있는 구분채용 제도. 구분채용은 장애인들만 별도로 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작년 경북도는 27명의 장애인 공무원으로 채용했고, 올해 6월 20일 행정직과 전산·사회복직 지력에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필기시험을 치르고 지난 16일 면접시험을 거쳐 평균 11:1의 경쟁률로 33명이 최종합격했다.

이러한 구분채용제도에 따라 경북도는 지난 2002년 장애인 고용률이 1.47%로 전국 최하위권에서 지난해 2.03%, 그리고 올해는 2.3%로 올라 의무고용률인 2%를 넘었다.

경북도의 구분채용제도는 지난 2003년 정부혁신인사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04년 7월에는 국무회의에서 우수사례로 발표되기도 했다고 경북도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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