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발 같이 살게 해 주세요"

눈물과 기쁨이 교차한 아들 백일 잔치

등록 2004.08.02 22:28수정 2004.08.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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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민이가 우리 부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지민이가 우리 부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 전진한

우리 부부는 아들 지민이와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태어난 지 두달 만에 장모님에게 아들을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우리 부부는 서울에서 살고 지민이는 대구에 살다 보니 한 달에 한번 정도밖에 보지 못합니다. 매일 보고 싶은 마음에 아들 사진을 보며 그리움을 달래곤 합니다.


지난 주 토요일은 지민이의 백일이었습니다. 지민이의 백일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 부부는 지난 주 수요일 여름 휴가를 받아서 아들을 보기 위해 대구로 달려갔습니다. 아들을 본다는 설렘에 우리 부부는 연신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여보, 한달 만인데 지민이 많이 자랐을까?"
"그렇겠지. 빨리 보고 싶다."

떨리는 마음으로 대구에 도착해서 장모님 댁으로 달려갔습니다. 방문을 들어서는 순간 지민이는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는 순간부터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한달 전에 만났을 때는 목을 가누지 못해 똑바로 누워 잘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몸을 옆으로 누이고 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모님, 지민이 옆으로 누워 자네요?"
"응, 그래…. 저렇게 자다가 몇 번씩 뒤척이면서 잔다.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천사 같았습니다. 아내의 표정은 거의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자고 있는 애를 깨워 안으니 애가 눈을 휘둥그레 하면서 우리를 쳐다보았습니다. 약간은 어색한 모습에 조금 당황했지만 금방 우리를 알아 봤는지 지민이는 연신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지민이를 다시 바닥에 뉘였더니 더욱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약간 칭얼거리더니 몸을 획 뒤집고는 고개를 팍 들고서는 다시 우리를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침을 흘리며 우리 부부에게 다가오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은 연신 웃음을 터트립니다. 부모가 없는 자리에서도 잘 자라 준 지민이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전 그 모습을 보다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토요일 백일 축하 파티를 하게 되었습니다. 백일 파티라야 가족들이 모여 밥 한끼 하는 정도였지만 너무나 감격스러운 자리였습니다.


배 속에서 위장이 늘어났다는 의사 소견에 아내와 떨리는 마음으로 종합병원으로 옮겼던 일과 아기가 너무 많이 자라 제왕절개로밖에 출산 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 졸이던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아기였지만 잘 태어나 우리 앞에 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 더운 여름에 하루 종일 아기를 봐 주고 계시던 장모님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민이는 각종 반지와 옷, 그리고 유모차까지 선물 받은 채 그렇게 백일 잔치를 마쳤습니다. 그렇게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야 말았습니다.

지민이는 우리가 편하게 가는 걸 배려라도 하듯이 잠이 곤하게 빠져 있었습니다. 아내의 얼굴에는 어느새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듯했습니다. 자기 배 속으로 나온 아기와 헤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지민이와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서는 순간 아내는 드디어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여보, 기분 좋게 지민이 만났는데 웃으면서 헤어지자."
"(흐느끼며) 어…, 알았어."

아내의 눈물을 보고 있으니 아기를 편하게 집에서 키우지 못하는 것이 저의 무능함 때문인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겨우 아내를 달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 지민이를 찍은 디지털카메라 사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만날 때는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헤어질 때는 세상의 무엇보다 가슴아픈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저희 부부도 정말 부모가 되어 가나 봅니다. 아들과 헤어지는 시간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하루 속히 아들과 같이 살아 갈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미안한 마음에 오늘은 수퍼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각종 주스와 반찬을 몇 가지 사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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