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얼굴도 못 들고 나가야 하나"

'몰래 파병'에 하루종일 들썩였던 광주... 경찰과 한때 투석전까지

등록 2004.08.04 02:45수정 2004.08.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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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라크 추가 파병이 단행된 3일 오후 7시 시민 학생등 500여명이 광주 금남로에서 파병강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이라크 추가 파병이 단행된 3일 오후 7시 시민 학생등 500여명이 광주 금남로에서 파병강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오늘은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날로 기억될 것이다. 아침 7시 국민들이 잠들고 있거나 일터로 나갈 준비하고 있을 때 성남 공군 비행장에서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얼굴을 못 들고 이라크로 향해야 했다. 가장 당당해야 할 우리의 국군, 이 땅의 젊은이들이 왜 국민들도 모르게 이 땅을 빠져나가야 하느냐."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추가파병이 단행된 3일, 광주는 하루종일 추가 파병을 규탄하는 시위와 집회로 들썩였다.

이라크 추가 파병을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벌여온 파병반대국민행동과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이날 아침 기습적인 추가 파병 소식이 알려지자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경찰 강경 진압에 학생들 투석전 맞서

경찰 학생 '투석전' 충돌

송정리 공군 제1전투비행장에서 벌어진 경찰과 학생들간의 충돌로 인해 한 농민이 예기치 않은 농작물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수송버스를 동원해 부대 정문을 봉쇄한데 이어 무리한 진압작전을 펴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인근 전답 150여m 가량을 가로질러 학생들과 투석전을 펼치며 대치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콩밭을, 경찰은 밭벼를 모두 망가뜨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농작물을 모두 망쳐 버린 한 할머니는 경찰과 학생들을 오가며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신중철 민주노총 광주전남 본부장은 이날 예상외의 충돌에 대해 "경찰은 처음부터 폭력과 방패로 짓밟았다"고 강경 진압을 규탄했다. 학생들은 경찰이 여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에까지 돌을 던졌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신 본부장은 이어 "본의 아니게 애써 가꾼 할머니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말았다"며 "모자를 돌릴테니 호주머니에 있는 만원짜리든 천원짜리든 모두 털어 보자"며 제안, 즉석 모금을 펼치기도 했다.
이라크 파병반대 광주전남 비상국민행동과 한총련 소속 대학생 200여명은 오전 10시 열린우리당 광주시당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을 강력히 성토했다. 이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광주시당 사무실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경찰과 1시간여 동안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후 3시경 광주 송정리 공군 제1전투비행장 앞에서 개최된 이라크 파병 규탄집회에서는 경찰과 투석전이 오가는 속에 학생 10여명이 부상당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한총련 통일 선봉대 대원들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등 600여명이 참가한 이날 규탄집회는 대회 시작과 더불어 경찰이 곤봉과 방패로 시위대를 밀어붙여 곳곳에서 부상자가 속출,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집회에서 신중철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장은 "오늘은 이라크 파병을 두 눈 뜨고 바라봐야 했던 치욕스런 날이다"며 "우리의 군인들이 명분없는 이라크 전장에서 허무하게 죽어가야 하는 일을 지켜봐야 할지 모른다"고 정부의 추가파병을 규탄했다.


a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대 배치가 예정된 광주 송정리 공군 제1전투비행장 앞에서 한총련 소속 통일선봉대 대원 등 600여명이 이라크 추가 파병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대 배치가 예정된 광주 송정리 공군 제1전투비행장 앞에서 한총련 소속 통일선봉대 대원 등 600여명이 이라크 추가 파병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a 경찰의 강경 진압에 의해 다수 학생이 부상을 입자, 이에 항의해 한총련 통일선봉대 대원들이 경찰과 투석전을 펼치고 있다. 3일 광주 송정리 공군 제1전투비행장 정문 앞 현장.

경찰의 강경 진압에 의해 다수 학생이 부상을 입자, 이에 항의해 한총련 통일선봉대 대원들이 경찰과 투석전을 펼치고 있다. 3일 광주 송정리 공군 제1전투비행장 정문 앞 현장. ⓒ 오마이뉴스 이국언

김규철 '2004 통일선봉대장'(범민련 서울시연합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김선일씨를 죽인 살인정권이자 사기꾼"이라며 "미국에게 할말은 하고 대등한 외교 펼친다고 하기에 지지했는데, 곧바로 미국에 건너가서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란 이름으로 국민들을 우롱했다"고 성토했다.

김 선봉대장은 "자주권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협력적 자주국방'이란 이름으로 또다시 우리를 우롱했다"며 "우리가 살길은 오로지 민족공조로 한미동맹을 깨뜨리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민중의 분노, 우리에게 비수로 돌아 올 것"

추가 파병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파병반대 비상 국민행동은 저녁 7시 금남로에서 '파병 강행 노무현 정권 규탄대회'를 개최를 갖고 파병부대 철군을 주장했다. 한총련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민주노동당 당원 등 500여명은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금남로 2개 차선을 점거한 채 1시간여 동안 정부의 추가파병을 규탄했다.

김정길 광주전남통일연대 상임의장은 "대통령이라는 자는 우리의 젊은이들을 전쟁광 부시의 총알받이로 보내놓고 휴가를 즐기고 있다"며 "이라크 민중들의 분노와 증오는 이제 우리한테 비수로 돌아올 것"이라고 추가 파병을 규탄했다. 김 상임의장은 "부시와 함께 하는 것은 전범 하수인이자 전범 하청업자가 되는 것"이라며 "세계가 철군하고 있고 영국도 추가 파병을 포기하고 있는 마당에, 왜 우리가 고립 당하고 있는 부시한테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김 상임의장은 또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자주권을 참수하고 있다"며 "왜 부시만 만나면 작아지고 말랑말랑해 지는 것이냐"고 추가파병을 규탄했다.

한편 지난달 31일부터 10만 릴레이 단식투쟁을 전개해온 민주노동당은 추가 파병이 단행됨에 따라 이날 단식농성을 접고 한국군 철군 투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a 3일 광주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서 개최된 '추가파병 강행 노무현 정권 규탄대회' 현장.

3일 광주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서 개최된 '추가파병 강행 노무현 정권 규탄대회' 현장. ⓒ 오마이뉴스 이국언


"추가 파병은 미친 짓"
광주전남, 이라크 파병 규탄성명 봇물

자이툰 부대의 추가 파병이 단행된 3일, 광주전남 사회단체들의 추가파병을 규탄하는 성명이 봇물을 이뤘다.

이라크 파병반대 광주전남 비상 국민행동은 성명서에서 "이라크 파병은 미친 짓이다"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미동맹'에만 급급하는 노무현 정권에 더 이상 희망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행동은 "정부가 자이툰 부대의 출발 소식을 비보도 요청한 것은 노무현 정부 스스로도 명분없는 파병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자이툰 부대 젊은이들은 무엇을 위해 도망치듯 떠나느냐"고 성토했다. 아울러 "이제는 한국군 철수 투쟁을 펼쳐 갈 것"이라며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국민적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는 "한국은 이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테러 위협국가로 지목되고 말았다"며 "한국군을 이라크 사지로 몰아넣는 노무현 정부의 반민족적이고 반민중적인 작태에 분노를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는 "노무현 정권은 지금이라도 당장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발을 빼야 한다"며 "자이툰 부대의 선발대가 떠났다고 해서 전쟁반대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전남도당은 "추가파병은 한미굴종, 머슴외교"라고 비난했다. 전남도당은 "노무현 정권은 파병을 재천명함으로써 고 김선일씨를 죽이더니, 다시 새벽 도둑고양이처럼 우리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며 "얼마나 더 많은 국민들이 희생을 당해야만 더러운 침략전쟁을 멈출 것이냐"고 주장했다.

전남도당은 "파키스탄을 파병불가를 천명하고, 터키는 물자수송도 거부했다"며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머슴입네' 하며 굴욕외교로 일관하고 있다"고 추가파병을 강력히 비난했다. 아울러 "이제 단식농성을 풀고 전 국민과 함께 거리에서 행동전으로 파병철회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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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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