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로 전쟁 희생자 영혼 달랜다

풍물 굿패 매구 3회 정기공연 ‘상생(相生)‘ 13일 대구서 열려

등록 2004.08.04 11:49수정 2004.08.05 20:01
0
원고료로 응원
풍물굿패 매구 연습장면
풍물굿패 매구 연습장면허미옥

3일 자이툰 부대 파병과 관련 전국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측에서는 철군 투쟁을 벌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병을 반대하던 많은 논객들과 시민들은 '고 김선일씨의 절규를 그 새 잊었냐?'며 제2, 제3의 김선일을 만들려는 현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행동측의 집회, 민주노동당의 단식, 네티즌의 국회의원 설득 등 전쟁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지역 한 풍물굿패에서 '전쟁반대, 희생된 영혼 위로, 산 사람들만이라도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자'는 내용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지역 풍물굿패 매구(대표 이호근)는 오는 13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광역시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상생(相生)'을 주제로 제3회 정기공연을 갖는다. 기존의 풍물판이 재미, 활기, 신명나는 공연 중심이었다면, 매구의 '상생'은 전쟁에 희생된 영혼을 위로한다는 진혼굿의 성격이 강하다.

공연 포스터
공연 포스터매구
이에 대해 이호근 대표는 "아픈 사람 달래고, 억울한 사람 풀어주는 위령굿이나 진혼굿 등을 공연 주제로 고민해왔다"며 "김선일씨와 나는 34살 동갑이다. 그와 이라크를 생각하면서 김선일씨 등 전쟁희생자의 영혼을 추모하고, 생존자들은 전쟁 없는 신명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공연 전체 내용을 그렸다"고 밝혔다.

총 4마당으로 구성된 '상생'은 ▲ 1마당 - 상충 (아귀다툼의 소용돌이) ▲ 2마당 - 넋풀이 (진혼굿) ▲ 3마당 - 상생굿 (우리의 울림이 평화의 향기가 되어…) ▲ 4마당 신명풀이 (우리의 신명이 내일의 희망이 되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상생에서는 풍물로만 구성해왔던 기존 공연과는 달리, 전쟁의 아픔, 산 자의 희망 등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음향, 사진, 귀에 익숙한 음악들이 다양하게 사용된다. 이 대표는 "어떤 음악들이 선곡될지는 공연장에 와야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까지 모두 제공해버리면 공연의 재미를 떨어뜨릴 것(웃음)"이라고 밝혔다.

디음은 이호근 대표와 인터뷰 내용.


"정치권의 '상생'과는 분명하게 다르다"
풍물굿패 매구 이호근 대표 인터뷰

▲ 이호근 대표
- 민감한 사회 문제를 공연주제로 선택하는데 어려움은?
"주제를 선정하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단원들도 쉽게 동의했었고. 정말 어려웠던 점은 표현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문학, 무용, 연극 등의 장르는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말, 몸짓, 글 등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풍물의 경우 표현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번 공연에는 음향이나 노래 등 다른 기초 자료를 많이 활용했다."

- 기존의 풍물공연과는 다른 형식이라면, 구성에서 단원들과 다른 의견은 없었나?
"내용은 쉽게 동의를 했는데 형식문제에서 다소 의견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풍물공연은 관중과 연주자가 하나되는 대동놀이로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이 공연은 추모적 성격도 포함되어 있고, 기존 공연형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연 마지막에 대동놀이를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해 내부에서 많은 토론을 했었다."


- 17대 총선이 끝나고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이 상생을 이야기한다. 그 상생과 매구 공연 주제 상생은 어떻게 다른가?
"분명하게 다르다. 상생은 기본적인 의미로 상대방의 삶의 방식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거다. 이라크 문제도 여기에 접목시킬 수 있다.

현재 한국 정부(정치권)는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그것은 이라크민의 희생을 통해 자신들만 살겠다는 의미다. 서로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겁내면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이라크민들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상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 날씨도 덥다. 오랜 기간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체력관리가 중요할 텐데?
"별다른 관리방법은 없다. 다만 쉬지 않고 꾸준하게 연습하는 것이다. '지속성'이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구성원 전체의 호흡이 일치된다. 즉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예술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 / 허미옥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4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