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월) 대구지하철 내 사고를 보도했던 방송뉴스 (좌측부터 KBS, MBC, TBC)허미옥
두 번의 작은 사고가 나자 지역언론 대부분은 '불안한 지하철'을 화두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파업 초기부터 시민단체들이나 노조 등은 성명서를 통해 이미 지하철 안전 문제를 제기했었다. 대체인력의 피로도 누적과 차량 검수 차질로 인해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당시 잠잠했던 언론들은 2번의 사고 이후에야 '불안한 지하철', '시민 안전'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언론은 '시민 불편'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지하철' 문제를 파업철회를 종용하는 여론몰이 수단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이때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노사 양측이 '두 번의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점일 것이다.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지하철공사측과 노동조합 사이에는 일정 정도 시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사측인 대구지하철공사 남재호 차량운영부장은 "두 번의 사고는 '운행장애'에 가깝다. 운행 자체에 약간의 문제가 생긴 것이지, 사고라고 보기는 문제가 있다"라며 "현재까지는 지하철 안전에 크게 문제가 없다. 대체인력도 무난하게 잘 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만일 안전에 위협이 있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되면 운행 중단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즉 큰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측 주장은 다르다. 노동조합에서는 7월 28일 기자회견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중대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현재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시민안전'을 위해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지하철 노동조합 정성기 사무처장은 "벌써 몇 건의 작은 사고가 났지만, 공사측에서는 비상수송대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고, 별 문제가 없다는 점만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수송대책에 문제가 있다면 협조를 구하고 그렇다면 조합에서도 적정 인력을 보내겠다고 협상과정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공사측은 별로 반응이 없다"고 밝혔다. 만일 노동조합에서 자체 판단해서 현장 인력을 투입하게 되면 '업무방해'가 되기 때문에 지하철 안전 운행을 위해 공사측의 협조는 필요한 실정이다.
언론은 노사 입장 중계만 아니라, 시민들이 판단할 다양한 정보 제공해야
지역언론은 몇 차례 노사 협상이 진전 없었다는 투의 현장중계식 보도를 벗어나야 한다. 눈과 귀를 조금만 돌리면 꼭 다뤄야 할 중요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
첫째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지하철을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 언론에서는 지난 2일 사건 때에도 CCTV에 촬영된 우왕좌왕하는 시민들의 모습만 보여줬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물론 지하철 차량에는 '비상시 오른쪽 의자 밑의 뚜껑을 열고 손잡이를 당기면 이 문을 손으로 열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있긴 하지만, 위기 상황에 이 글을 기억에 떠올리는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의자 밑 손잡이를 당겨서 문을 여는 방법' 등을 뉴스에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둘째 언론의 보도내용이 노사의 주장 전달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지하철 2호선 계획을 수정하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지하철 역사 민간위탁이 놓여 있다. 현재 노사 양측은 역사 민간위탁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언론은 이를 중계만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 역사를 민간위탁하고 있는 인천, 대전 지하철의 사례 등을 통해 그 장단점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하철 파업은 계속되고 있고, 이용불편보다 '안전한 지하철'에 대한 시민의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최소한 안전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언론은 유도해야 한다. 그것은 '일단 파업철회'라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또한 노사 주장만을 그대로 중계할 것이 아니라 타 지역 사례도 연구하는 성실성이 필요하다. 문제의 핵심은 '지하철 파업'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항상 '불편'만을 호소하는 시민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누구의 말이 타당한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고, 그리고 시민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어떨까?
"지하철 파업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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