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소 앞에 줄을 선 사람들!조미영
첫날 8시쯤 매표소에 도착했으나 이미 오늘 초과분 만큼 줄을 서고 있다. 하루에 50석, 1인 2장까지 구입 가능하니 계산이 얼추 나온다. 제일 앞에 온 사람은 대체 몇 시쯤 왔나 궁금해서 맨 앞으로 가 보았더니 ‘이게 웬걸’ 한국인이다. 조급한 마음에 새벽 6시 이전에 도착했다는데, 한 30분 늦어도 괜찮을 것 같단다. 역시 부지런한 한국인이다.
드디어 토요일, 숙소의 룸메이트와 6시 40분경 매표소에 도착했다. 다섯 번째이다. 오늘도 역시 한국인이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우리도 갖고 온 신문을 깔고 앉았다. 앞으로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까닭에 책을 들고 나왔지만 읽히지는 않는다. 앞뒤 사람 행동과 이야기에 힐끔거리기도 하고 같이 온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눴다.
이렇게 사람이 모인 곳에는 늘 통반장 역할을 자처하는 이가 있는데, 오늘은 내 뒷줄에 선 서양아저씨가 그렇다. 줄을 정리하고 끼어들기를 시도하는 이에게 핀잔을 주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한다. 덕분에 심심치 않은 시간이었다. 아침이 되어 길가에 사람이 많아지자 지나는 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지역 사람들은 "오늘도 역시 기다란 줄을 섰구나" 하며 무심히 지나지만, 이곳에 처음 온 관광객들은 "무슨 줄을 저렇게 섰을까?"하고 의아해 한다. 아마, 그 중에는 내일이면 우리처럼 신문을 깔고 앉아 표를 기다리는 이도 있으리라.
오전 9시, 매표소 문이 열리고 드디어 티켓을 샀다. 어찌나 흐뭇하고 기분이 좋던지 히죽히죽 자꾸만 웃음이 난다. 긴 줄에 서있던 노부부가 표를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보여주니 많은 이들이 몰려든다. 무슨 상장이라도 쳐다보듯 경외스러운 눈빛이다. 뒷줄에 서 있는 이들에게 "굿럭"을 외치며 돌아서는데 등 뒤로 부러워하는 시선이 자꾸만 와서 꽂힌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저녁식사 후, 타투 공연이 펼쳐지는 에딘버러성으로 향했다. 로얄마일(에딘버러성과 홀리루드성을 잇는 길)로 향하는 길목에 도착했을 때 일군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근처 공연장에 들어가기 위한 사람들이겠거니 생각하고 로얄마일 쪽으로 꺾어 들어갔는데, 그 줄은 저 멀리 성 입구까지 이어져 있었다. 가운데 도로만 남기고 양 옆 인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줄은 대략 500M가 넘는 듯 하다.
입장표를 갖고 있는 9000여 명과 일반 관광객까지 섞인 상태이니 만 명은 훨씬 넘는다. 아마, 공연 전에 이곳을 지나는 군악대들의 간단한 퍼레이드가 펼쳐지는데, 많은 이들이 맛보기라도 보기 위해 몰려든 탓에 더욱 북적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