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매일 지속되는 폭염의 더위 속에서 가을의 의미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입추가 지났어도 우리네 사는 터전은 여전히 덥고 끈적끈적하고 짜증이 나서 여전히 한여름의 느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잠시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 보면 분명 계절은 바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무더위가 고마운 건 풀이며 나무들이 꽃잎을 떨어뜨리고 열매를 맺을 에너지를 공급해 주기 때문입니다. 가을을 준비하는 나무며 풀들이 서서히 열매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솜털 보송보송한 작고 귀여운 열매입니다.
봉숭아가 있습니다. 울밑에 선 봉숭아가 아니라 아파트 입구 꽃밭에 선 봉숭아입니다. 봉숭아 꽃잎 따서 손톱에 물들이는 게 숙제라며 두 아들 녀석이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인 게 일주일쯤 전으로 기억됩니다.
그새 봉숭아 꽃보다 열매가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저 열매를 꼬옥 누르면 톡 터지면서 갈색 씨가 사방으로 튀어 나가지요. 아직은 터질 정도로 여문 열매는 아닙니다. 가을 햇살이 짙어질 무렵 봉숭아 열매도 노랗게 익어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