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국수를 삶아 건져내서 그릇에 담고 콩 물을 넉넉하게 채워 넣으니 콩국수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밥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습니다. 두 아들 녀석이 입맛을 다시며 앉았습니다.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집어 올리는 걸 보니 즐거움이 가득한 표정입니다. 시원한 콩국수 덕에 매일 저녁 찾아드는 열대야의 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만들어준 콩국수는 장모님이 만들어주시던 콩국수 맛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아내가 특별히 음식 솜씨가 뒤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믹서로 갈아낸 콩과 녹즙기로 뽑아 올린 면발로 만든 콩국수가 맷돌에 갈아낸 콩과 홍두깨로 밀어 칼로 썰어내 만든 콩국수 맛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짬을 내어 장모님께 전화를 드려야겠습니다. 그러면 장모님은 맷돌과 홍두깨를 준비하실 겁니다. 예년 여름처럼 올해도 장모님은 콩국수에 가득 담긴 행복을 우리 가족에게 베풀어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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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맷돌과 홍두깨로 만든 콩국수 맛을 따라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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