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덮고 남북관계 발전시키는 것이 어머니의 길"

박근혜 대표, 육영수 여사 30주년 추도식에서 남북화해 제스처

등록 2004.08.15 18:05수정 2004.08.1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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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30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역 앞에서 열린 고 육영수 여사 30주기 추도식에 유족대표로 참석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서영, 지만씨 삼남매가 나란히 앉아있다.
15일 오후 2시30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역 앞에서 열린 고 육영수 여사 30주기 추도식에 유족대표로 참석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서영, 지만씨 삼남매가 나란히 앉아있다.오마이뉴스 박형숙

15일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육영수 여사 30주년 추도식에 참석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가 된 뒤 처음으로 찾아간 부모님 묘소 앞에서 눈물을 감췄다. 정치권의 유신잔재 청산의 목소리가 높은 요즘, 서영(근영에서 개명. 육영재단 이사장)·지만 두 동생과 나란히 앉아 만감이 교차했을 터.

육영수 여사에 대한 추도사가 이어지면서 서영씨와 지만씨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슬픔을 감추지 않았지만, 박 대표는 대기하던 카메라 기자들에게 끝내 눈물을 선사하지 않았다.

박 대표의 추도사는 길지 않았지만 함의는 커보인다. 박 대표는 "어머니가 이 땅을 떠난지 벌써 30년이 되었다"며 "그 때 태어난 아이가 지금 나라의 중추가 될 정도로 긴 세월이 흘렀지만 마음속에 살아계신 어머니 생각은 엇그제 같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어 박 대표는 "생전에 어머니처럼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매일 생각해왔다"며 "요즘은 더욱더 그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어머니께서 생전에 어려운 분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나라가 잘되고 있고 국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말씀을 못 드리고 매년 어렵다는 말씀만 드려왔다"며 "그런데 올해도 다시 어렵다는 말을 드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어머니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어머니의 희생 헛되이 하지 않는 길"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행사를 마치고 곧장 현충원으로 향한 박 대표는 이날 추모사를 통해 '과거를 덮겠다'는 뜻을 밝혀, 과거사 진상규명에 강한 의지를 밝힌 노 대통령과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박 대표는 재일교포 문세광의 총에 맞아 숨진 육영수 여사의 죽음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며 "새삼 분단의 현실과 남북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한다"는 수준에서 말을 아꼈다. 이어 박 대표는 "과거를 묻고 어머니를 희생시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것이 유지를 받는 길"이라며 대북관계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아픔에 대해서는 두번에 걸쳐 "개인적으로는 뼈에 사무치는 일, 개인적으는 아픔이 크지만"이라며 반복해 표현했다. 또한 어머니를 '희생'시킨 남북관계를 '발전'의 계기로 삼는 것이 어머니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라 표현, 박정희 정권의 공과를 구분해 공은 적극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과거 덮자' 그러나...

이날 박 대표의 추모사는 당대표로 선출된 뒤, 정치권의 유신독재 공방에 대한 대응의 치밀한 수순을 따르고 있다. '독재자의 딸' '퍼스트레이디의 원죄' 공격에 정면 대응→박정희 정권의 최대 정적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유신피해 사과→정쟁중단, 민생·경제살리기 선언→개인적인 아픔이 크지만 과거 묻겠다 등 일련의 행보를 통해 박 대표가 정치권의 과거사 공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데다 여당과 범야권, 또한 한나라당 내 일부 의원들조차 이에 동조하고 있어 과거사 진상규명이라는 대세를 박 대표가 어떻게 돌파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등 유신피해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정부여당의 과거사 진상규명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끊임없이 벌어질 유신 과오 공방에 있어 박 대표는 확실히 털고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가량 열린 이날 추도식에는 황인성 전 총리와 김정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장경순 헌정 회장, 길전식 전 공화당 사무총장, 민관식 전 국회부의장, 김성훈 전 국방장관, 장지량 전 공군참모총장 등 박정희 정권시절 인사들이 주를 이뤘다. 한나라당에서는 김덕룡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형오 사무총장, 황진화, 나경원, 전여옥, 공성진 등 의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와 '근혜사랑' 등 박근혜 대표의 인터넷 지지모임 소속 회원 300여명은 '그리운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 등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플래카드를 들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국회합창단이 추도식 현장에서 직접 '고 육영수 여사 추도의 노래'를 부른 점도 이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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