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통성수호비대위' 뭐 하자는 기구인가

[取중眞담] "트로츠키혁명" 운운 '색깔론'으로 덧칠된 첫 회의

등록 2004.08.17 21:01수정 2004.08.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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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정통성수호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들. 이인기, 이규택, 박성범, 최병국 의원.(왼쪽부터)
대한민국정통성수호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들. 이인기, 이규택, 박성범, 최병국 의원.(왼쪽부터)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한민국정통성수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규택)는 17일 첫 회의를 가졌다. 한나라당은 10일 전쯤, "국가정체성 논쟁이 추상적인 이념 공방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며 '구체적인 활동과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실무기구로 정통성비대위를 만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회의 첫날 풍경은 정부여당을 향한 비난과 성토 일색의 '오전회의'와 다를 바가 없었다.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번갈아 주재하는 한나라당의 오전회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언론들을 위한 '멘트경쟁'의 도가 지나치다는 원성을 사고 있을 정도로 지루하고 알맹이 없는 정치수사들이 넘쳐난다.

이날 첫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면 트로츠키 혁명론과 똑같다" "신기남 의장은 양의 얼굴을 쓴 늑대" "현정권은 일제시대라면 위안부 만드는 데 앞장설 사람들"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기자들에게 공개되는 회의 오프닝 내내 참석 의원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노무현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신기남 의장 부친의 친일행적을 비난하는데 30여분을 할애했다. 나경원 의원만이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려면 독립유공자 예우부터 해야 한다"며 보훈기본법 개정 등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안'을 내놓았을 뿐이다.

그리고 이규택 위원장은 "정체성 문제 바로잡는 계기가 되도록 활동하겠다"며 밝힌 뒤, 이후 회의를 비공개로 돌렸다.

'항일' 임시정부 법통이 대한민국 정체성

한나라당은 헌법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정통성을 주장해왔다. 그 헌법에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계승하여'라고 되어 있다. 항일의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건국의 정신적·사상적 기반이 되었음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통성비대위 위원인 최병국 의원은 첫 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정권을 세울 때 한 일은 첫째 농지개혁, 둘째 여성 해방 명목으로 호주제 폐지, 셋째 친일청산이었다"며 "요새는 공짜로 땅을 준다고 해도 농사를 안지을 테니 농지개혁은 의미가 없고, 나머지 두 개는 지금 현재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 의원은 "트로츠키 혁명론" 운운하며 색깔론을 동원하기도 했으며, 친일청산 자격론도 제기했다. "<동아일보>의 창업주 김성수도 창씨개명은 안했는데 노 대통령 부친은 했다"며 자격시비에 불을 당긴 것이다.


하지만 자격시비는 논지를 휘발시키고 공방만 남긴다. 공방은 정치적 거래로 끝날 수는 있어도 문제해결, 즉 진실과는 만날 수 없다. 과연 한나라당은 친일청산, 과거사 진실규명에 의지가 있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한나라당이 과거사 청산에 소극적이고 마치 반대하는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에 비대위를 만들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의원은 비대위 활동에 대해 "아직은 정확히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며 "단순한 회의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나라당은 비대위를 만든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박형준 의원은 얼마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쟁으로 변질된 것이 문제"라며 "보다 논쟁을 구체화하고 사안별로 대처하는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그 선상에 비대위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이라면 카메라 앞에만 서면 말이 많아지는 한나라당 오전회의의 재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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