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영업정지, 치열한 '뺏기-지키기' 싸움

KTF '끝' SKT '시작'... 요금인하가 최대 변수 될 듯

등록 2004.08.20 16:50수정 2004.08.2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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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전자상가 내 이동통신 대리점
서울 용산전자상가 내 이동통신 대리점오마이뉴스 이승훈

"밀린 휴가나 다녀올까 합니다."
"족쇄 풀렸으니 그동안 쉬었던 거 보충해야죠."

SK텔레콤의 영업정지가 시작된 첫날인 20일 SK텔레콤 대리점과 KTF 대리점의 표정은 극명하게 갈렸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 내 SK텔레콤 대리점에서는 영업정지가 시작된 사실을 모르고 찾아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반면 KTF 대리점에서는 30여일 만에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자 모집 재개를 알리며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핸드폰을 권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등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SK텔레콤 대리점 업주 박성태씨는 "하필 신학기와 추석특수가 껴있는 동안 영업정지를 맞게돼 착잡하다"면서 "이참에 밀린 휴가나 다녀올까 생각 중"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KTF 대리점 업주 박아무개씨는 "지난 30일의 영업정지 기간동안 손님도 뜸하고 무엇보다 가입자를 새로 모집할 수 없어 손을 놓고 있었다"며 "이제는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있어 힘이 난다"고 영업재개를 반겼다.

영업정지, SK텔레콤은 '시작'... KTF는 '끝'

20일부터 SK텔레콤은 40일간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는 영업정지에 들어가고, KTF(KT의 PCS 재판매 포함)는 지난달 21일부터 30일간 계속된 영업정지 처분에서 벗어나 정상 영업활동에 돌입했다.


이는 정보통신부가 지난 6월 15일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불법보조금 지급 등 불법·과열경쟁에 대한 제재조치로 각각 30~40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순차적으로 내린 데 따른 것이다. LG텔레콤은 6월 21일부터 7월 20일까지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었다.

SK텔레콤의 영업정지는 정부의 기본요금 1000원 인하 방침과 신학기 및 추석특수 기간과 맞물리면서 후발업체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이에 대한 SK텔레콤의 대응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KTF는 상반기에만 이미 순증 가입자 150만명을 확보해 올해 목표를 달성했지만 7월들어 순증 가입자 27만명이 줄고 8월에도 영업정지 여파로 대략 8만여명의 순증 가입자 감소가 예상되고 있어 SK텔레콤의 손발이 묶인 40일 간 적극적인 공략에 나설 수밖에 없다.

사정은 LG텔레콤도 마찬가지다. LG텔레콤은 7월말까지 가입자 567만여명을 확보해 순항하고 있지만, 올해 목표인 600만 가입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학기와 추석 특수를 노릴 수 있는 SK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에 전력을 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0일간 치열한 가입자 뺏기-지키기 싸움... 요금인하가 최대 변수

40일간 치열하게 벌어질 3사의 가입자 뺏기와 지키기는 요금인하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방침으로 이미 정해진 SK텔레콤의 요금인하에 따라 예상되고 있는 KTF와 LG텔레콤의 요금인하 시기와 폭이 가입자 이동의 향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점치고 있다.

SK텔레콤은 9월 1일부터 요금인하를 적용하기 위해 이번주 중으로 이용약관 변경 신청을 정통부에 제출하는 등 요금인하를 가입자 지키기에 적극 활용할 태세다. 그러나 KTF와 LG텔레콤은 아직 요금인하에 대한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발송한 이동전화 요금 고지서에 자사의 요금이 후발사들과 견주어 결코 비싼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홍보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요금고지서 등을 활용해 가입자들에게 요금인하 사실을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TF와 LG텔레콤은 기본료 1000원 인하 쪽 보다는 새로운 요금제 등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후발사들의 요금인하 폭이 작거나 시기가 늦어질 경우 SK텔레콤의 요금인하를 활용한 가입자 붙잡아 두기가 먹혀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편 시장에서의 과열·혼탁 경쟁양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3사가 정부의 강력한 감시활동 등 시장안정화 정책에 따라 '클린마케팅' 합의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상반기 영업정지 처분을 가져왔던 불법 보조금 지급 등 혼탁 경쟁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혼탁경쟁 크게 줄고 대신 실력대로 경쟁 이뤄질 듯

특히 이들 3사는 상반기 번호이동성제에 따른 가입자 뺏기와 지키기에 과다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통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출혈경쟁 자제 움직임에 스스로 동참할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다.

후발사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 과도하게 마케팅비를 지출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출혈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과열경쟁을 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통3사는 요금·단말기·신규서비스 등 기본 실력에 기초한 경쟁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체 시장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통화품질과 요금, 우수고객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고객이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 신규모집은 중단되더라도 기기변경 등의 영업활동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200·300만 화소폰을 비롯한 신규 단말기 15여종을 출시해 단말기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KTF도 요금·단말기·굿타임 파티 등을 앞세워 신규 및 번호이동성 가입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KTF는 새로운 요금상품을 3∼4종 출시하는 한편 300만 화소폰 등 신규 단말기도 내달까지 7여종을 선보이기로 했다.

LG텔레콤은 모바일 뱅킹서비스 '뱅크온'을 강화하고 가족요금제 등 저렴한 요금상품 홍보에 주력해 가입자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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