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동을 움직인 50인리더스가이드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로 얽혀 있는 국제사회를 들여다보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주제의 흐름을 차분히 따라가고 있는 도중에 등장인물이라도 혼동되기 시작하면 어렵사리 정리해두었던 내용들이 일순간에 와해되기도 한다.
특히 이슬람 혹은 팔레스타인 문제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비슷한 이름들이 많은데다가 이름이 가지는 어감도 생소해 그다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20세기 중동을 움직인 50인>(가람기획)은 이러한 어려움을 말끔히 씻어주는 책이다.
그 유명한 사담 후세인조차 걸프전이나 이라크전과 관련된 그의 행적이나 배경 상황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후세인을 비롯해 아랍 통합의 영웅으로 널리 추앙받고 있는 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 팔레스타인해방기구(약칭 PLO) 의장 아라파트, 이란의 이슬람 혁명 지도자 호메이니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슬람 출신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치와 종교 부문에서 활동을 펼쳤던 인물들까지, 이슬람 출신의 다양한 인물들을 망라하고 있다. 또한 에드워드 사이드, 칼릴 지브란 등 문학, 예술 분야의 주요 인물들도 다루고 있다. 각 인물들을 개별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이슬람의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소개한 책들을 읽다보면 우리가 그동안 이슬람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보 부족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만, 우리 스스로의 무관심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실제로 이슬람교도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순박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어느 공간이든 선과 악이 교차하고, 선인과 악인이 혼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더라도 호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만큼 그들은 대체로 인정이 많고 친절하다. 그러니 그들에게서 테러의 조짐을 찾아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이슬람에 대한 불편함과 이질감은 선입견에 의해서 만들어져 왔던 것이다.
이슬람 사람들의 선한 태도는 종교적 이유에서 기인한다. 이들의 종교관은 성선설을 주창한다. 이는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게 되면서 원죄를 가지게 되었다는 기독교의 성악설이나, 번갯불처럼 잠깐인 이 고통스러운 인생살이를 빨리 마무리하고 무고경계(無苦境界)인 열반(涅槃)으로 가야한다는 불교의 고행설과는 다른 부분이다.
인간은 순수 결백하게 태어났으며 오래 살수록 좋은 일을 더욱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니 죽음을 원하지 말고 오래 살면서 좋은 일을 많이 하라는 것이 이슬람교의 가르침이다. 그래서인지 이슬람교도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신들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점을 그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듣게 되기도 한다.
어떤 종교든 나름의 선한 가르침이 있고 그것을 성실히 이행하는 신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슬람 역시 그렇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슬람은 그동안 테러의 온상으로만 알려져 왔지만 이는 국제사회에서의 불평등한 대접에 성난 목소리를 낸 것일 뿐이다.
그들 역시 다른 국가나 민족들과 다를 바 없다. 더불어 일부 이슬람 과격분자들의 격렬한 태도가 이슬람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이미지를 왜곡시켜 왔다는 점도 알아 둘 필요가 있겠다.
무고한 인명을 앗아가는 테러는 응당 제지되어야 하겠지만, 그 책임을 테러리스트에게 묻지 않고 이슬람 전체에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을 양산해 낼 수도 있다. 이 점을 생각하며 이번 기회에 이슬람을 바로 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보도록 하자.
이슬람문명
정수일 지음,
창비,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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