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월마트, 그 1호점을 가다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7] 21세기 자본주의 전형

등록 2004.08.23 12:52수정 2004.08.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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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국 대선에 이어 2004 미국 대선은 양극화되고 있는 미국 사회를 보여준다. 미국 사회내 블루(blue)와 레드(red)의 대립은 단지 서로 의견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서로를 증오하는 수준까지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는 정치는 물론 지역, 인종, 경제, 문화, 심지어는 스포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 원인은 묘하게도 세계화(globalization)에 있다. 세계화의 엔진이자 진원지인 미국이야말로 세계화의 영향을 가장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되는 2004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사회의 양극화된 이면을 현장취재한다. 블루와 레드는 미국대선 개표 때 주별로 민주당이 이긴 지역은 블루, 공화당이 이긴 지역은 레드로 표현한 데서 착안한 것이다.... 기자 주

미국 일주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칸소 주의 벤톤빌(Bentonville)은 우연히 스쳐 지나가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남부에 있지만 충분히 남쪽에 있지도, 대충 미국의 가운데에 있지만 또 충분히 가운데 있지도 않아 통상적인 여행 루트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2회에서 쓴 오자크(Ozark)라는 고원 지대의 한 자락에 숨어 있다. 미시시피강 서쪽에서는 남북전쟁의 최대 격전지(Pea Ridge)였다는 것 외에는 내놓을 만한 게 없다. 유레카 스프링스(Eureka Springs)라고 하는 오래된 용천수 마을이 부근에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용천수가 오염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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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1836년 담배와 사과 재배로 생겼다. 토머스 벤톤이라는 미주리 상원의원이 아칸소 주의 연방정부 편입을 도와준 것을 기념하기 위해 벤톤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웬만한 미국 전도에는 아예 지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와 경북이 만나는 어느 산골 마을과 같은 곳이다.

그런데 벤톤빌 근처의 노스웨스트 아칸소 지역공항(Northwest Arkansas Regional Airport)에서는 매일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멤피스, 미니애폴리스 등 미국의 주요 도시로 항공기들이 분주히 직항한다. 항공기들은 이 더운 남부와는 어울리지 않게 정장의 신사들을 토해 놓고 또 담아서 간다.

공항 터미널의 이름은 앨리스 L. 월튼 빌딩(Alice L. Walton Building). 이 도시의 성격에 대한 힌트는 생각보다 일찍 주어지는 셈이다. 앨리스 월튼은 92년 세상을 뜬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의 고명딸이다.

벤톤빌 시내에는 코카콜라, 타이슨, 존슨 앤드 존슨, 다이얼, 하인츠와 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즐비하게 사무실을 내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 작은 도시에는 어울리지 않게 몸집이 큰 이들도, 그러나 그들보다 몇 배 더 큰, 세계 최대의 기업 월마트의 이른바 납품업자들(suppliers)일 뿐이다.


남부적 기업 월마트

a 월마트 1호점 앞에 서 있는 제임스 베리의 동상. 아칸소 주지사 출신의 제임스 베리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의 장교였다.

월마트 1호점 앞에 서 있는 제임스 베리의 동상. 아칸소 주지사 출신의 제임스 베리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의 장교였다. ⓒ 홍은택

공항에서 12번 도로를 타고 오다 월튼 블러바드(Walton Boulevard)를 만나 좌회전해서 직진하면 월마트 본사를 지나고 조금 더 가 센트럴 애비뉴를 만나 우회전해서 10분만 가면 타운 스퀘어(Town Square)라는 이름의 광장이 나온다.


광장에는 제임스 베리(James H. Berry, 1841-1915)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남북 전쟁 당시 남부 동맹군(Confederacy)의 중위로 참전해 오른쪽 다리를 잃은 뒤 변호사와 정치인으로 전신, 아칸소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이 동상의 기반 네 벽에는 남부 동맹군을 기리는 추념문이 적혀 있다.

“그들은 고향과 조국을 위해 싸웠다.”

“그들의 이름은 명예의 방패에 새겨져 있다.”

“그들의 (삶과 죽음의) 기록은 신과 함께 한다.”


남부로 내려오면서 남부 동맹군에 대한 강렬한 소속감이 집요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당혹할 때가 많다.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남부 동맹군은 흑인노예제의 존속을 위해 연방정부에서 탈퇴한 나쁜 무리라고 배운 시각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1950년 어느 날 이 동상의 맞은편에 있는 잡화점 주인이 톰 해리슨에서 샘 월튼으로 바뀐다. 월튼이 2만달러를 주고 산 이 잡화점은 연간 2560억달러어치의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 기업의 산실이 됐다.

불과 900가구가 살던 벽지의 촌락이었던 벤톤빌도 월마트의 성장과 함께 지금은 인구 2만6500여명의 도시가 됐다. 이중 8천명이 월마트를 위해 일하고 있으니 그냥 월마트 시티라고 해도 무방하다.

제임스 베리의 이미지는 중요하다. 월마트는 철저히 남부적 기업이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구매력이 낮은, 그리고 노조의 힘이 약한 남부의 농촌 지역에서 성장해 도시를 포위해 들어갔다. 월마트의 초기 성장기인 1960년대는 K마트가 할인 양판점 판매전략으로 욱일승천할 때였다.

월마트는 K마트가 구매력이 높은 도시의 교외에 집중한 틈을 타 아칸소 미주리, 오클라호마, 텍사스, 루이지애나, 테네시와 같은 남부 지역을 야금야금 파고들었다. 미주리만 빼고 월마트가 성장한 지역은 모두 ‘일할 권리가 있는 주(Right to work states)’에 속한다.

'Right to work states'라는 말에 조심해야 한다. 마치 노동권을 보호하는 주들을 가리키는 것 같지만 사실 의미는 그렇지 않다.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법 조항을 두고 있는 주들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들 주에는 노조의 힘이 약하다.

a 남북 전쟁 당시 남부 동맹군을 추념하는 글이 제임스 베리 동상 기반의 네 벽에 적혀 있다.

남북 전쟁 당시 남부 동맹군을 추념하는 글이 제임스 베리 동상 기반의 네 벽에 적혀 있다. ⓒ 홍은택

그 조항이란 노동자들이 노조에 들거나 회비를 내지 않고도 노조가 단체협상으로 얻어낸 과실들을 다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자들로서는 이 법에 따라 비노조원으로 있으면서 꿩(임금인상 등)도 먹고 알(노조회비 절약)도 먹을 수 있다.

그런 얌체들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법 조항을 ‘일할 권리’로 포장한 발상이 기막히다. 정확히 번역한다면 ‘노조에 회비를 낼 시간에 일할 권리가 있는 주’라고 표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일할 권리’라는 개념에는 노조와 노동을 서로 적대적인 관계로 보는 시각이 숨어 있다. 이 시각은 미국 내에서 꽤 만연해 있다. 노조는 되도록 일을 적게 또는 안 하고 많이 받아내려는 집단이라는 시각이다. 기업과 공화당 쪽에서 주로 퍼뜨리는 시각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입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사용주의 노조 탄압과 함께, 미국의 노조 가입률(2003년기준)이 12.9%대, 민간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 1억명의 가입률은 불과 9%에 머물러 있는 원인 중 하나다(한국의 노조가입률이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부소장의 2003년 분석결과 전체 임금노동자의 11.8%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노조의 불모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내 노조 가입률은 노조를 강력히 억압했던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20%대보다 더 떨어졌다. 특히 2002년의 13.4%에서 일 년만에 0.4%, 36만9천명이나 노조에서 탈퇴했다.

그것은 노조를 발본색원하는 월마트가 세계 최대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과 연결돼 있는 현상이다. 월마트는 기업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새로운 전형과 같은 것이다. 기업들이 월마트를 닮아가게 돼 있다

월마트의 경쟁력

a 박물관으로 개조된 월마트 1호점의 전경.

박물관으로 개조된 월마트 1호점의 전경. ⓒ 홍은택

대형 할인매장이 과연 통할까 싶은 인구 2, 3천명의 마을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월마트는 비용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득이 남지 않는다. 보급선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처음에는 벤톤빌 본사의 반경 480km 이내에 매장을 냈다.

샘 월튼의 전기를 가장 먼저 낸 밴스 트림블(Vance Trimble)에 따르면 보통 소매유통업체들은 매장부터 내고 매장을 지원하는 창고를 나중에 만드는데 샘 월튼은 대형 창고부터 만들고 창고에서 6시간 거리 이내에서 매장을 물색했다.

월마트의 대형 창고는 진짜 대형이다. 벤톤빌 외곽에 있는 창고의 크기가 28에이커라고 한다. 28에이커면 3만5천평쯤 된다. 축구장 야구장 실내수영장 실내체조경기장 등이 다 들어가고도 남는 땅이 한 지붕 아래 있다는 얘기다.

샘 월튼에 대해서 읽으면 읽을수록 엉뚱하게도 마오쩌둥이 연상된다. 마오쩌둥의 농촌혁명전략은 도시 노동자 중심의 레닌주의와 배치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월등한 무력을 지닌 국민당의 장제스를 피해 혁명세력을 조직할 수 있는 방법은 농촌밖에 없었다.

농촌에서 소비에트를 조직해 장제스 정권을 대만으로 밀어내는 과정은 농촌의 월마트가 결국 지난해 도시 중심의 K마트를 파산상태로 몰아넣은 것과 흡사하다. K마트의 본부는 북부인 미시간주 트로이에 있다.

샘 월트의 생전 고백이다.

“만약 그들(K마트)이 그 때 우리를 덮쳤어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나 우리는 작은 마을에서 장사를 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그들로서는 이 작은 마을까지 와서 경쟁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성장할 수 있는 10년간의 유예기간을 줬고 마침내 우리는 우리의 것을 지켜냈다. 그리고 그들이 나중에 깨어났을 때는 세상이 바뀌어있는 것을 깨달았다. 소매 유통업계의 판도가 역전됐다. 그들이 우리 뒤에 처졌다.”

월마트는 미국 내 3500여 개 매장에서 지금도 아침 조회를 하면서 으샤으샤 하면서 직원들에게 “Give me a W”라고 외치도록 한다. 샘 월튼이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의식이다.

또 샘 월튼이 지은 ‘샘의 원칙(Sam’s Rules)’은 마오쩌둥의 어록과 같다. 월마트의 경영진은 샘 월튼이 사망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샘의 원칙’을 인용해 회사를 설명한다. 중국의 가정에서는 6, 70년대 식사 전 마오쩌둥 어록을 외웠다.

a 집무실에 앉아 있는 샘 월튼 생전의 모습. 박물관에 비치된 사진이다.

집무실에 앉아 있는 샘 월튼 생전의 모습. 박물관에 비치된 사진이다.

월마트 1호점은 박물관 겸 방문센터로 바뀌었다. 직원 3명이 상주해 있고 맥도날드 박물관은 여기에 댈 게 못 될 정도로 실내 전시 공간도 넓다. 물론 본래의 1호점 면적 자체에 차이가 있는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월마트가 훨씬 더 성의 있게 사진과 비디오 테이프, 당시 신문 등의 다양한 자료들을 꾸며놓은 게 사실이다.

맥도날드의 창업자 레이 크록은 자식이 없었지만 샘 월튼은 부인이 아직도 살아 있고 4명의 자식을 둔 것도 혹시 창업자를 추모하는 열의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전시물 중 인상적인 것은 항공편대의 사진이다. 월마트는 18대의 리어제트(Rearjet) 기를 비롯, 20대의 소형 항공기 편대를 유지하고 있다. “항공편대가 없었으면 오늘 날의 월마트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이비드 글래스의 말이 적혀 있다. 글래스는 샘 월튼에 이어 CEO에 올랐다가 2000년 리 스콧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항공편대는 벤톤빌이라는 공간의 격리를 뛰어넘는 기동력을 월마트에 제공했다. 그 첫 조종사는 다름 아닌 샘 월튼이다. 그는 57년 1850달러를 주고 산 소형 항공기 'ERCOUPE'를 타고 다니며 월마트 후보지를 선정하고 매장을 순시해 관리 누수가 없도록 챙겼다.

또 다른 월마트 특유의 관리기법은 인공위성을 통한 매장관리다. 전국에 산재한 3500개 매장 하나 하나의 실내 온도가 벤톤빌 본부의 통제를 받는다. 매장 카운터 위의 스크린에는 본부의 메시지가 수시로 하달된다. 월마트는 펜타곤을 빼고는 가장 많은 위성들을 쓰는 곳이다.

창업자의 신화

a 샘 월튼의 검소한 1호점 집무실의 모습.

샘 월튼의 검소한 1호점 집무실의 모습. ⓒ 홍은택

이 1호점 박물관이 사실은 샘 월튼이 처음 낸 잡화점은 아니다. 맥도날드의 시작이 1호점 박물관이 있는 데스 플레인즈가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샌 버나디노(San Bernadino)이듯 월튼의 시작은 벤톤빌이 아닌, 뉴포트(Newport)에서였다.

월튼은 1945년 아칸소 주의 뉴포트(Newport)에서 프랭클린(Ben Franklin)계열의 잡화점을 인수해 뛰어난 수완으로 아칸소 주에서 가장 매상이 높은 잡화점으로 키웠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본 건물주가 임대계약 만료와 함께 계약을 해지해 버리는 바람에 졸지에 가게를 잃고 만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뉴포트를 떠나 새 가게를 얻은 곳이 바로 벤톤빌의 자칭 ‘1호점’이다. 샘 월튼에게 뉴포트는 뼈아픈 교훈을 준 곳이자 잊고 싶은 과거다.

미국에서 많이 운위되는 창업자의 신화는 사실 과장이 많다. 샘 월튼은 엄청난 재부를 쌓았어도 전혀 부자인 척, 그리고 잘난 척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세상을 뜰 때까지 포드 픽업 트럭을 직접 운전하고 다녔는데 1호점에 전시된 그 트럭의 시트는 가죽도 아닌 천이고 바닥 깔개에는 구멍이 나 있다. 미국인들은 그를 무에서 시작해 위대한 성공을 거둔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할아버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무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은행가였던 장인 L.S. 롭슨(L.S. Robson)의 도움 없이는 그의 성공을 설명하기 어렵다. 롭슨은 그가 처음 인수한 뉴포트의 잡화점 임대 비용을 대줬고, 벤톤빌의 가게터를 잡고 기존 주인을 설득해 가게를 내놓도록 한 것도 롭슨이다.

은행가의 장인을 둔 모든 사람이 월튼처럼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또 은행가 장인이 없는 사람도 월튼 만큼은 아니더라도 성공할 수 있지만 그래도 월튼이 맨주먹으로 자수성가했다고 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유능한 변호사였던 아버지의 도움이 없었으면 자신이 개발하지 않은 첫 컴퓨터 오퍼레이팅 시스템인 CP/M이나 DOS를 IBM에 라이선싱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오늘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에는 성공한 기업이 있으면 반드시 창업자의 신화가 있다. 기업 성공의 다른 요인들은 종종 묻혀 버린다. 그런 신화가 사람들에게 성공의 동기를 유발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성공과 실패의 이유를 모두 개인에게 환원해버리는 부작용이 있다.

a 샘 월튼이 타고 다니던 포드 픽업 트럭. 그는 운전사도 없었고 승용차도 따로 없었다. 개인 항공기를 몰거나 픽업 트럭을 탔다.

샘 월튼이 타고 다니던 포드 픽업 트럭. 그는 운전사도 없었고 승용차도 따로 없었다. 개인 항공기를 몰거나 픽업 트럭을 탔다. ⓒ 홍은택

“샘 월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물관에서 월튼의 생전 집무실을 함께 보던 관람객에게 말을 걸었다. 그 역시 그런 신화를 공유하고 있다.

“무에서 시작해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이다.”

말을 듣고 보니 남부 사투리가 아니다.

“어디서 왔는가.”

“미시간주 앤 아버(Ann Arbor)에서 왔다.”

거기서 여기까지 월마트 1호점을 보러 왔을 리는 없을 테고.

“미 연방환경보호청(EPA) 소속 공무원이다. 환경 문제를 협의하러 왔다가 탑승 시간에 여유가 있어 들렀다.”

그의 이름은 매트 페인. 시리즈 플린트 편에서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교육위원이던 시절 데이비슨시에서 고교를 다닌 사람으로 소개된 바 있다.

“월마트가 한국에도 들어와 있다(한국은 월마트가 진출한 10개국 중 하나다). 월마트가 들어가는 지역마다 주변 상권에 있는 소매 유통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도 그렇다. 월마트가 들어가는 곳마다 문닫는 가게들이 속출한다. 월마트가 창출하는 고용보다 없애는 고용이 더 많다는 논란이 있다. ”

“월마트의 방식은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월마트가 하는 대로 따라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생존하기 어렵다. 오로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조도 없애고 임금도 대폭 낮춰야 한다.”

"미국은 이미 그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월마트식의 자본주의를 견제할 첫 관문은 미국이다. 미국 내에서 견제가 걸리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 견제하기는 더 힘들다.”

“미국에서도 제동을 걸 수 없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대로 움직인다. 누구도 견제 못할 힘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싸게 물건을 사고 싶어하기 때문에 욕하면서도 월마트로 간다.”

대화는 월마트 박물관에서 나누기에 불온한 쪽으로 진행된다.

이 대목에서 페인씨는 혹시 박물관 직원들이 엿들을까봐 둘러보는 시늉하다가 웃음을 짓고 “하지만 그들의 행태가 지속되기 어려운 것 아닌가” 하고 말했다. 월마트가 받고 있는 여러 역풍의 사례를 소개했다.

월마트는 최근 들어 많은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여성 노동자 차별소송이다.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이 소송의 집단 소송 자격을 인정했다.

그러자 갑자기 월마트의 전·현직 여성 노동자 160만명이 원고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개별 기업에 대한 최대 인구의 집단소송이 됐다. 또 불법 이민자 고용에 관한 소송도 걸려 있다.

그러나 소송보다 무서운 역풍은 도시와 공동체의 저항이다. 최근 들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버몬트 주 등에서 월마트 거부 운동이 일고 있다. 과연 월마트의 무엇이 강한 반발을 낳고 있는지 다음 편에 모색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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