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5·18 묘역 집단참배 제안...영남중진 반발

지도부 제안에 이방호, 이상배 의원 등 "일방적 결정"

등록 2004.08.23 16:02수정 2004.08.2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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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한나라당 의총에서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무언가를 논의하는 가운데, 뒤로 이방호 의원과 안택수 의원이 턱을 팔에 괴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23일 오후 한나라당 의총에서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무언가를 논의하는 가운데, 뒤로 이방호 의원과 안택수 의원이 턱을 팔에 괴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 : 23일 저녁 8시 50분]
"짝사랑의 노래를 부를 때인가...정서적으론 동의 못해"
5·18 묘역 집단참배 놓고 영남권 중진 거센 반발


광주 5·18 묘역 집단참배를 놓고 영남권 비주류 중진들의 반발이 거세다. 23일 본회의가 끝나고 다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의 이방호, 이상배, 김용갑, 안택수 의원 등은 영남 지지층을 의식하며 "지도부의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이들은 '호남 끌어안기'로 상징되는 이번 연찬회 프로그램을 싸잡아 "작위적인 이벤트"라고 비판하며 "우리가 섬진강가를 거닐며 짝사랑의 노래를 부를 때인가, 마음없이 도와주는 것은 오히려 밉다"라고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용갑 의원은 "법적으로는 민주화운동을 인정했지만 정서적으로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영남권, 50대 이상 국민들은 합의를 나타내지 않았다"며 지지세력의 반발을 우려, 망월동 5·18 묘역 참배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안택수 의원은 "지금 북한 핵이 언제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를 이때 어떻게 태평성대가를 부르면서 섬진강을 산책할 생각을 하나"라며 "지나치게 작위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 의원은 "호남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것은 대선을 너무 빨리 앞당겨서 생각하는 조급증 아닌가 걱정스럽다"며 "집단참배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시기상조를 내세워 연찬회 서울 개최를 주장했다. 이상배 의원 역시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책토론에 집중할 때"라며 서울개최에 동의를 표했다.

수도권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반대입장을 보인 이재창 의원(파주)의 논리는 조금 달랐다. 이 의원은 전남 부지사 경력을 내세워 "그분들이 피해의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나라당이 비례대표를 주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호남 배려를 하지 못했다"며 "마음에 없이 도와주는 척하는 것은 오히며 밉다"라고 지적했다.


망월동 묘역 집단참배를 비롯해 연찬회 호남 개최를 둘러싼 격론은 중진과 초선, 세대갈등의 일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방호 의원은 "선배들의 문제제기를 매도하는 식으로 몰아치면서 당을 이끌어서는 안된다"며 "노장청이 합해서 만들어진 당"임을 강조, "지켜보고 있다, 예를 갖춰서 당론을 이끌어가라"고 말했다.

박근혜 지지 소장파, 영남·수도권 초선들 "적극적으로 호남 끌어안아야" 반박


하지만 이들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지는 못했다. 소장파를 비롯해 영남·수도권 초선 의원들은 "전국정당화를 위한 적극적인 호남 끌어안기가 필요하다"며 지도부의 결정에 지지를 표시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광주묘역에 소속 의원 전부가 참여한다고 해서 내부논란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가슴 아프고 한참 뒤떨어졌다는 반증"이라며 "이미 통지된 프로그램이니만큼 힘을 보태달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정병국 의원은 "5·18법은 우리가 다수당일 때 만든 법인데 우리가 만들어 놓고 가지 않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몇분의 반대가 있어도 강행해야 한다"고 서울개최 제안을 일축했다.

김희정 의원은 "이벤트도 계속하면 트랜드가 된다"며 "광주호남에서 1% 지지율로 외롭게 싸우고 있는데 한나라당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계동 의원은 "경상도 출신 의원들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단지 호남표를 움직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호남 끌어안기는 2천만 수도권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한선교 의원은 나아가 "아침인사하고 4인 1조로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 택시기사와도 얘기하고, 팔 걷어 부치고 지역민들과 어울려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서진정책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예정대로 일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마지막 정리발언을 통해 "왜 굳이 호남이어야 하는가, 우리가 해결할 과제로로서 장벽 무너뜨리기의 시도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행의지를 내비쳤다.

임태희 대변인은 "반대하는 사람들도 끝까지 설득하자는 취지에서 의총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며 소수의 이견임을 강조했다.

한편 16명의 의원들이 나서서 2시간 30분 동안 격론을 벌이는 동안 간간히 지도부를 비토하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몇몇 의원들은 수도이전과 과거사 문제에 좀더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며 당 정체성, 진로 등에 있어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종근 의원은 "여당의 대표가 이부영씨가 되고 김부겸, 안영근, 김영춘 등 한나라당 미래연대 출신이 열린우리당을 접수했다"며 "그분들과 미래연대는 같은 입장 속에서 움직여 왔고 미래연대는 아직 살아있다, 이에 대한 미래연대측의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1신 : 23일 오후 4시]

한나라당의 '호남 달래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표가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유신피해'를 사과한 것을 기점으로 당개혁 등이 논의될 의원 연찬회를 전남 곡성·구례에서 개최하는 등 이른바 서진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연찬회 마지막날 광주 5·18 묘역 집단참배를 계획하고 있어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오는 28∼30일 예정된 한나라당 의원연찬회는 장기적인 대여전략과 당 개혁방안 및 진로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될 자리. 특히 이번 연찬회가 박근혜 2기 체제 출범 후 갖는 첫 의원모임이라는 점에서 평가와 진로가 어떻게 내려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 출발의 장소로 전남 지리산 자락을 택했다는 점에 의미가 남다르다.

한나라당의 남경필 수석부대표는 연찬회 의제와 관련 ▲9월 정기국회 대여전략 ▲한나라당의 미래와 대한민국 선진화 방안 ▲수도이전, 국가정체성 현안 당론수렴 ▲당명개정 등 당개혁방안 등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근혜 2기' 호남에서 본격 출발

한나라당은 28일 국회를 출발해 천안 독립기념관을 거쳐 남원과 곡성을 경유, 전남 구례에서 2박 3일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주요 현안 토론회와 별도로 갖가지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는데 섬진강 순례, 판소리 배우기, 마을주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제, 농촌체험 등이 주요 내용이다.

연찬회 마지막날 서울로 귀경하면서 광주에 들러 망월동 5·18 묘역을 참배하는 것이 하이라이트. 하지만 이는 아직 확정된 프로그램이 아니다. 지도부가 공지한 일정에 대해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일고 있어 당내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확정될 예정이다.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영남 중진 이방호 의원은 "한나라당 전체가 광주 묘역을 참배라는 것은 의원들의 총의를 받아야 할 사항"이라며 지도부의 일방적인 통보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 의원은 "섬진강 걷기 문화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과연 연찬회 내실화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나아가 "연찬회를 굳이 전남까지 가서 하는 것이 나은지, 서울에서 하루 정도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원총회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영남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대해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 계획은 소수의견이 아니라 공식, 비공식 회의를 거쳐 안을 만들었고, 의견수렴을 위해 계획을 미리 선보인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광주항쟁은 민주혁명으로 우리 국회가 성격규정을 했고, 5·18 묘역은 국립묘지로 이미 지정된 상태"라며 참배가 대세임을 강조했다.

영남 비주류 반발에 DR "광주항쟁은 민주혁명" 일축

한편 박근혜 대표는 지난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차 광주에 들러 망월동 국립묘지를 참배했고, 지난달 전당대회를 위한 첫 대의원대회를 광주에서 개최하는 등 '호남 껴안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24일 광주·나주 수해현장을 방문, 대표당선 후 민생현장의 출발지를 호남으로 삼았다.

'호남 없이는 정권재창출이 어렵다'며 적극적으로 호남 화해를 주장해온 수요모임 중심의 소장파 의원들은 지난 달 호남농활을 하면서 하방정치를 실천해왔다. 또한 박근혜 대표의 최측근 자문역으로 통하는 박세일 여의도연구소 소장은 "역사공동체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며 "우선 전라도의 원한과 비판을 경청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23일 오후 한나라당 의총에서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원내보고를 듣고 있다.
23일 오후 한나라당 의총에서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원내보고를 듣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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