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박인오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푸르디푸른 하늘에 한 점 구름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운치 있다 하겠지만 외로운 하늘의 마음 달래주는 한 점 구름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한 그루 늙은 소나무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쓰러질 듯 서 있는 소나무가 무엇이 아름다울까 마는 길 떠나는 나그네에게 그늘을 주는 한 그루 늙은 소나무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발걸음이 빠르지만 경망스러워 보이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발걸음이 느릴지라도 게을러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필단의연(筆斷意連)이라 했던가. 글은 끊기어도 마음은 이어진다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벽안(碧眼)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마음을 깨치고 깨쳐 푸른 눈을 가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의 푸른 눈은 나를 깨치고, 그의 푸른 마음은 세상을 푸르게 하리라. 가슴속 의젓한 심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 그의 의젓한 심지는 속 좁은 나를 꾸짖고, 나는 잠시 민망해하리라.
웃음이 커다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애써 천박함에 웃음 짓지 않는 그런 의연함이 깃든 사람을 만나고 싶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의 부족한 표현력을 아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는 나의 말없음을 단지 화남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 표현의 부족함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생각하지 않으리라. 정말 내 마음을 나같이 아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