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차라리 야4당 공조에 희망 건다?

과거사, 수도이전 등 "선물 없는" 정부여당에 정면돌파 전략

등록 2004.08.25 20:57수정 2004.08.2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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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 살리기를 위한 공동보조의 필요성에 정부와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 양상은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제 1야당인 한나라당의 행보가 그 갈림길. 한나라당의 무게중심이 야 4공조로 쏠리고 있어 민생현안과 개혁입법이 산적한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합의를 위해 여당이 내놓을 해법이 주목된다.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단은 25일, 두 번의 만남을 가졌다. 하나는 이해찬 총리·천정배 열린우리당 대표와 가진 오찬간담회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과의 정책협상. 전자는 알맹이 없이 끝난 반면, 후자는 매주 1회 정책회의를 정례화 하기로 하는 등 합의안이 속속 도출되고 있다.

남경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심상정 민주노동당 수석부대표, 김낙성 자민련 원내총무,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낮 국회에서 만나 4당 경제토론회 이후 현안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수석부대표,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 남경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회의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남경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심상정 민주노동당 수석부대표, 김낙성 자민련 원내총무,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낮 국회에서 만나 4당 경제토론회 이후 현안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수석부대표,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 남경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회의장소로 이동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장면1 : 야4당 원내대표단 정책협상

"국민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여당은 과거사 청산을 한다고 신경을 안쓰고 있다. 그게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 경제살리기는 이제 야당이 나서야 한다."(남경필 한나라당 수석부대표)

"정부여당이 노사정 대타협을 궁리하고 있는데 재계, 노동계 모두 시큰둥이다. 국면을 타계하기 위한 전시행정이고 책임전가용이다.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여당에 제안하자."(심상정 민주노동당 수석부대표)

"야 4당 공동주최의 경제위기 국민대토론회 성과가 좋았다. 불참한 여당에 유감이다. 국정과제 우선 순위가 뭔지 혼란스럽다. 국회가 나서서 국정의 우선 순위를 정리하고 여당의 동참을 이끌어내자."(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

"여당이 참여해야 후속조치로 이어지고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실망만 깊어진다. 여야가 참여해서 국민의 마음을 읽는 정책을 내놓자."(자민련 김낙성 의원)


23일 남경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방에 모인 야 4당 협상 대표자들이 던진 말이다. 이들은 9월중으로 ▲연기금관리방안 ▲예결특위 일반 상임위 전환 ▲노사관계 진단 및 해법 등 3가지 현안에 대한 토론회 개최와 카드대란 국정조사 추진에 합의했다. 또한 한나라당이 제안한 신행정수도이전 국민대토론회의 공동개최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국정 우선 순위 우리가 정해 여당에 제안하자"


이들이 합의한 사안은 모두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거나 반대하는 쟁점현안. 야 4당은 일단 여당의 동참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안되면 단독 추진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남경필 수석부대표는 "밀어부치기 식으로 법안 통과만 고집하고 있다"며 여당의 협상태도에 불만을 제기했다. 여기에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야4당 정책공조의 의미를 부여하며 "정책토론회는 각당의 차이점을 드러내고 국민의 평가 속에 일치점을 찾아가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낙연 원내대표는 "야 4당의 이름으로 여당동참을 제안하자"며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기금관리법 개정안이야말로 여야 토론이 절실한 사안이다, 여당이 정말 열린당이라면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 원내회의를 정례화 하기로 합의하는 등 적극적인 야 4공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25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을 초청해 오찬회동을 갖고 정국현안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25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을 초청해 오찬회동을 갖고 정국현안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장면2 : 이해찬 총리·양당 원내대표 간담회

이해찬 국무총리는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여야 원내대표단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노사정협의체 구성과 민생법안 처리에 관해 양당 대표단에게 협조를 구했다. 이에 대해 양당은 원칙적으로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는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이지만 과거사, 수도이전 등 정치현안들이 잠복해 있어 이에 관한 타협이 경제회생 공조에 변수로 작용할 상황이다.

이 총리는 우선 고용창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과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생경제 법안들의 9월 정기국회 처리를 당부하며 "내년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이에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생경제를 살리는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하면서도 "정부여당이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분위기인데 필요하면 같이 의논하고 야당 제안도 받아달라"고 섭섭함을 표시했다.

이 총리는 여야합의를 강조하며 "정책의 합리성과 타당성이라는 기준에 맞는다면 누가 제안한 것인지는 문제가 안된다"며 "합의 없이 지시해서 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이어 "각 부처가 의견 조율을 할 때 어떻게 설득하면 수용을 하겠는지 회의 내내 고민한다, 여야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김덕룡 원내대표의 "대통령의 뜻만 실천하는 총리가 아닌 완충역할을 기대한다"는 주문에 이같이 답했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친일진상규명법, 국가보안법 등의 개혁법안에 대한 협조를 구하며 "둘다 만족스러운 결론을 위해 밤새 토론할 수 있다"고 대화의지를 보였으나, 김덕룡 원내대표는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따지며 "100가지를 다 욕심낼 수는 없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정책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9월 정기국회 잘 부탁한다" vs "야당에게 줄 선물 있나"

이 총리는 이날 양당 대표들에게 '합의'의 가능성을 애써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이 총리는 "상황인식에 대해서는 여야가 대동소이한 것 같다"며 한나라당이 기금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점을 의식, "김덕룡 대표에게 명운이 달렸다, 오래 모신 선배다"라고 말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여기에 김덕룡 대표는 "야당에게 선물을 하나 주셔야 하지 않나"라고 말해 수도이전, 과거사, 국보법 등에 관한 정부여당의 태도변화를 우회적으로 주문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한 참석자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부측이 의회협조를 구하는 의례적인 만남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 이어 9월 정기국회를 예결산 심사에 중심을 두며 재정악화의 책임을 따지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대타협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국정운영의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제회생 한 목소리... 그러나 여야 신뢰는 바닥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이해찬 총리와 천정배 원내대표와의 만남의 성과를 묻는 기자에게 "선물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다시 말해 과거사, 수도이전, 국보법, 예결위 상임위화 등 열린우리당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 정부여당의 변화된 태도는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앞으로 양당협상보다는 야 4당공조에 더 힘을 싣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과의 협상을 야당연대를 통해 강제하겠다는 의지다.

상생을 모토로 내세웠던 17대 국회는 정책적으로 별반 상생을 해온 게 없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예결위 상임위화 문제로 경색되기 시작해, 과거사 논쟁으로 감정대립을 보여왔고 수도이전사업에 있어서도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더욱이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여당의 각종 개혁법안에 있어 야당과의 조율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당은 여론을 의식해 '경제살리기'를 한목소리로 내고 있지만 이를 추진할 신뢰가 형성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양당의 물밑 대화는 전혀 없다. 이에 대해 원내대표단의 한 의원은 "공식적인 협상테이블을 통해 입장차만 확인하고 있다"며 "여당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과 야당이 만나야 해결될 상황인 것 같다"고 말해 여야간 불신의 현주소를 반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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