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지리적 위치, 발표 기관마다 달라 '혼란'

[주장] 기준 측지계 변경에 따른 기준안 통일 필요

등록 2004.08.26 22:40수정 2004.08.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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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울릉도에서 보이는 독도. 독도의 좌표 및 울릉도 독도 거리가 발표자료마다 값이 달라 혼돈을 일으키고 있다.

울릉도에서 보이는 독도. 독도의 좌표 및 울릉도 독도 거리가 발표자료마다 값이 달라 혼돈을 일으키고 있다. ⓒ 김철환

독도의 위치가 정부의 발표 자료마다 차이가 나며, 특히 울릉군에서 제작한 여러 홍보물에서 울릉도-독도간의 거리가 정부의 발표 자료보다 약 3km 멀리 소개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독도영유권 문제를 고려할 때 독도의 위치 및 울릉도 독도간의 거리에 관한 보다 정확한 통일된 자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민생활체육전국수영협의회와 고양시가 주최한 울릉도-독도 수영 종단팀은 발표된 자료와 실제 거리가 차이가 나 종단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정부의 공식기록 발표기관이라 할 수 있는 건설부 국립지리원이 지난 2001년 8월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독도 동도에 위치한 삼각점의 위치는 동경 131도 52분 17초, 북위 37도 14분 12초이며, 울릉도와 독도간 거리는 89.493km이다. 이 거리는 48.322해리에 해당한다.

해리(nautical mile)란?

바다에서 흔히 사용하는 거리의 단위인 해리는 1해리가 1.852km에 해당한다. 1해리는 위도 1분의 거리와 같다. 배의 속력을 나타내는 단위로 노트(knot)를 사용하는데, 1노트는 1시간에 1해리(위도 1분) 가는 속력으로, 이러한 편리성으로 바다에서는 해리 단위를 흔히 사용한다. 남북방향의 위도 1분의 거리는 지구상 어느 지점에서 관측하여도 일정하지만, 동서방향의 경도 1분의 거리는 지구가 타원체이므로 위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 김윤배
그런데 현재 흔히 독도를 소개할 때 또 다른 통용되고 있는 정부의 공식 발표 자료는 1989년 7월 22일 당시의 교통부 수로국(현재의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측량한 자료이다. 이 자료는 독도 삼각점의 위치를 동경 131도 52분 22.715초, 37도 14분 12.883초이며, 울릉도 독도간 거리는 87.807km라고 보고하고 있다. 2001년 발표 자료와 경도에서 약 5초의 차이로 이는 약 150m에 해당한다. 관측 장비의 발달과 장비 자체의 오차범위를 고려하더라도 비교적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01년 국립지리원이 발표한 자료는 다른 관측 자료들과 어느 정도 일치할까?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이 지난 1999년 9월에 GPS를 이용하여 관측한 자료에 따르면, 독도 1등 삼각점의 위치는 경도 131도 52분 8.3406초, 위도 37도 14분 22.2636초였다.

이러한 관측 자료는 국립지리원의 발표 자료와 위도로는 약 9초, 경도로는 10초의 차이가 나, 위도에서 약 278m의 매우 큰 차이가 난다. 언뜻 짐작하기에 관측기관에 따라서 독도의 지리적 위치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의 관측 자료는 1997년 국립해양조사원이 영해기점 조사사업의 일환으로 관측한 자료와 GPS 오차범위에 있는 매우 유사한 결과이다.

왜 이러한 큰 차이가 발생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준 측지계의 변경에 따른 혼란이라고 할 수 있다. 해상 및 육지의 위치를 표시할 때, 우리 나라는 일제가 1910년대에 조선토지사업에서 지형도와 지적도의 제작 편리을 위해 채택한 동경측지계를 최근까지 사용하여 왔다. 그런데 최근 세계측지계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이용이 급증해지면서 국제수로기구에서 세계측지계 사용을 권장하자 지난 2001년 12월 측량법을 개정하여 기존의 동경측지계에서 세계측지계로 측량 기준을 변경하였다. 일본은 2002년 4월 1일부터 세계측지계를 전면 시행하였다. 현재 어선에서 GPS를 사용한 위치 측정은 세계측지계(WGS-84) 기준에 의한 좌표를 표시한다.


두 측지계의 차이는 지구의 장반경, 단반경, 편평율 등 지구 타원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차이로, 동경측지계에 비하여 세계측지계로 위치를 측정하는 것이 훨씬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경측지계는 1841년 발표된 베셀(Bessel) 회전 타원체 상수를 채택하고 있으며, 세계측지계는 1984년 발표된 WGS-84 상수를 채택하고 있다. 지구의 중심에서 적도면까지의 거리인 장반경의 경우, 베셀 상수는 6377.397155km이며, WGS-84 상수는 6378.137km로 두 상수는 약 0.74km의 차이를 보인다. 최근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측정한 결과 WGS-84 상수가 더 정확한 상수로 판명되었다.

동경측지계에서 세계측지계로 변경하는 경우에 우리 나라에서는 약 400m의 차이가 발생하며, 관측점의 위치값 또한 달라지게 된다. 현재 해도에서는 흑색선은 동경측지계 기준, 녹색선은 세계측지계를 기준으로 한 경위도 선을 표기하고 있다. 즉, 국립지리원이 2001년 8월에 조사한 관측자료는 동경측지계에 해당하며, 한국해양연구원 등이 조사한 관측자료는 세계측지계에 해당하는 자료로 이러한 기준 측지계에 대한 안내의 부족으로 여러 홍보물에서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립지리원 발표자료를 세계측지계로 변경하면 경도 131도 52분 08.045초, 위도 37도 14분 21.786초에 해당하며, 한국해양연구원의 관측 결과와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이른바 국익보호외교의 일환으로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연장하거나 동해 명칭에 대한 일본해 표기확장, 독도영유권 논리 강화 등을 위해 약 78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재무성에 신청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 나라 외무부는 2004년 예산안에 영유권 공고화와 해양경계획정사업에 단지 4억8천만원을 신청한 바 있다. 재정규모의 양적인 규모는 차지하고서라도,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독도의 정확한 위치에 관한 통일된 기준안을 마련하거나 측정된 자료마저 정확히 홍보되지 않아 상당한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도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서 영해(영해기선으로부터 12해리 이내) 혹은 배타적 경제수역(EEZ, 영해기선으로부터 200해리 이내)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바다는 육지에 비해 3차원적인 규모임을 직시해야 한다. 즉, 육지에서는 가로세로 100m가 넓어지면 단지 약 3000평의 새로운 국토를 확장할 수 있지만, 바다에서는 울릉분지의 경우 약 2300m의 수중 깊이와 상당한 양의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고려되는 해저 지층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육지에 비해 몇 천배 규모의 실로 어마어마한 국토가 확장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측정기술의 발달과 기준 측지계 변경에 따른 올바른 홍보를 위해서라도 혹은 당면한 바다 영역 확보에 대한 보다 정확한 자료를 위해서라도 국립지리원,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가의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이 가장 신뢰성 있는 관측을 바탕으로 독도의 좌표에 대한 통일된 기준안을 새롭게 정립하여 발표함으로서 현재의 혼란된 상태를 하루 속히 정리하고, 정확한 영토 기준을 작성해야 한다.

a 울릉도에 위치한 독도전망대 독도방향 안내판. 실제 거리보다 더 멀리 설명하고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

울릉도에 위치한 독도전망대 독도방향 안내판. 실제 거리보다 더 멀리 설명하고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 ⓒ 김윤배

또한, 현재 울릉군의 각종 자료에 울릉도 독도거리가 그나마 발표된 89km보다 무려 3km 많은 92km로 소개되어 있어 울릉도에서 독도가 실제거리보다 더 떨어져 있는 것으로 홍보되고 있는데 이를 하루 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이른바 공도 정책으로 울릉도 주민을 육지로 쇄환시키는 정책을 펼 때 일본은 이를 틈타 울릉도, 독도를 제집 드나들 듯했다. 1800년대 이전 외국의 대다수의 지도가 동해 명칭을 ‘MER DE COREE', '조선해’로 표기했다. 하지만, 이후 일본의 해양에 대한 많은 적극적인 연구 결과가 외국에 소개되면서 이제는 일본해로 외국에 흔히 알려지고 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우리는 교훈을 찾아야 한다.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단순한 외침보다 독도에 대한 정확한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독도는 지켜져야 한다. 지금 일본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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