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브레이크, 브레이크"

[포토]폭우가 쏟아지던 날 일어났던 교통사고 현장

등록 2004.08.28 02:37수정 2004.08.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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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고를 당한 차들이 비상도로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쓴 채 크게 부서진 자신의 차를 바라보고 있는 운전자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사고를 당한 차들이 비상도로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쓴 채 크게 부서진 자신의 차를 바라보고 있는 운전자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 조경국

"어... 어... 브레이크, 브레이크"


브레이크를 밟으며 비상등을 켭니다. 갑자기 도로가 아수라장이 됩니다. 트레일러 한대가 중앙 분리대를 들이 받고 자체가 심하게 꺾여 있습니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차들이 충돌합니다. 비상도로로 사고가 난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갑니다. 한대는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딪혀 중앙 분리대 쪽에 그대로 있습니다.

지난 7월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서 일어났던 사고입니다. 정말 순식간에 사고가 일어났고, 촬영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브레이크를 밟고 속도를 줄이자마자 옆에 있던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습니다.(위험한 행동인 것을 알지만 그땐 정말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얀 상태에서 습관처럼 촬영을 했습니다.)

a 트레일러의 앞부분이 꺾여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급히 사고차를 피해 가는 차들의 모습이 위험해 보입니다.

트레일러의 앞부분이 꺾여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급히 사고차를 피해 가는 차들의 모습이 위험해 보입니다. ⓒ 조경국

비상도로로 사고 난 차들이 멈춰서는 것을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큰 추돌사고가 바로 눈앞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에어컨 바람으로 차가운 차 안인데도 식은땀이 맺혔습니다.

한동안 촬영한 것을 잊고 있다 얼마 전 필름을 현상했습니다. 필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날 일어났던 사고 현장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도로에 널린 파편들과 비를 맞으며 구급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모습, 날카로운 경적 소리. 멀리 반대편 도로에서 보이던 사이렌 불빛.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는 편이라 교통사고를 자주 접합니다. 가까운 가족 중에서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쳐 걷기가 자유롭지 못한 분도 있습니다. 저 자신도 가벼운 접촉사고까지 포함하면 모두 여섯 번의 교통사고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건널목에서 택시에 부딪혀도 보고, 안전띠를 매지 않고 조수석에 타고 있다 충돌사고가 나서 머리로 차 앞 유리를 깨버린 적도 있습니다. 유리가 박살나고도 머리가 한 움큼 빠진 것 외엔 멀쩡했으니 운이 좋았다고 밖엔 할 말이 없습니다. X머리라고 놀림을 받아야 했던 괴로움을 빼면 안전띠의 중요함을 온 몸으로 느꼈으니 그만큼 좋은 경험도 없었지요.

지금까지는 대부분 피해자의 입장이었지만, 운전을 하고 있기에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차를 운전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타인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자동차가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해주지만 그 편리함 만큼 해로움도 큽니다.


사진에서처럼 등골이 서늘해지도록 위험한 순간을 대부분의 운전자는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아무리 방어 운전을 하고 있다 해도 교통사고의 확률을 줄일 뿐이지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순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야 한다면 조심조심 교통질서를 지키며 안전운전을 하는 것만이 사고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란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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