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볼품없는 생김새에 비해 맛은 참 좋습니다. 겉모양에 반해 덥석 사온 복숭아가 달지도 않고 시지도 않은 밋밋한 맛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개복숭아는 늘 새콤달콤한 맛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름이 저물어가고 가을 바람이 옷깃을 스칠 즈음이면 개복숭아도 노랗게 익어갑니다. 돌처럼 단단하던 열매가 차츰 물렁해지고 단맛이 늘어갑니다.
개복숭아를 먹다 보면 벌레도 많습니다. 거무스레 변한 과육에서 벌레가 꿈틀대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개복숭아를 먹으면서 그 벌레가 징그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냥 벌레 있는 부분만을 발라내고 나머지 부분은 맛있게 먹었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는 이가 약해 잇몸에 의지해서 사셨습니다. 틀니는 구경도 하지 못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지요. 개복숭아가 지천으로 달릴 때면 할머니는 긴 막대기와 비료 포대를 들고 개복숭아를 따러 가셨지요.
한나절 지나면 할머니는 개복숭아가 가득 담긴 비료 포대를 머리에 이고 들어오셨습니다. 그 많은 복숭아를 마루에 쏟아놓고 생김새도 반듯하고 맛도 좋아 보이는 건 손자 녀석들 몫으로 골라 놓습니다.
남은 건 전부 양은 솥에 넣고 삶습니다. 간혹 단맛을 내기 위해 감미정 몇 알을 넣고 삶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삶았습니다. 이가 없으신 할머니의 간식입니다. 할머니 옆에 턱을 괴고 앉아 있다가 먹어본 삶은 개복숭아는 색다른 맛입니다. 새콤달콤한 맛이 많이 사라지고 달착지근한 맛으로 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