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커피 잡수세요.박철
내가 아내에게 커피 한 잔을 부탁한다는 소리를 듣고 은빈이가 불쑥 끼어들었습니다.
"아빠! 내가 엄마, 아빠 커피 타 드릴게요."
"은빈아! 나는 마누라가 타 주는 커피가 마시고 싶은데."
"괜찮아요."
"뭐가 괜찮은데."
"아빠! 내가 마누라라고 생각하세요."
은빈이는 책을 읽다 말고, 잠옷차림으로 주방에 들어가 주전자에 물을 붓고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는 커피 잔을 꺼냅니다. 커피와 설탕을 찾아다 놓고 얼른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데 익숙한 솜씨입니다.
"은빈아! 아빠는 엄마랑 둘이서 다정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싶거든. 그런데 요즘 은빈이가 엄마 아빠가 대화를 나누는데 자꾸 끼어드는 것 같다."
"아빠! 내가 안 끼어들면 분위기가 안 날걸요."
은빈이는 나와 아내가 커피와 설탕을 얼만큼 넣는지 다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쟁반에 커피 잔을 담아 밖으로 들고 나오는데 아,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아내는 강화 시민연대에서 주관하는 자연생태교육을 열심히 받고 있습니다. 어제 조류탐사를 하고 온 이야기를 아내가 재밌게 설명하고 있는데, 옆에서 은빈이는 아내보다 더 큰 목소리로 재잘거립니다.
아내와 은빈이는 내게 점수를 따야 할 일도 없는데 서로 지지 않으려는 듯이 목소리가 커집니다. 덩달아 새들도 찾아와서 재잘거리고 있습니다. 은빈이가 타 준 커피 맛은 환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