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30분 '5·18 참배'에 24년 걸렸다

[현장] 박근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지지 받겠다"

등록 2004.08.30 16:10수정 2004.08.3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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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에서 사흘간 의원연찬회를 마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은 30일 오후 광주 망월동 5.18묘지를 참배하고 헌화분향했다.
전남 구례에서 사흘간 의원연찬회를 마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은 30일 오후 광주 망월동 5.18묘지를 참배하고 헌화분향했다.이종호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 의원 백여명이 망월동 묘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 의원 백여명이 망월동 묘역으로 들어서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30분 참배를 하는데 24년이 걸렸다. 30일 한나라당 의원들은 호남에서 열린 의원연수 마지막 일정으로 광주 5·18 민주화항쟁 묘역을 찾았다. ‘광주 가해세력’인 민정당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이 당의 이름을 걸고 왔다는 점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터진 날이다.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10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원들은 5·18 민주화 항쟁 추모탑 앞에서 헌화와 분양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전에 이미 4번 왔었다. 하지만 이번 참배는 그 동안 못 오신 분들이나 다 같이 마음을 합해서 오게 되었다는 데 뜻이 있다.”

참배를 끝내고 난 뒤, 박근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박 대표는 이번 호남에서 진행된 2박 3일 의원연수에 대해 "가는 곳마다 주민들이 따뜻하게 맞아줬다"며 "앞으로 꾸준히 노력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5·18 사진자료 전시관과 묘역을 두루 살피며, 안내원이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사연을 설명할 때마다 시종일관 “예, 예”라며 긴 말 없이 차분히 고개만 끄덕였다.

이번 연찬회 일정을 기획한 김덕룡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뜻을 함께 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며 애초 영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광주참배가 성사된 것에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참배식에는 ‘시기상조’를 내세우며 반대의사를 밝힌 안택수 의원과 대구에서 내리 5선을 한 강재섭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김용갑, 정형근, 이상배 등 일부 영남 중진의원들은 불참했고 이방호 의원은 의원연수에는 참여했지만 참배에는 빠졌다.


안택수 의원은 "애초 내 뜻이 잘못 전달되었다“며 반대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한 해명과 함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자세로 다가서야지, 이벤트식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재섭 의원은 “4번째 오는 것”이라며 “5.18은 우리나라 역사발전의 큰 고통이 되는 사건으로, 망월동 묘역은 영호남이 진심으로 이해하고 화합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장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헌화분향을 마친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의원들이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헌화분향을 마친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의원들이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이종호

"묘역참배에 부정적이었던 중진들 대거 참석 의미 있어"

주성영 의원은 "한나라당이 무지했던 부분을 해소하는 의미가 있다"며 “묘역참배에 부정적이었던 중진의원들도 대다수 참석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70-80년대 재야민주화운동을 했던 김문수, 이재오 의원 등은 지도부 일행과 떨어져 박관현 묘소(80년 전남대 총학생회장)를 둘러보며 옛 기억에 잠기기도 했다.

한나라당에서 유일한 광주출신 의원인 심재철 의원은 “잘 온 것이다”라고 말하면서도 “광주 시민들은 5·18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정서를 알아야 한다”고 말해 섣부른 호남화해에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았다.

78학번인 박형준 의원은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며 “여러 차례 와봤지만 오늘 감회는 남다르다”며 “내 또래들이 당시 많이 죽었다, 나도 그 해 5월 13일 시위를 하다가 한쪽 눈이 깨졌다(최루탄에 맞아 약시가 됨)”고 소회를 드러냈다.

이어 박 의원은 “오늘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한나라당이 광주와 스킨십과 소통을 많이 해서 진심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숙 의원은 광주참배 논란이 있었던 것에 대해 “문제제기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 광주는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이 지고 가야 할 부채”라고 말했다.

이날 광주 5·18 묘역에는 박광태 광주시장이 직접 나와 의원들을 환대했다. 박 시장은 “관심을 안 가져주는 것이 섭섭하지, (이벤트성 접근이라도) 한나라당이 이렇게 와주는 것은 시민들도 반기는 일”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약 30분 간 망월동 묘역에 머물렀고, 이 일정을 끝으로 2박3일의 의원연수 일정을 모두 마쳤다.

박광태 광주시장이 박근혜 대표에게 묘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광태 광주시장이 박근혜 대표에게 묘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종호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등 의원들이 참배를 마친뒤 묘역을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등 의원들이 참배를 마친뒤 묘역을 나서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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