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 전경, 용문사는 호구산에 호젓하게 자리하고 있다김정봉
난 휴가 일정에 절은 거의 빼놓지 않고 집어넣는데 천주교 신자인 아내는 싫은 내색 없이 잘 따라와 준다. 이런 아내가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여 이번 여행에서 절만은 아내와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아내가 숙소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수영을 하고 있는 동안 나 홀로 잠시 짬을 내어 찾은 절이 용문사다.
난 불자는 아니지만 괜히 절에 들어가면 마음이 가라앉고 심신의 피로가 가신다. 생활의 찌든 때가 벗겨진다고나 할까? 오래된 절터는 명당 중에 명당에 자리하고 있고 그에 못지 않게 풍광도 수려할 거라는 것이 나의 신념인데 이래서 더욱 절을 찾게되는 지도 모르겠다.
꼭 이런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사람의 손때를 타면 더러워지는 것, 훼손되는 것들이 있는 반면 사람의 손으로 더 아름다워지고 추한 것이 정(淨)케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러한 것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 땅에서는 절이 아닌가 싶다. 용문사는 위의 두 가지를 충족시키고 있으니 시간을 내어 이 절을 들르지 않았다면 후회막급할 뻔했다.
절에 도착했을 때 기분을 좌우하는 것은 절 입구의 풍경이다. 이제는 웬만큼 알려진 절이라 하면 호젓한 분위기는커녕 온갖 맛 자랑을 해대는 음식점 때문에 절에 가기도 전에 기분이 상하기 일쑤지만 여기는 깔끔하고 한적한 것이 벌써 절에 올라가지 않고도 이 절이 보통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