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은 흑자일까?

미국이 벌인 전쟁 탓에 발생한 경비를 그리스가 부담하기도

등록 2004.08.31 14:25수정 2004.08.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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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진

아테네 주경기장을 밝히던 성화가 꺼지자 대회조직위는 올림픽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일단 들려오는 소식은 좋지 않다.

조직위의 잠정 추산결과 당초 46억 유로로 예상했던 대회경비가 무려 70억 유로를 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그리스 전체 GDP의 2.5%를 차지하는 막대한 금액. 대회경비가 예상을 넘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무엇보다 강화된 테러방지작전으로 경호경비만 무려 10억 달러를 넘어선 탓이 가장 크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 전 이후 테러 위험이 급증하고, 미국선수단이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리스 당국에 더욱 강화된 테러방지대책을 세울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이도 모자라 대회장 인근에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전함까지 파견한 바 있다. 결국 미국이 벌인 전쟁 탓에 높아진 테러위협으로 발생한 경비를 애꿎은 그리스가 부담한 셈.

조직위는 선수촌과 언론인 숙소 등을 일반에 분양하고 경기장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회 이후 투자비 회수방안을 다각도로 연구 중이지만 경기장시설의 유지보수만 해도 연 5천만에서 1억 유로에 달하는 경비가 들 것으로 보여 적자올림픽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지독한 상업주의로 악명 높았던 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을 제외하면 올림픽을 치른 나라가 이익을 남긴 경우는 거의 없다. 대회는 갈수록 거대화, 첨단화 하고 테러위협 증대로 경호경비마저 천정부지로 늘고 있어 올림픽으로 돈을 버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도 세계 유수 도시들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목을 매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파이낸셜 타임스>는 올림픽이 대회 자체만으로는 수익을 올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대회 개최 이후 높아진 국제사회의 위상이나 호의적 이미지, 대회 준비과정에서 정비된 인프라 등으로 추후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올림픽은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심각한 교통체증과 공해로 악명 높았던 아테네의 경우 올림픽을 통해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냈고, 향후 관광객 증대를 통해 장기적인 매출증대를 기대할 수 있기에 천문학적인 경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흑자 올림픽을 치렀다고 볼 수도 있다.

국가의 부정적 이미지 씻어내는 건 환산 못할 이익이지만...


하지만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파리 등 이미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 국가차원의 이미지 개선작업이 절실하지 않은 도시의 경우 올림픽을 개최해서 추가로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올림픽 유치 당시 국제사회에서 이미지 제고가 절실했던 한국이나 중국이라면 서울올림픽이나 북경올림픽을 치르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올림픽으로 개선된 이미지의 가치를 도대체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는 의문이 남는다.

여기에서 브랜드나 지적 재산 등 무형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는 문제가 제기된다. 기업의 인수합병이 잦아지면서 현금이나 주식, 현물 자산 외에 브랜드 등 기업이 지닌 무형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인터브랜드의 조사에 따르면 코카콜라의 경우 브랜드가치가 무려 67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사무실이나 설비를 제외하고 순수 브랜드 값만 70조원을 넘는다는 것.

국제회계협회는 120년 전 산업시대에 개발된 회계기준을 고쳐 기존의 현물자산 외에 무형자산의 가치를 장부에 표기하는 방안을 활발하게 연구 중이다. 마케팅과 회계전문가들이 공동으로 브랜드, 특허권, 지적 재산 등 기업의 무형자산가치를 측정하는 다양한 수학적 척도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해 아테네나 서울 올림픽이 남긴 긍정적인 국제이미지의 가치를 재평가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래도 답은 알 수 없다. 브랜드 가치는 미래의 가능성을 말해 줄 뿐 정작 그것을 현실화 하는 것은 결국 개최국 당사자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당국이 70억 유로의 투자가 헛되지 않게 이번 대회가 남긴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체적인 수익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지 관심 있게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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