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상사화의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입니다. 기다란 줄기만 쑥 내어놓고 꽃을 피우고, 이파리가 진후에야 꽃대가 나오고 꽃이 피니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서 잎과 꽃이 서로를 그리워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상사병이란 약이 없는 무서운 불치병입니다.
상사화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구전되어 내려옵니다. 전해오는 이야기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내용입니다.
옛날 어떤 스님이 시주를 하러 속세로 나왔다가 어여쁜 처녀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버리게 되었단다. 그러나 스님은 이미 출가한 몸이니 마음속으로만 그 사랑을 품고 있을 수밖에 없지. 그런데 그 아가씨도 스님에게 한 눈에 반해 버린 거야.
'금지된 사랑'이 더 애틋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처녀는 어찌어찌 스님이 계신 절을 알아내었고, 매일 절에 찾아가 사랑을 고백했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끝내 절 마당에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단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스님이었지.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스님은 너무도 슬펐단다.
그 처녀가 쓰러져 죽은 그 자리에 이듬해 꽃이 피어났어. 상사병에 걸려 죽은 처녀의 넋이 담긴 꽃의 이름을 '상사화'라고 불러주었고 스님은 자기가 사랑하던 처녀의 혼이 담긴 꽃들을 절 주변 여기저기에 심었단다. 그래서 상사화가 절에 많은 것이란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꽃과 관련하여 구전되어 오는 창작된 이야기고, 절에 상사화가 많은 이유는 알뿌리의 방부효과 때문이라고 합니다. 불경 같은 책을 엮는데 쓰는 접착제에 넣거나 탱화를 그릴 때 알뿌리의 즙을 섞으면 좀이 슬거나 색이 바래지 않게 해주기 때문에 항상 곁에 심어두고 이용했던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