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이재오 등 수도이전반대운동으로 지도부 압박

박근혜-비주류 갈등, '과거사' 이어 2라운드 돌입?

등록 2004.09.01 19:50수정 2004.09.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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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비주류 의원들은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부 의원 및 수도권 지방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도이전반대 국회의원-지방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수도이전반대범국민운동본부 결성과 1천만인 서명운동 추진 등을 결의했다. 김문수 의원(왼쪽에서 두번째)과 이재오 의원이 나란히 앉아 연설을 듣고 있다.
한나라당 비주류 의원들은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부 의원 및 수도권 지방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도이전반대 국회의원-지방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수도이전반대범국민운동본부 결성과 1천만인 서명운동 추진 등을 결의했다. 김문수 의원(왼쪽에서 두번째)과 이재오 의원이 나란히 앉아 연설을 듣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9월 1일 정기국회 첫 본회의가 끝나고 김문수, 이재오 등 이른바 한나라당 비주류 의원들은 당 정책의총장으로 가지 않고 '수도이전 반대 국회의원·지방의원 연석회의'가 열리는 의원회관 대회의실로 향했다. 이날 열린 한나라당 정책의총은 국가보안법, 언론개혁, 고비처 신설 등 정부여당과의 대립이 첨예한 법안들로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수도이전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측에 자제를 요청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박근혜 대표가 주재한 이날 회의결과를 브리핑하며 "오늘 당내에서 수도 이전 반대를 더 강력하게 행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의 입장은 당론을 가급적 추석 이전에 내놓겠다는 것이고, 그 때까지는 당의 입장을 존중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임 대변인은 "일부의 수도 이전 반대 움직임은 개인이나 연구 단체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김문수, 이재오 의원 등이 핵심멤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이하 국발연)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수도이전반대 서명을 주도한 국발연 측은 "이미 91명이나 서명한 마당에 당론은 이미 결정된 것 아니냐"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지난 연찬회를 통해 당 지도부가 찬성도 반대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날 수도이전반대 국회의원·지방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이같은 비난이 쏟아졌다. 최상철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대표는 "제1야당이 아직 당론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답답하다"고 말하자 좌중들은 "옳소"라며 박수를 보냈다. 이날 회의장에는 서울시·경기도 의회를 중심으로 한 지방의회 의원들이 주를 이뤘다.

수도이전 반대에 서명한 92명을 대표해 김문수 의원은 "당내에서 정책의총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왔다"며 "악조건 속에서도 애쓰는 지방의원들께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전한 뒤, "잘못된 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당을 대신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갈등상황을 의식해선지 "박 대표와 관계가 안좋다고 알려졌지만 관계가 좋다"며 "박 대표를 이 자리에 초대했지만 당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석이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박 대표와의 화해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우리의 진의를 못알아주니까 안타까운 거지…"라며 말을 아꼈다.

"당론결정 못하는 제1야당 답답하다"


비주류 측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갈등을 전면화하지 않은 속에서 안정적인 쟁점으로 장기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92명의 의원들이 참여한 수도이전 반대서명은 김문수 의원이 주도했다. 91명이라는 숫자는 당 지도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이 참여한 것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어차피 반대당론으로 귀결될 사안을 일찌감치 치고나가 현안 주도권을 쥐고 서울·경기권 지방의회 의원들이 중심인 수도이전 반대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박근혜-이명박-손학규로 이어지는 차기대권 구도에 모종의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연찬회에서 과거사 정면충돌이 탈당 등 박 대표의 예상외의 반격으로 정치적 부담이 컸다는 교훈이 깔려있다. 따라서 수도이전 현안을 통해 외연을 넓히고 박 대표와의 긴장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장기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연석회의 이후 한나라당 수도이전 반대서명 의원들은 9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수도이전반대 범국민운동본부를 출범키로 하고, 또한 내달 21일 시청 앞에서 '수도이전 반대 백만인 결의대회'를 갖기로 했다.

이와 달리 한나라당 지도부는 여당에 국회특위 구성을 촉구하고, 당내 수도이전특위를 통해 타당성 검토와 대안제시에 주력하겠다는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수도이전반대토론회 참석을 이유로 같은 시간대에 열린 정책의총에 불참하자, 박근혜 대표와 이규택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수도이전반대토론회 참석을 이유로 같은 시간대에 열린 정책의총에 불참하자, 박근혜 대표와 이규택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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