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대권후보 의식해 행동
'21C 유신선포' 우발적 발언 아니다"

[인터뷰 ①] 박 대표와 '맞짱' 뜬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

등록 2004.09.03 01:58수정 2004.09.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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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한나라당 의원.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달 28~30일 전남 구례에서 진행된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 때 박근혜 대표와 과거사 문제로 '맞짱' 뜬 김문수 의원. 연수를 마치고 서울로 귀경하던 길, 박 대표가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을 건네자 "뇌물을 받고 난 뒤 마음이 달라졌다"고 농을 던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돌아섰다고 하는데 '박 대표와 다시 손을 잡은 것이냐'고 묻자 김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화해할 것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특별히 나쁜 감정도 없다. 다만 연찬회 때 박 대표의 감정이 상당히 감정이 격앙된 것 같아 누그러뜨리려고 그런 것이다."

김문수 의원이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흔쾌히 받아들였을 때 기자는 김 의원이 말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두 가지로 예상했다. 박 대표와의 '불화'를 봉합하는 차원의 화해 제스처를 취하거나, 반대로 기존의 입장을 더욱 강하게 내세우거나. 인터뷰 결과 후자였다.

김 의원은 자신의 문제제기에 대한 박 대표의 반박이 있은 후, "21세기 유신선포"라고 고함을 친 것에 대해 "우발적인 게 아니었다"고 못박았고, "정정당당 시시비비"라는 기존의 강경노선에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1세기 유신선포...우발적인 발언 아니다"

김 의원은 "군사주의, 관료주의, 획일주의를 특성으로 하는 유신체제는 자유주의 정당을 지향하는 한나라당과 반한다"며 "따라서 투쟁의 대상이고 맞서서 고쳐나가야 한다"고 박 대표의 태도를 유신에 빗댔다. 또한 "다양성의 보장을 기본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가치와 정면 배치된다"고 혹평하며 역사청산과 당 질서재편, 야성이 강조된 당 정체성을 당 개혁의 3대 요소로 꼽았다.

정수장학회의 국가헌납과 유신사과 등에 있어서도 연찬회 때와 다르지 않은 수위로 박 대표 본인 차원의 역사청산을 촉구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비주류측의 조기 대권 언급에 대한 박 대표측의 불만에 대해 "현재로서 박 대표가 대권후보로서 가장 유망하다"고 전제한 뒤 "본인도 의식하고 행동하고 있다"며 "(박 대표가) 나는 대권과 상관이 없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회창 후보의 경험과 견주어 "박근혜라는 후보의 문제점을 털고, 고쳐서 훌륭한 지도자로 만드는 것이 당의 책임이고, 적절치 않다면 다른 후보를 내서라도 차기 집권을 노려야 하는 것이 당의 책무"라며 "그런 얘기를 하지 말라는 것은 한가한 얘기"라고 말했다.


대권 후보로서 박 대표의 자질에 대해서는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라는 후광이 좋은 유산"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과거 청산, 오랜 청와대 생활로 인한 서민층과의 정서적 괴리, 군사 획일주의적 문화잔재 등이 역으로 약점으로 작용될 수 있다"며 "뼈를 깎는 아픔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권후보로서 박근혜 대표의 3가지 약점

박 대표가 친북·용공도 과거사 조사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김 의원은 "그들은 오히려 법을 뛰어넘는 처벌과 사회적인 감시, 문화적인 소외와 억압을 당했다"며 "과잉 피해자에 대해 뭘 더 조사하자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한나라당의 반대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이 행자위에 상정조차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의 친일은 아미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어디까지 조사할 것이냐에 대해 한나라당이 피할 필요가 없다"고 개정안 상정에 찬성했다.

한편 김문수 의원은 한나라당의 비주류를 "민주개혁세력"이라고 정의한 뒤, 박세일 여의도연구소 소장이 80년대 민주화 세력을 반민주, 반시장, 반민족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80년 민주화 운동세력은 반군사독재, 반유신, 반학살과 싸운 민주주의 투쟁의 선봉이었다"고 반박했다.

김문수 의원과의 인터뷰는 2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한나라당 연찬회 때 박근혜 대표의 '탈당' 발언 이후 김 의원이 "21세기 유신선포"라고 한 것은 우발적인 것 아니었나.
"아니다. 실제로 유신체제는 나와 다른, 즉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것을 형법상 유죄로 규정했다. 유신은 자유주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치다. 군사주의, 관료주의, 획일주의를 특성으로 한다. 자유주의 정당을 지향하는 한나라당과 반하고, 따라서 투쟁의 대상이고 맞서서 고쳐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박 대표의 발언 이후 이재오 의원과 태도가 사뭇 달랐다. 이 의원은 '내가 당을 만든 사람인데 당을 깰 수 있나, 그냥 웃고 넘어가야지'라고 말했고, 김문수 의원은 '유신 선포'라며 수위를 높였다. 김 의원의 현재 입장은 뭔가.
"여전히 '시시비비' 입장이다. 정략적인 것을 넘어 한나라당이 국민과 역사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내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정당으로서 세 가지 점에서 자기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역사 청산 △당 질서 재편(수직적 관료주의에서 수평적 다양성으로) △야성(野性)이 강조된 당 정체성(국민들과의 열린 네트워킹)"

- 하지만 박 대표는 비주류의 공격을 '대표 흔들기'라고 받아들였다.
"당내에는 과거 군사주의, 관료주의, 획일주의가 많이 남아 있다. 자유민주주의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당 대표가 지향해야 할 바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박 대표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는 다양성이다. 대표와 반대되는 의견이 당연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비판하고 다른 견해 밝히는 자리가 연찬회이다. 그런데 그 날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곤혹스런 자리였다. 대표로서 용납되지 않는 모습이다. 과연 한나라당이 자유민주주의 정당이 맞나. 그걸 지향하고 있느냐 하는 근본적 회의가 대표의 발언을 통해 제기되었다."

- 박 대표가 '탈당' 등의 표현까지 했는데.
"국회의원 관계는 수평적 관계이다. 다른 의원들도 대표와 동등한 의무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단지 역할을 분담해 평국회의원이 있고 대표국회의원이 있는 것인데 대표에 의해 국회의원들의 가치와 질서가 획일화되고 다른 부분은 이단시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박 대표, 대권 의식하고 행동한다"

- 주로 국가발전전략연구소 소속 의원들이 박 대표의 과거사를 집중 제기했는데 연찬회 전 강화도에서 모임은 미리 가졌다고 알고 있다.
"국발연 내부 연찬회다. 그 모임의 결과물로 '과거를 털고 미래로 나가자'는 제목의 성명서를 연찬회 전날 발표했다. 이번 연찬회가 차제에 지난 시절의 공과에 대한 명확한 정립과 그에 따른 반성, 그리고 미래의 목표를 제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 지난 20년 간 수차례 사과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입장이다. 국발연측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반성과 사과의 형식이 뭔가.
"우리가 얘기할 것은 아니다. 나는 정수장학회를 얘기했는데 이사장으로 재임중에 있기 때문에 상당한 정도의 급료를 받고 있고, 의사 결정과 재산관리의 책임자 위치에 있다. 이걸 내놓라는 것이다. 그것은 국회의원 겸직금지 정신과도 맞다.

그리고 정수장학회의 형성 과정이 정당하지 않다. 부산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와 관련이 있고 군사정권의 강탈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당사 처분하고 천안연수원 헌납했는데 그게 법률적인 문제였다기 보다 당을 위한 조건 없는 청산의 차원이었다. 그와 같은 차원에서 본인의 청산이 필요하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이재오 의원은 박 대표가 퍼스트레이디로 5년 동안 유신의 한복판에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유신 과오에 대한 포괄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데 입장이 같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박 대표의 태도는 적절했다. 단지 아버지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중요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으로서 죄송하다고 말해서 피해자, 그 때 고통을 겪은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필요하고 좋은 일이다."

- 필요하다면 반복해야 한다는 뜻인가.
"한 번 했으니까 영원히 할 수 없다는 것은 맞지 않다. 그렇다고 매일 하라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정치인 아닌가.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서 온당한 길이라면 하는 것이다. 보통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역사적 책임에 대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박 대표측에서는 '왜 미리부터 대권과 연결지어 압박을 하느냐'고 불만인데.
"개인의 과거사로 당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지금 박 대표는 경쟁상대가 있는 대표가 아니라 압도적 우위에 있는 대표다. 현재로서 박 대표가 대권후보로서 가장 유망하다. 본인도 의식하고 행동하고 있다. 나는 대권과 상관이 없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한나라당은 이회창이라는 아주 좋은 대통령 후보로 갖고 있었다. 실제로 이 후보가 (대통령을) 맡았다면 지금의 나라 모습이 달랐을 것이다. 이회창을 당선시키지 못한 것은 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당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우리들의 책임이 크다.

따라서 박근혜라는 후보의 문제점을 털고 고쳐서 훌륭한 지도자로 만드는 것이 당인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적절치 않다면 다른 후보를 내서라도 차기 집권을 노려야 하는 것이 당의 책무다. 그걸 위해서 얘기하는 것인데 왜 자꾸 얘기하냐고 하는 것은 한가한 얘기다."

"적절치 않다면 다른 후보 내서라도 차기 집권 노려야"

- 비주류의 행보가 차기 대권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연동되어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전혀 관계 없다. 근거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

- 공교롭게도 2006년 6월, 세 명의 각자 임기가 끝난다. 본격적인 대권경쟁이 시작될텐데 누굴 염두해 두고 있나.
"그건 아무도 장담 못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될 지 누가 알았나. 지난 대선보다 더 격동적일 것이다. 누굴 미리 상정하고 일한다고 하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 대통령 후보로서 박 대표를 평가한다면.
"출신 자체가 대통령의 딸이라는 후광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라는 후광과 상당한 좋은 유산이 있다. 또 본인이 훈련이 많이 되었다. 지도자이고 말도 절제되어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신중하고 열린 자세로 바라본다. 그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가장 앞서 나가는 유력한 지도자가 아니겠나.

반면 세 가지 약점이 있다. 우선 과거를 털 것은 신속하고 털어야 하는데 주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청와대 생활을 오래하면서 일반인과 많이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공주'라는 말을 듣는데 서민들의 애환을 직접 체감하는 행보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비전 면에서 본인이 겪은 군사적 획일주의가 있지만 지금의 시대정신은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를 선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본인이 겪은 수업은 그렇지 않았지만, 군사독재가 상당한 효율성을 갖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군사파쇼와 관치경제였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거리가 멀었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연장선상에서 박 대표의 전당대회 후 한 달을 평가한다면.
"무난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봤지만 이번 연찬회처럼 과거의 의미, 좁은 눈을 가지고 편협하고 단호하게 대응한다면 상당한 어려움이 노정되지 않겠는가."

- 박 대표가 들어서고 한나라당은 과거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오마이뉴스 이종호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일단 국회의원 구성이 달라졌다. 그런데 이번 연찬회 발언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 운영은 수평적 네트워크와 그룹핑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다양성이 최대한 보장되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대화와 토론이 보장되어야 당을 건강하게 만들고 미래지향적인 당으로 만든다."

- 한나라당의 비주류를 뭐라고 정의하나.
"민주개혁세력이다."

- 비주류로 묶이는 영남권 중진들과는 또 다르지 않나.
"물론 지역 기반과 살아왔던 이력이 다르고 미래의 비전도 다르지만 당내에서 오랫동안 같이해서 이해는 할 수 있다. 누구와 화합불능, 타협불가 세력이 아니라 과거를 털고 미래로 나갈 수 있는 비전을 위해 나간다는 점에서 우리를 주목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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