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쪽에서 올려다본 바람 지팡이(Wind Wand)의 모습정철용
그러나 우리는 어둠 속에 불 환히 밝히고 춤을 추는 바람 지팡이의 모습을 실제로 목격하는 순간은 후일을 기약하고, 길을 건너 푸케 아리키로 향했다.
날아오르는 하얀 배, 푸케 아리키
윈드 원드가 서 있는 해변 광장의 길 건너편에 하얀 날개를 펼치고 앉아 있는 현대적인 건물 ‘푸케 아리키(Puke Ariki)’는 마오리 말로 ‘족장들의 언덕(Hill of Chiefs)’이라는 뜻이다.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푸케 아리키가 자리 잡고 있는 그 나지막한 언덕은 그 옛날 마오리족들이 매우 중요하게 여긴 땅이었다.
계단을 올라가 그 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다보고 있자니 정말 그런 이름이 붙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이 그렇게 좋으니 호텔을 세우기에 정말 딱 알맞은 자리로 보였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거기에 매우 독특하고 자부심어린 문화공간을 세워 놓았다.
박물관과 도서관과 여행자 정보 센터를 한 자리에 모은 독특한 개념의 이 문화공간을 그들은 ‘지식 센터(Knowledge Centre)’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문화공간에 대한 이 지역 사람들의 자부심은 ‘이것이 우리다(This is Us)’라는 푸케 아리키의 슬로건이 잘 말해주고 있었다.
타라나키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푸케 아리키’를 먼저 들러야 하리라. 타라나키 지역의 역사와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데,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 보였다.
우리는 계단에 이어지는 북쪽 전시장(North Wing)의 입구로 들어가 약 3천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타라나키 지역의 자연사 박물관을 먼저 둘러보았다. 딸아이는 첨단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 타라나키 화산의 폭발과 그에 따른 주변 땅의 변화 모습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가장 인상적인 모양이었다.
아내와 나는 그 옛날 마오리족들이 사용했던 유물을 전시해 놓은 마오리 유물 전시장과 1841년 영국에서 첫 유럽 이민자들이 건너오고 나서 현재까지의 역사를 더듬고 있는 타라나키 역사박물관을 흥미롭게 둘러보았다.
규모가 작은 남쪽 전시장(South Wing)에는 타라나키 지역의 풍광을 담은 그림들과 사진들을 전시해 놓은 갤러리와 도서실 및 리서치 센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북쪽 전시장을 둘러보는데 시간을 거의 다 써버려서 우리는 남쪽 전시장은 갤러리만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