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초가을 들녘에 들깨가 한창입니다. 아침 이슬 머금고 떠오를 태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나면서 태양의 양기를 마음껏 받아 아주 튼실하게 자랐습니다. 저렇게 자라기까지 농부들이 흘린 땀방울 또한 적지 않겠지요. 땅은 정직한 법이라고 어른들께선 늘 말씀하셨지요.
아침 이슬에 촉촉이 젖어 서 있는 들깨밭 너머로 안개에 덮인 산이 보입니다. 제법 두터운 안개였지만 이제 막 떠오를 태양을 위해 서서히 물러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떠날 때 미리 알고 떠날 준비를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떠날 때가 지나도 미련스럽게 엉버티고 서서 온갖 추한 꼴 다 보이는 못난 인간들보다 훨씬 괜찮은 녀석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