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자전거가 그렇게 좋을까요?박철
그러고 보면 우리 은빈이에게 운동화나 학용품을 빼고는 돈 주고 사 준 것이 별로 없습니다. 모두 재활용품이었지요. 그래도 은빈이가 한 번도 새 옷을 사달라고 조른 적도 없었고, 왜 매번 헌옷만 얻어 입느냐고 떼를 쓴 적도 없었습니다.
자전거를 승합차에 싣고 집에 돌아오면서 은빈이가 자전거를 받고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제 마음은 차를 샀을 때보다 기뻤습니다. 오후 3시 넘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승합차에서 자전거를 내려놓자마자 은빈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정말 자기 것이 맞느냐고 몇 번을 확인하더니 책가방을 어깨에 멘 채로 자전거에 올라타면서 한 마디 합니다.
"아빠! 내가 자전거 사달라고는 했지만 오늘 이렇게 사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
얼마나 좋았으면 저녁 늦게까지 집엘 들어오지 않습니다. 동네 조무래기들이 모여들자 은빈이는 아이들 앞에서 익숙한 솜씨로 자전거 시범을 보입니다. 서로 질 새라 자전거를 타고 어지럽게 교회 마당을 도는 것이었습니다.
저녁밥을 먹으면서도 은빈이는 흥분이 채 가라않질 않는 모양입니다. 넝쿨이에게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넝쿨오빠, 내 새 자전거 좋지? 엄청 잘 나간다."
"우리 은빈이 참 좋겠다. 밥 먹고 나서 오빠도 좀 타 보자."
"응. 그렇게 해. 나는 벌써 자전거 타고 학교에도 갔다 왔다. 차타고 학교에 가는 것보다 나는 자전거 타고 학교에 가는 게 훨씬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