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쌓은 돌탑 예술

74세 이덕상 할아버지의 사는 이야기

등록 2004.09.07 10:32수정 2004.09.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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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덕상 할아버지가 쌓은 3개의 돌탑

이덕상 할아버지가 쌓은 3개의 돌탑 ⓒ 권윤영

74세 할아버지가 돌탑 3개를 쌓아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인 이덕상 할아버지는 1년여 만에 높이 5m, 폭 3m 크기의 돌탑을 쌓아 대전시 상소동 산림욕장내에 선보이고 있다.


대전 동구청은 지난해 8월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상소동 산림욕장내 '돌탑 1000개 쌓기 운동'을 전개했다. 할아버지는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동구청의 공고를 보고는 망설임 없이 돌탑 쌓기 운동에 나섰다.

a 이덕상 할아버지

이덕상 할아버지 ⓒ 권윤영

할아버지에게는 지난 60년 즈음 고향에서 성터를 쌓은 경험이 있다. 여름에는 농사를 짓지만 겨울에는 허송세월하는 시간이 아까워 5-6년 동안 겨울을 이용해 484평 정도 되는 대형 성터를 만들었던 것.

"거기서 살다가 객지에 나가 살았는데 그 동네에 물난리가 났다는 언론의 보도를 접했어요. 그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는 제가 쌓은 성터는 온데 간데 흔적도 없었죠. 하지만 마을 어른들이 제 손을 꼭 잡고는 제가 쌓은 성터가 산사태를 막아서 주민들이 살 수가 있었다고 고마워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당시의 자부심과 경험을 떠올려 돌탑을 쌓기로 결심했다. 그는 돌을 직접 주워와 하나하나 정성껏 쌓아 나갔다. 오래시간 공들여 완성했던 첫 작품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물기도 했다. 돌탑 1개를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3개월. 모두 완성하기까지 1년여가 걸린 셈이다.

현재 산림욕장 내에 모습을 드러낸 돌탑은 크고 작은 갖가지 모양의 300여 개. 그 중 이 할아버지의 작품은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가 그 모양이 아름다워 문화적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돌탑을 쌓아달라고 요청이 들어올 정도.


a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그의 작품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그의 작품 ⓒ 권윤영

"돌탑을 하나하나 쌓다보니까 솜씨가 점점 나아지고 노하우도 생기더라고요. 마음에 안 들거나 부실해 보이면 과감히 허물었습니다. 사람들이 구경하는데 돌탑이 무너지면 낭패잖아요."

그는 "자신의 돌탑을 구경한 사람들이 예술작가의 작품 같다"고 말한다면서 껄껄 웃는다.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만으로도 마냥 기쁜 할아버지. 요즘에는 돌탑을 완성한 것만으로도 신바람이 나지만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도 즐겁기만 하다.


a 농악은 이덕상 할아버지의 이색취미

농악은 이덕상 할아버지의 이색취미 ⓒ 권윤영

자신의 이색 취미를 마음껏 뽐내고 봉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 할아버지는 징, 꽹과리, 장구 한 세트를 조립해 공원이나 유원지를 다니면서 노인들이 많은 곳에서 농악을 선보인다.

20년 전 음악을 틀어놓고 독학으로 깨우친 장구 솜씨가 수준급. 여기에다 5년 전부터는 자신만의 농악 세트를 만들어 이색봉사를 펼치고 있는 것.

"노인들이 많은 곳에서 농악, 민요를 들려주면 그렇게 흥겨워할 수가 없어요. 부침개에 술 한 잔씩 하면 신선이 따로 없죠. 오늘도 공연을 하려고 아내에게 부침개를 부쳐달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집안 곳곳에 고소한 부침개 냄새가 가득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살아가는 이덕상 할아버지는 날이 선선해지면 돌탑 3개를 더 쌓을 계획. 이 할아버지가 쌓아올릴 돌탑의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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