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68

호종단과의 만남 1

등록 2004.09.09 00:09수정 2004.09.0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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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을 따라 독수리 한마리가 날고 있었습니다. 이제 백두대간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많이 없었습니다.

악한 마음을 가진 호랑이들에 의해서 나무는 베어지고, 산은 깎이고, 강물은 오염되어 동물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고 앙상하게 살아남아있는 나무들을 돌보는 산오뚝이들만 이따금씩 모습을 보일 뿐이었습니다.


백두대간은 그냥 높은 산들이 주욱 늘어선 단순한 산맥이 아니었습니다. 한반도는 동편으로 맞닿은 태평양의 기운을 받아들여 그 백두대간을 통해 대륙으로 뻗어올려주었습니다. 백두대간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이 만나는 길목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힘차게 올라가야할 백두대간이 그토록 황폐해 지고 만 것입니다.

저 아래 앙상한 참나무 가지에서 참새 한마리가 독수리를 보고는 놀라 푸드덕 날개짓을 하며 달아났지만, 그 독수리는 그 참새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먹을 것을 찾아서, 싸울 힘이 없는 쥐나 엄마 잃은 가엾은 새끼들소를 찾아 날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 독수리는 파란 화선지에 큰 붓으로 그려놓은 그림인양, 그냥 백두대간 위를 유유히 날고만 있었습니다.

설악산을 지나고 금강산을 지나도 새롭게 뻗어나오는 나무들은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말라버린채 누렇게 죽어가는 나무들은 이제 백두산 아래에까지 이르고 있었습니다. 백두산 천지가 그래서 더욱더 푸르고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누런 숲 사이 어딘가에서 갑자기 푸른 빛이 반짝 빛났습니다. 독수리는 그 빛이 반짝이는 곳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 빛은 잠시 반짝하더니 마치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길게 꼬리를 만들고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작은 물줄기 같았습니다. 독수리는 금방 그 물줄기가 흐르는 곳을 향하여 고개를 돌리고는, 야구선수의 방망이에 맞은 공처럼 바람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날아갔습니다.

 가까이 갈수록 그 반짝이는 물줄기는 점점 커다란 시냇물로 바뀌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독수리는 그 시냇가에 이르자 날개를 퍼덕이면서 땅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날개를 접고는 뭉뚝한 다리로 서서 서서히 앞으로 걸아나갔습니다. 산오뚝이였습니다.


 그렇게 맑게 흐르는 강물을 마지막으로 본것이 정말 언제인지 모릅니다. 그 산오뚝이는 금강산에 뿌릴 맑은 물을 찾아 벌써 백두대간을 몇 주동안 떠돌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땅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맑은 샘물이 흐르고 있었다니….. 기쁜 마음에 흐르는 물줄기를 향해 발을 옮기려는 순간 산오뚝이는 나무조각이 되어 땅으로 힘 없이 무너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땅에 솟아난 괴물 같은 것이 그 산오뚝이의 꼬리를 잡고 서있었습니다.

  진흙으로 만든 것처럼, 아니면 고속도로를 만들고 남은 타르가 뭉친 것처럼 거무튀튀한 색깔이 감도는 그 괴물은 눈도 없고 귀도 없었습니다. 그 괴물 옆으로 땅이 울렁거리면서 무언가가 다시 튀어나왔습니다. 그 옆으로 똑같은 모습의 괴물 서 너 마리가 서있었습니다. 그 네 마리의 괴물은 순식간에 모여 몸을 하나로 만들더니 강한 돌개바람을 만들며 하늘로 솟아올랐습니다.


그 돌개 바람은 그 진흙괴물을 어디론가 데리고 가버렸습니다.
 
백두대간은 그렇게 누렇게 시들어가지만, 이세상의 모든 숲과 산이 그렇게 죽어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아주 깊숙한 곳, 새 한마리 함부로 날아들어오지 못하는 아주 깊은 산 속엔 아직도 웅장하고 화려한 산맥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곳엔 아직도 잎이 무성한 아름드리 나무들이 절벽들 위로 아름답게 자라고 있었고, 커다란 날개를 가진 새들만 가끔씩 모여 날아들곤 했습니다. 그곳은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아 어느 누구도 발견할 수가 없었고, 하늘을 높이 날아서 땅을 한눈에 보고 지나가는 비행기들조차도 그 곳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그리고 아무도 함부로 가지 못하는, 이름조차 없는 숲이었습니다.

 울창한 나무들의 가지가 심하게 떨렸습니다. 바람도 심하게 불었습니다. 돌개바람이 그곳으로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아주 심하게 불었지만 나무들은 그냥 그 자리에서 흔들거리기만 할 뿐 작은 잎사귀 하나 땅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돌개바람은 하늘을 맞닿은 병풍 같은 절벽에 이르러서는 순식간에 땅으로 꺼져버렸습니다. 잠시 잠잠하더니 진흙괴물이 계곡 아래에서부터 어슬렁 어슬렁 기어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저녁 어스름에 계곡을 감싸안는 커다란 그림자 같았습니다.

그 절벽 주변으로 자라고 있던 나무들은 아직도 파르르 잎사귀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돌개바람이 땅으로 꺼진 후 그곳엔 바람 한점 불고 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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