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쑥뜸요법>
젊은 시절에 한동안 의아했던 것이 있었다. 사람들 최고의 관심사가 '건강'이라고 답변하는 설문조사 결과였다. 이성 문제와 진학, 친구 관계를 제치고 늘 건강이 최고 자리를 차지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서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물론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였다. 젊은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어른 세계의 폭이 그만큼 좁았다는 말이다. 건강서적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기웃거리고 건강에 관한 떠도는 속설에까지 귀 기울이는 사람들은 영락없는 어른이라고 봐야 한다. 더 이상 청년이 아닌 것이다.
정신적인 삶에서나 육체적인 삶에서 아찔한 위기를 느끼며 사는 사람들은 언젠가 '이것에' 접촉하게 되리라. 바로 뜸이다. 쑥뜸 불이 단전이나 중완에서 섭씨 700도의 열을 내면서 속에 있는 화와 욕심을 다 태워 낼 것이라는 글귀에 눈길을 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번뇌와 망상을 제거하는 데 쑥뜸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데야 어찌 이 책에 손을 뻗치지 않으랴.
그렇게 해서 손에 넣은 책이 바로 <인산쑥뜸요법>이다. 인산 김일훈 선생이 난치병과 불치병 치료에 효험을 발휘하는 쑥뜸 요법을 주요 재료와 함께 구체적인 시술 방법을 기록 한 책이다.
이 책에는 생명력이 가장 강한 풀인 쑥을 이용한 치료 방법이 잘 나와 있다. 쑥뜸으로 치료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실려 있다. 현대 의학에서 불치의 병으로 여겨지는 당뇨와 암, 각종 부인병도 병의 종류에 따라 시술법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쑥뜸을 상한 몸을 치료하는 요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수련과 명상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쑥뜸 무아경'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대목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진정한 자기 고백과 참회가 곁들여지지 않으면 쑥뜸 불만 가지고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쑥뜸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부항이나 사혈 요법이 몸 속의 나쁜 기운을 없애는 요법인 데 비해 쑥뜸은 나쁜 기운을 없앨 뿐 아니라 뜨거운 쑥뜸 열기로 살아 있는 기운을 몸 속에 일으키는 요법이다. 여름철 시골집 앞 마당에 피우는 쑥불 연기는 모기 등 무는 것들을 쫒는다. 꼴을 베다 다친 손가락에 쑥을 찧어 즙을 바르면 바로 상처가 아무는 경험은 다들 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쑥으로 만든 음식도 많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인산 선생 즉, 김일훈 선생의 일대기이다. 요즘 일제 치하에서의 부일 행위와 관련해서 과거사 진상이다 뭐다 무척 시끄럽다. 인산 선생이 열여섯부터 만주에서 무장 투쟁을 전개했던 독립투사였다는 점과 여든넷으로 돌아가시기까지 돈을 안 받고 사람을 치료하는 데에 일생을 바쳤다고 하는 대목은 우리의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