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마라톤대회 혈세 36억 '펑펑'

[집중기획 3] 93년부터 12년째..."특정 신문사 특혜지원 중단하라"

등록 2004.09.09 11:28수정 2004.09.10 12:24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3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2004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75회 동아일보 마라톤대회.
지난 3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2004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75회 동아일보 마라톤대회.동아일보 PDF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이 자사 마라톤대회를 위해 지난 12년간 모두 36억원의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은 체육진흥시설 지원, 체육과학연구, 청소년 육성, 서울올림픽대회 기념 등을 위해 조성·운용되는 공공기금으로 '혈세'나 다름없다.

정청래(마포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지난 8일 정기국회 문화관광위원회 회의에서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특정신문사 마라톤대회 편중지원 등 국민체육진흥기금의 부적절한 운영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93년 중앙일보 주최의 '서울국제 하프마라톤대회' 4천만원 지원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 4개 신문사 마라톤회대회에 모두 35억9600만원의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했다.

신문사별로 보면 동아일보 '동아마라톤 대회'가 94년부터 해마다 1∼2억원씩 모두 17억 3400만원을 지원받아 가장 많은 규모의 액수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로 95년을 시작으로 해마다 3천만원에서 2억원까지 모두 6억 6400만원을 지원받았다.

중앙일보 '서울국제 하프마라톤대회' 역시 93년부터 지금까지 6억 3300만원을 지원받았고 한국일보 '경부역전마라톤대회'는 97년부터 모두 3억 1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들 신문사 마라톤대회는 2005년에도 2억원의 기금지원이 책정돼 국회승인 절차만 남긴 상태이다. 기획예산처 확인 결과, 국민체육진흥기금 운용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내년도 지원계획으로 동아일보 8천만원,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3사 각각 4천만원씩 모두 2억원의 예산지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문사 마라톤대회 국민체육진흥기금 지원현황

신문사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행사명

동아마라톤

춘천국제마라톤

서울국제마라톤

경부역전마라톤대회

1993년

4000만
(서울하프마라톤)

1994년

1억9900만

1995년

1억9900만

1억9900만

1억9000만
(서울국제하프마라톤)

1996년

1억9800만

1997년

1억8000만

1억8100만

1억8000만
(서울국제하프마라톤)

5000만

1998년

1억100만

4500만

1999년

1억400만

1억400만

3300만

4000만

2000년

2억400만

3000만

4000만

4000만

2001년

1억4900만

5000만

5000만

4000만

2002년

2억

5000만

5000만

5000만

2003년

2억

5000만

5000만

5000만

2004년

1억

5000만

5000만

5000만

합계

18억3400만

7억1400만

6억8300만
(하프마라톤3억1000만)

3억6500만

총계 35억9600만

( 단위: 원, 출처 : 국민체육진흥공단) * 93·95·97년 서울하프마라톤대회는 중앙일보에 직접 지원되지 않았다.

ⓒ 신미희

"특정 신문사 마라톤대회만 지원한 건 특혜"


"93·95·97 서울하프마라톤은 <중앙>과 무관"

'조중동'과 한국일보 등 4개 신문사 주최의 마라톤대회에 대한 국민체육진흥기금 편중지원과 관련, 대한육상경기연맹측은 "93년과 95년, 97년 중앙일보에 지원된 것으로 보도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혀왔다.

육상연맹측은 9일 오후 "당시 서울하프국제마라톤은 대한육상연맹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공동으로 주최했다"고 설명했다. 육상연맹측은 "93년 첫 대회는 92년 바로셀로나올림픽 때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 딴 것을 기념해서 열렸으며, 97년까지 대회는 중앙일보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육상연맹은 99년 서울하프마라톤대회 주관을 중앙일보로 이관했다. 중앙일보는 99년 대회부터 '중앙일보 서울국제마라톤대회'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일보가 자사 주최의 마라톤대회에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직접 지원받은 것은 99년부터 올해까지이다. 올해 대회 이름은 '중앙일보 서울마라톤'이다. / 신미희 기자
특히 이들 신문사 마라톤대회 지원은 기금운용의 취지마저 어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체육회가 문화관광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보면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에는 종목별 1개 대회를 지원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종목 및 대회의 중요성에 따라 추가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육상의 경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서 해마다 개최되고 있는 3개 신문사 마라톤 대회에 95년부터 올해까지 매해 각 신문사별로 5000만원에서 1억원을 지원해 '1종목 1개대회 지원' 취지가 지켜지지 않았다.


또 국내에서 400여개의 마라톤대회가 개최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4곳의 신문사 마라톤대회에만 기금이 편중지원된 것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실제 대한육상경기연맹에서 공인한 마라톤대회가 18개에 이르고 있는데 특정 신문사 마라톤대회만 지원한 것은 특혜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핸드볼 종목의 2003년 기금지원은 1억 1853만원에 불과했다. 양궁이나 배드민턴의 경우는 2001년 이후 기금지원 계획이 아예 잡히질 않았다. 따라서 다른 종목과 비교한다면 기금지원 기준이 뚜렷하게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계획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셈이다.

정 의원은 "앞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원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원활한 운영과 투명한 지원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한체육회의 대안마련을 촉구했다.

체육진흥공단 "'1종목 1개대회 지원' 원칙 위배"

한편 특정 신문사 마라톤대회에 대한 기금지원은 그동안 기금운용을 맡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서도 중단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는 "언론사 마라톤대회 기금지원은 대학체육회 요청으로 이뤄지는데 '1종목 1개대회 지원' 원칙에도 위배되는 등 몇 년 전부터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 지원이 시작될 때만 해도 신문사 마라톤대회가 국내 대회 중 권위있는 대회였고 일반인 참가도 적어 지원을 하게 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일반인이 수 만명씩 참가하는데다 기업후원도 받기 때문에 지원규모를 5천만원으로 축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금운용 목적이 공익사업 지원에 있는 만큼 내년부터는 지원을 중단하기로 내부 방침이 논의되고 있다"며 "최종 결정은 기획예산처와 국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 [집중기획1] 방 사장 '혈세'로 컴퓨터교육... 조선 기자1명 연수 4600만원 지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4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5. 5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