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언론에서는 물가동향을 발표하면서 물가가 오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석유값 파동과 농수산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사는 사람이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농수산물 가격이 갑자기 오르게 되는 이유는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자연재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농민들이지요. 산지에서 농산물 값이 올라도 실제 소비자 가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가 대단히 복잡하고 비민주적인 구조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조차 적극적으로 이를 개입하거나 개선해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물가가 급등하게 된 모든 원인이 마치 농민들이 농산물을 비싸게 팔아서 그렇게 된 것처럼 여론을 끌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혜원님의 글에 등장하는 어느 할머니가 "추석이 얼마 안남었자너. 그래도 어쩌것어. 아들이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겠다는디…"라는 말씀처럼,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김치가 귀하다고 생각하면 배추 한 포기에 5천이라고 해도 결코 비싼 것은 아니지요.
지난 주 9월 3일, 통계청의 보고가 다음과 같이 신문에 실렸습니다.
"지난 2.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외식비 지출은 월평균 27만6천5백 원으로 전체 식료품 지출비의 51.6%를 차지했다. 식료품비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평균 외식비 규모는 5년 전인 99년의 15만3천400원보다 80.2% 늘었고 작년의 24만4천8백 원보다는 12.9% 증가했다."
아무리 경제가 불황이어도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4-5인 가족이 한 끼 외식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6천 원짜리 설렁탕을 먹어도 3만원 정도, 나온다는 계산이지요. 배추 2통을 갖고 김치를 담그면 적어도 먹기 나름이지만 아마 보름은 먹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