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114

폭동

등록 2004.09.09 17:09수정 2004.09.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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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구먼…. 허나 남편도 포도청일에는 다시 관여 않겠다고 했으니 여기 있었다고 해도 별 도움은 못 주었을 것이네. 하여간 이를 어쩌나.”

애향이에게 이야기를 들은 오월이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남편이 아직도 이런 일에 관여된다는 것이 내심 꺼림칙하기도 했다. 애향이는 막막한 심정에 오월이에게 하소연 하듯 심정을 토로했다.


“그 이와 내가 좋은 인연으로 만나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천한 몸 하나를 거두어 잘 살게 해주었소. 남편이 없으면 이 한 몸도 살아갈 이유가 없거니와 뱃속의 아기는 어쩌란 말이오. 차라리 이 한 몸 흐르는 강물에 던져 넣어 한 많은 세상을 하직할까 하오.”

오월이는 애향이가 죽겠다는 말을 듣자 손을 꼭 잡으며 마음가짐을 굳게 가지라며 예전에 들었던 말을 덧붙였다.

“남편이 말하기를 오래 전 한양에서 포교하나가 사라졌는데 한 일년 뒤에나 한양 밖에서 시신을 찾아냈다고 하네. 심증만 있지만 아마 그 땡중 일당이 저지른 일 같다고 말하더군. 정확히 이유는 모르지만 그들의 규율이 그러하다고 했는데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사람을 모아 한양에서 나가는 길을 지키고 있으면 어찌 되지 않겠나?”

애향이는 그 말에 희망을 얻은 듯 오월이에게 급히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개똥이와 막순이는 행여 애향이가 흉한 일이라도 저지를까 싶어 급히 그 뒤를 따랐다. 유의원 집으로 돌아온 애향이는 짐을 꾸리더니 끔적이를 찾아가 무작정 남편을 찾도록 사람을 모아 달라고 일러두었다.

“한양으로 나가는 길이 한 두 곳이 아닌데 어찌 사람을 그리 모으겠소? 게다가 확실한 말인지도 모르겠소.”
“말을 들어보니 그 놈들이 생사람을 한양 밖으로 끌고 나가 죽인다 하더이다.”


끔적이는 당혹스러워하며 애향이를 진정시켰다.

“여기 있는 사람들로서는 무리니 일단 포도청으로 가서 이 일을 알리는 것이 시급합니다. 여기 사람들로는 많은 길 중 어디를 지켜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옵니다.”
“안 됩니다. 내 겪어 본 바 어디에 그놈들의 끄나풀이 숨어 있는지도 모르는 데 어찌 소홀히 포도청에 도움을 청할 수 있습니까?”
“그래도 지금 당장 사람을 모아달라니 너무나 힘든 일이오.”


둘의 얘기를 듣던 개똥이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급히 밖으로 뛰어가 푸줏간의 박팔득을 찾아갔다.

“이보시오. 백포교께서 잡혀가 위험에 처했는데 사람들을 모아 도와주셔야겠소!”

박팔득은 개똥이의 말에 앞뒤 재어볼 것도 없다는 듯 가게문을 닫고 동생을 불렀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오?”
“고생스럽지만 당장 한강 나루터로 가야 하오. 서둘러야 하외다!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를 일이오!”

개똥이의 생각은 이러했다. 어제 밤부터 행적이 묘연한 백위길이 오늘 한양 밖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확신 하에 갈 수 있는 길목은 산길이기보다는 나루터 쪽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여겼다. 우선 무엇인가 일을 꾸미고 있는 옴 땡추 일당인지라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신속히 백위길을 밖으로 내 보낼 것이라 짐작이 간 것이었고 그렇기에 나루터를 미리 막고 있으면 마주칠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허! 그렇다면 낭패로세! 이거 벌써 강을 건넜으면 어이할꼬!”

박팔득은 한탄하며 사람들을 많이 모을 새도 없이 동생만을 데리고 서둘러 개똥이와 함께 달음박질쳤다.

“아 왜 쌀이 없다는 거요!”

그들이 달음박질치는 귓전으로 시전에서는 쌀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이거 나라에서는 방방곡곡에서 세곡이랍시고 거둔 곡물을 쌓아두고 있으면서 어찌 시전바닥에는 한 톨의 쌀이라도 구하기 어려울 지경이 된 것이오! 이대로 굶어죽느니 궁전의 창고를 박살내서라도 내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겠소!”

사람들은 매우 격앙되어 있었고 멀리서부터 이 광경을 지켜보며 접근한 옴 땡추 박충준은 모른 척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며 이리저리 소문을 퍼트렸다.

“듣자하니 병사들이 있는 완영과 금위영에 곡식이 그득하다 하오. 함부로 나라의 창고에 있는 곡식을 탐하면 군졸들이 그냥 두지 않을 테니 차라리 그곳부터 도모한 후 수월하게 창고를 털어 곡식을 나누면 수월해지지 않겠소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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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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