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러분! 이것 좀 봐주세요! 믿습니다!"

[현장-국회 본회의] 김용갑 의원, 본회의장서 1인 깜짝 피켓시위

등록 2004.09.10 17:01수정 2004.09.10 23:10
0
원고료로 응원
10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 개회가 선언되기 바로 직전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국가보안법 폐지, 결사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다니며 폐지반대를 호소했다.
10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 개회가 선언되기 바로 직전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국가보안법 폐지, 결사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다니며 폐지반대를 호소했다.오마이뉴스 김윤상


10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 개회가 선언되기 바로 직전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 불쑥 본회의장 중앙에 모습을 나타냈다. 비장한 표정의 김 의원은 자리에 앉아 있던 의원들을 한번 돌아보더니 상의 안쪽 호주머니에서 여러차례 접은 것으로 보이는 종이피켓을 꺼내 펼쳤다.

종이피켓에는 두 줄로 '국가보안법 폐지, 결사반대'라고 적혀있었다. 두 손으로 피켓을 펼쳐든 김 의원은 의원들을 향해 "자, 여러분! 이것 좀 봐주세요"라고 외쳤다. 그러나 의원들이 좌석을 찾아다니느라 주의가 산만하자, 김 의원은 다시 큰 목소리로 "봐주세요!"라고 외쳤다.

김 의원은 이어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안됩니다, 정말로 나라를 위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합니다"라고 즉석 연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여러분 믿습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연설을 이어가지 못한 채, 자신의 자리로 발길을 옮겼다. 김 의원의 뒷편에서는 김원기 국회의장이 "의석을 정돈해 주십시오"라고 말해, 개회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김 의원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면서도 피켓을 펼쳐든 채 의원들을 향해 "믿습니다, 믿습니다"를 연발했다. 김 의원은 또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요? 알지만 내가 해야겠습니다. 여러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김 의원은 다시 책상 위에 종이피켓을 펼쳐놓았다. 김 의원의 돌발행동에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한 카메라 기자들이 김 의원쪽으로 몰려들자 김 의원은 사진기자들을 향해 다시 한번 종이피켓을 펼쳐들었다.

잠시후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김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쪽으로 향했다. 박 대표 앞에 선 김 의원은 몇 마디를 나눈 뒤, 다시 호주머니에 접어 넣어두었던 피켓을 꺼냈고, 박 대표에게 펼쳐 보이며 연신 무엇인가를 주문했다. 이를 지켜보던 박 대표는 별다른 말없이 피켓을 쳐다보며 웃기만 했다. 사상 초유의 국회 본회의장 1인 시위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대표에게 `국가보안법폐지 결사반대`가 적힌 피켓을 보여주고 있다.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대표에게 `국가보안법폐지 결사반대`가 적힌 피켓을 보여주고 있다.이종호
그러나 김 의원의 돌발시위에 대한 반응은 곧바로 터져 나왔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5분 발언'에서 "바로 지금 이 자리에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것으로 규정된 12·12사태와 5·18 계엄 확대 사건에 가담한 사람이 아직도 살아남아서 국가보안법 철폐 반대라는 구호를 흔들고 있다"며 김 의원을 겨냥해 성토했다.

노 의원은 또 "한나라당은 자신의 전신인 민정당에 의해 저지러진 과거의 폭거에 대해 이제라도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 의원 발언 당시 김용갑 의원은 본회의장을 퇴장한 상태였다.


다음은 노회찬 의원의 발언 중 관련 부분이다.

김용갑 "12·12, 5·18 가담한 적 없다"
피켓시위 이틀전 준비...장외 시위도 계획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10일 밤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에 대해 "나는 12·12 사태와 5·18 사건 당시 국방대학원에 재학중인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 사건에 가담했다는 노 의원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이라며 "과거 한나라당 내에서 심재철 의원도 관련 발언을 했다가 사과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 "주장이 서로 다를 수는 있지만 사실 관계를 왜곡해서 동료 국회의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노 의원은 지금이라도 사실 관계부터 확인하고 명백히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사과를 하던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이틀 전부터 본회의장 1인 피켓시위를 준비한 김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안이 제출되면 장외 1인 피켓시위에 나서는 등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김 의원은 "국보법 폐지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온몸으로 저항하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제가 서 있는 이 자리는 1986년 정기국회 본 회의에서 신한민주당 소속 유성환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보다는 통일이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자리다. 전두환 정부의 검찰은 유성환 의원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그리고 민정당은 유성환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도했다. 유성환 의원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했던 전두환 정부는 그로부터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 법정에서 내란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것으로 규정된 12·12사태와 5·18 계엄 확대 사건에 가담한 사람이 아직도 살아남아서 국가보안법 철폐 반대라는 구호를 흔들고 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다시 선언한다면 민정당의 법통을 이어받은 한나라당 의원들께서 저를 제명하시겠습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한나라당은 자신의 전신인 민정당에 의해 저질러진 과거의 폭거에 대해 이제라도 사과해야 할 것이다."


"안보 형법 틀로 가능" - "적화통일 저지 방패"
국보법 개폐 놓고 여야 의원 '5분 발언' 설전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5분발언을 하고 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5분발언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발언에 이어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국보법 폐지 저지투쟁 선포로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되는 가운데, 10일 열린 본회의는 국보법 폐지와 폐지반대의 '대국민 홍보전'의 양상을 띠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5분발언권을 통해 각 당의 입장을 드러냈다. 애초 한나라당은 이날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등을 집중 문제 제기할 계획이었으나 열린우리당이 응하지 않아 무산되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법학자로서 일관되게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해 왔다"며 "국가보안법의 전신인 일제하의 치안유지법, 군사독재하의 반공법이 가졌던 몰역사성과 반민주성이 너무나도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폐지후 보완이 아니라 '폐지와 동시에 보완'에 합의했다"고 열린우리당의 입장을 설명하며, 입법구성위원회를 통해 "'형법보완'이든 '파괴행위금지법'이든 '간첩행위와 산업스파이처벌법'이 되든 열린 마음으로 협상의 결과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폐지에 찬성하는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대표들 간의 논의 테이블이 필요하다며 '야당과의 국보법 공조'를 제안했다.

최재천 "이 자리 있게 한 23명의 국보법 피해 의원들께 감사드린다"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국보법 폐지 반대를 주장하며 이념논쟁을 유도하고 있다"며 "마치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노예가 해방되고 노비제도가 사라졌는데 노예문서를 가지고 노예제도를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성토했다.

박근혜 대표를 겨냥, 선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유신독재하의 피해를 사과해놓고선 정권유지를 위해 악용되었던 국보법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라며 "나중에 집권했을 때 다시 독재권력을 꿀맛을 누려보겠다는 속셈이 아니라면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선 의원은 UN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한 사실을 들어 "국보법의 폐지는 국가신인도와 경제신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보법 폐지가 국가보안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권력의 틀을 형법의 틀로 체계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특히 "군사독재정권들에 의해 갖은 고초를 당하고도 의정 단상에 함께 하신 민주노동당의 2명, 한나라당의 3명 등 도합 22명의 국가보안법 전과자 출신 동료 의원들에게 저희들이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그간의 노고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최 의원은 국보법이 폐지되면 당장 광화문 사거리에 인공기를 휘두르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한나라당측의 우려에 대해 "그런 사람들은 지금의 국가보안법으로도 처벌할 수 없다"며 "그들을 처벌하려면 국보법 강화를 주장해야 맞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그 근거로 최 의원은 1990년 대법원 판결, 즉 찬양고무죄로 처벌하려면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최 의원은 "추모집회나 북한노동당 가입 행위, 주체사상의 전파 등은 형법상의 범죄단체조직죄나 내란외환죄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며 "국보법이 마치 헌법 위에라도 존재하는 것처럼 폐지반대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태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당장 간첩이 날뛰고 나라가 망합니까"라고 반문한 뒤, "지하철역에서 술에 취해 ‘김정일 만세’만 외쳐도 당장에 112로 신고하는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라며 시민의식과 사회의 건강성을 신뢰하는 것이 진정한 안보라는 주장을 펼쳤다.

장윤석 "국보법은 북한의 주체사상화 전략 막기위한 방패"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5분발언을 하고 있다.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5분발언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측 반론에는 장윤석, 김재경 의원이 나섰다. 김재경 의원은 "국보법은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를 줄 수 없다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산물"이라고 전제한 뒤,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 완수가 목적이라는 북한 노동당 규약, ‘남측은 우리의 원수다’라는 북한 형법 규정 등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했다고 단정할 만한 징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지만 동시에 적화통일 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며 국가보안법 존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발언의 시기와 방법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국민은 혼란스럽다"며 "보다 우회적이고 국민의 충격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각 당의 입장이 정리된 만큼 국보법 문제는 공론의 장으로 나가야 한다"며 "여론조사와 공청회, 토론회 개최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윤석 의원은 국보법 7조 찬양고무죄의 존속 필요성에 집중해 말했다. 장 의원은 "잠입탈출 행위, 회합통신 행위, 찬양고무 행위는 친북세력이 그 정체를 드러내는 1차적 징표"라며 폐지 주장측에 대해 북한의 "이념 사상전에 대비한 유일한 방어수단인 찬양고무죄를 무덤에 파묻겠다는 고도의 책략"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노 대통령이 국보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들어 "국보법은 흉기가 아니라 북한의 주체사상화 전략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수호하기 위한 방패"라며 "운용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폐지하자는 것은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교시에 따라 움직이는 리모콘 정당"이라며 "우리의 투쟁의 대상은 대통령"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김 대표는 의원들을 향해 "박근혜 대표가 기자회견에 밝힌 내용을 우리 당의 총의로 뒷받침한다는 뜻에서 박수로 결의하자"며 국보법 유지 당론 관철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내주부터 전국 시·도당에 국가수호비상대책위 현판식을 갖고, 국가보안법 토론회, 시국강연회 개최, 대규모 국민연대 집회, 청와대 항의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4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