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어찌 생각하면 기생식물은 얄밉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기주식물들의 노력을 취해야만 자라는 식물, 그것이 지나쳐서 때로는 기주식물을 죽이기도 하니 그렇게 탐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야고는 제주에만 있음으로 인해 특별한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다소곳이 고개를 땅으로 향하고 있는 모양새에서 억새의 노력을 취하는 것에 대해 고개를 숙여 고맙다고 말하는 듯해서 밉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의 노력을 빼앗기도 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인식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마치 능력인 것처럼 믿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감사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군림을 하려합니다.
기생식물인 야고는 억새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반가운 손님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무성한 억새풀 속에서 보랏빛의 꽃을 피우는 야고를 보면 오히려 억새가 야고의 몫까지 따스한 햇살이 주는 영양분을 비축해 두었다가 나눠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죽죽 뻗은 줄기가 너무 밋밋해서 야고로 치장을 한 것은 아닌지, 자기가 가지지 못한 색깔을 야고가 가졌으니 억새가 붙잡아 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님이 아니라 이미 야고는 억새의 친구인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