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승무 기능보유자의 마지막 무대 공연

[이 사람]18세에 예인의 길 들어서 70년간 춤과 판소리에 묻혀 지낸 심화영씨

등록 2004.09.17 15:15수정 2004.09.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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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사위가 슬프다. 어쩌면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춤'이 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게다가 90노구로 몸놀림이 자유스럽지 못해 평생 춘 춤을 직접 보여주지 못하고 전수자인 외손녀 이애리(26)씨를 통해 보여 줄 수밖에 없는 처지가 슬프다.


심화영씨의 외손녀이자 전수자인 이애리씨의 공연 모습.
심화영씨의 외손녀이자 전수자인 이애리씨의 공연 모습.안서순
승무기능보유자인 심화영(92)씨가 외손녀 이씨와 함께 20일 오후 7시 충남 서산시 문화회관에서 '승무(충남도 무형문화재 27호)'를 무대에 올린다.

심씨는 18세 때 중고제(경기 충청지역의 판소리로 동편제에 가까움)의 명인이던 아버지 심정순씨에게서 '춤'과 판소리를 배웠다. 그게 70년 세월이 넘는 예인으로의 시작이었다. 70년 넘게 춤과 소리를 하고도 아직 부족한 게 많아 아쉽다는 심씨는 천상 타고난 예인이다.

이애리씨는 "춤을 추고 나면 잘했다고 하기보다는 못 한다는 질책을 더 많이 듣는다"며 "나이가 드실 만큼 드셨는데도 춤과 소리에 집착하는 것을 볼 때 존경을 넘어 외경스럽다"고 말했다.

심씨는 아직도 형형한 눈빛을 들고 "승무는 움직이는 자세보다 멈춘 듯 움직이는 정중동의 자세 속에 모든 것이 녹아들어 있다"며 손으로 춤사위를 만들어 보여주며 설명했다.

"승무라고 해서 절에서 스님들이 춤을 추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춤은 불교의식에 쓰이는 춤이 아니라 민간의 향연장에서 추는 민속춤으로 이해하면 쉽지요."


그런데도 승무를 제대로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적다. 춤사위가 주는 난해함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그랬을까. 승무로 인해 승무가 알려지기보다는 조지훈이 지은 시 속의 '승무'로 인해 유명해진 승무.

승무는 아직도 일반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춤'으로 기억되고 있다. 번민한 초장부터 종장에는 열반의 경지에서 범속을 보여준다는 이 춤은 당초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 갈 수 없는 어려운 경지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심씨는 더욱 슬프고 안타깝다.


70년 넘게 한 일이 겨우 제자 몇명 거둔 일이다. 그것도 최근에 들어와서.

왜 우리 춤은 대중화되지 못하고 세인들로부터 잊혀져 갈까. 심씨는 최근 들어 부쩍 제자들을 닦달한다. '자주 보여주지도 못하고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도 없는 춤이어서 기회가 올 때 제대로 추고 제대로 보게 해 줘 조금이라도 우리 춤의 이해를 돕자'는 게 심씨의 오랜 지론이다.

심씨는 이번 공연이 자신의 생전에 마지막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대미를 장식하고 싶은 욕심에 제자들을 단련시키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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