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며느리 노릇 할 거예요"

일본인 주부들의 '송편 빚기'와 한국문화 체험

등록 2004.09.17 23:27수정 2004.09.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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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사는 일본인 주부들이 송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파주에 사는 일본인 주부들이 송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한성희
한국 남성들과 결혼해 타국 땅에서 살고 있는 주한 일본인 주부들은 신이 났다. 불고기와 잡채, 추석맞이 송편 빚기를 배우고 한지공예를 직접 만드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17일 경기도 파주시 농업기술센터(소장 박노직)에서 열린 주한 외국인 여성 전통문화체험에 참가한 일본인 주부 30여명은 아침부터 잡채와 불고기를 만들고, 송편 만드는 법을 배웠다. 오후부터는 한지공예가 박공숙씨의 지도로 한지공예 휴지덮개 만들기를 직접 배웠다.

"만들어보니 쉽고 자신감이 생겨요. 이번 추석에는 아빠식구들(시댁식구)에게 며느리로서 직접 만들어 줄 수 있어 아주 기뻐요."

남편이 홍삼 기술자라는 아카시 마스에(47·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씨는 결혼한 지 15년째이고 일본에서 살다가 6년 전에 한국으로 왔다. 송편 만들기를 이번 추석에는 잘 할 수 있겠다며 즐거워한다.

그는 "일본에도 추석은 있지만 점점 집에서 전통음식을 만드는 것이 사라지는 추세고, 한국에서도 송편을 집에서 만들어 보지 않아 배우지 못했다"고 이번 기회가 아주 고맙다고 말한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 제2청 여성복지과에서 파주, 의정부, 양주를 대상으로 마련한 것으로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200여명의 주한 외국인 여성들이 생활요리를 배우고 짚풀공예 만들기, 다도, 탈 만들기 등 한국문화 체험 기회를 가졌다.

이용교 제2청사 여성정책담당사무관은 "2001년 처음 실시할 당시에는 주한미군이 있는 지역의 주한미국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미군이 떠나 (한국남성과 결혼한) 일본인과 중국인, 필리핀 부인들이 많이 참석한다"며 "전통문화 알리기에서 한국요리 실습이 제일 인기 있고 도움이 된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인 주부들은 독특한 모양의 꽃송편을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감탄사를 연발했고, 불고기와 잡채요리를 배우는 것을 즐거워했다.

한지공예 만들기에 열중하는 아카시 마스에씨, 간다 메구미씨, 이시다 준꼬씨(오른쪽부터).
한지공예 만들기에 열중하는 아카시 마스에씨, 간다 메구미씨, 이시다 준꼬씨(오른쪽부터).한성희
파주일본인 여성모임 회장이며 한국말에 능숙한 아카시 마스에 씨는 이런 기회가 종종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간다 메구미(36)씨, 그리고 결혼 11년째라는 이시다 준꼬(39)씨도 한글로 직접 자기 이름을 쓸 만큼 우리말에 능숙했지만, 정작 한국전통문화를 배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던 듯 강사들의 설명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며 요리와 공예 만들기에 정성을 쏟았다.


일본인 주부들은 휴지덮개를 만들기에 열중하면서 "손으로 만들고 귀로 들으면서 따라 부르라"는 박공숙씨의 민요 선창에 아리랑을 능숙하게 따라 부르기도 했다. 한지공예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휴지 덮개를 직접 만든 일본인 주부들은 휴지 덮개를 들고, "예쁘다"고 감탄하며 자신들의 완성작품을 소중히 챙겨 넣었다.

경기도 제2청사 여성복지과는 주한외국인 여성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함으로써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고 한국에 대한 인식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 전통문화체험에 이어 10월중에 '어우러짐 한마당 축제'를 계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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