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대선 앞두고 네이더 문제로 시끌시끌

카운티 하급법원 '투표용지에 네이더 등재 보류' 결정…주 대법원이 결정 뒤엎어

등록 2004.09.18 13:09수정 2004.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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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프 네이더가 올해 2월 24일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있다.
랠프 네이더가 올해 2월 24일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있다.연합뉴스
지난 2주 동안 플로리다 정가는 이번 미국 대선의 개혁당 후보인 랄프 네이더 문제로 시끌 시끌 하다. 문제는 다름 아닌 랄프 네이더의 이름을 이번 대선의 투표 용지에 올리느냐 마느냐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17일 이에 대한 결판이 났다. 결국 플로리다주 대법원에 의해 랄프 네이더의 이름을 올려도 좋다는 판결이 난 것.

2주 동안 벌어졌던 논란을 대략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00년 미 대선에서 녹색당 후보로 나와 플로리다에서 9만7천여 표를 차지, 공화당의 부시에게 당선을 안겨주고 민주당의 앨 고어에게 치명타를 입혔던 랄프 네이더는 지난 5월 2004 미 대선 개혁당 후보로 정식 지명되었고, 지난 달 31일 플로리다에서 대선후보 등록을 신청했다.

플로리다주 법은 특정 후보가 대선 후보 등록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국 규모의 전당대회를 열거나, 유권자 3%의 사인을 받아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네이더가 사실상 3%의 사인을 받아 내기는 불가능한 일.

결국 네이더는 플로리다 주법에 맞추어 전당대회를 여는 방법을 택했다. 네이더는 지난 달 말 텍사스 달라스에서 63명의 참석자들을 모아 놓고 형식적이나마 전당대회를 열어 일단 대통령 후보로서 법적인 정당성을 확보했다. 네이더는 플로리다 주법에 특정 정당의 전당대회에 대한 엄격한 규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자신이 후보로 오르는 데 법적 하자는 없다고 보았다.

카운티 법원, "투표용지에 네이더 이름 올리지 말라" 판결

그러나 2000년 대선에서 우여 곡절 끝에 537표차로 공화당에 대통령 자리를 빼앗긴 쓰라린 경험이 있는 민주당 진영은 플로리다주 법원에 개혁당이 전국 정당(national party)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네이더가 이러한 정당의 후보 대통령 후보로서의 법적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개혁당이 이름은 있지만 전국 정당으로서 실제 활동이 없어 네이더를 개혁당 대통령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항변이다.

이에 지난 9일 플로리다주 리온 카운티 법원 케빈 데비 판사는 민주당의 이의를 받아들여 네이더가 소속돼 있는 개혁당의 활동과 네이더 후보의 자격이 충분치 않다며 그의 이름을 당분간 투표용지에 올리지 말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글랜다 후드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은 데비 판사의 판결에 처음에는 순응해 67개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에 네이더의 이름을 삭제하도록 지시했으나, 곧바로 스스로 항소를 하는 바람에 자동적으로 삭제 작업이 중단되어 네이더의 이름이 다시 오르게 되었다. 그러자 데비 판사는 15일 다시 삭제를 지시했고, 공방이 계속되자 주 대법원이 이 문제를 떠맡기에 이르렀다. 플로리다 주 대법원은 17일 재심을 열어 네이더의 이름을 최종적으로 삽입하라고 결정했다.


플로리다 언론 "주 국무장관 대선에 중립 지켜라"

이에 대해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측은 물론 민주당이지만, 플로리다 지역 일부 언론들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올랜도 센티널>과 <탬파 트리뷴> 등 주요 언론들의 초점은 네이더가 후보로서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것 보다는 이 같은 결정에 국무장관 글렌다 후드가 끼어들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올랜도 센티널>은 지난 9월 15일치 사설에서 후드 장관이 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도 전에 네이더를 두둔하는 듯한 조치를 내린 것에 반기를 들었다. 부시 대통령의 동생이자 플로리다주 주지사인 잽 부시는 2년전 올랜도 시장이던 글랜다 후드를 주 국무장관으로 전격 발탁한 바 있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올랜도 센티널>의 이같은 주장은 지난 대선에서 캐서린 헤리스 주 국무장관이 플로리다 재검표 소동에서 특정 후보 (부시) 의 당선에 일정한 역할을 한 의혹이 있고, 이번 대선에서도 주 국무장관이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짚고 넘어간 것이다.

<탬파 트리뷴>은 지난 13일자 사설에서 전 플로리다주 국무장관 캐서린 해리스가 지난 대선에서 중립적인 위치를 벗어나 부시에게 유리한 입장을 취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글렌다 후드는 정치적인 입장에서 초연하라"고 경고했다.

캐서린 해리스 전 국무장관은 지난 대선의 플로리다 재검표 소동 과정에서 재검표 보고 시한 연장 여론을 묵살한 채 부시의 승리를 발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끌며 일약 전국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녀는 이후 승승장구해 현재는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에 올라 활동하고 있다.

주 국무장관 "네이더 이름 등재는 부재자 투표 발송 위한 것"

한편 글렌다 후드 국무장관은 언론의 의혹의 눈초리에 대해 '엉뚱한 주장' 이라고 반박하고, 자신이 네이더의 이름을 투표 용지에 올리도록 한 것은 선관위가 5만여 명에 이르는 플로리다주 해외부재자 투표용지를 18일부터 발송해야 하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결국 17일 오후 플로리다 대법원은 플로리다 법은 전국적인 정당의 정의에 대한 법적 해석이 없고, 한 정당의 전당대회에 대한 표준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함으로서 네이더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로써 네이더는 이름이 투표용지에도 오르지 못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이번 '플로리다 소동'으로 다시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오히려 '성가'를 드러내게 되었다.

현재 네이더는 미국의 51개 주 가운데 30여개가 넘는 주에서 대부분 무소속 후보로 등재 되어 있으나, 플로리다 주 외에도 10여개가 넘는 주들에서 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소송이 제기되어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어느 지역보다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플로리다에서 진보적 색깔이 분명한 네이더는 현재 1~3%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어, 민주당 성향의 표를 잠식하며 존 케리 후보에게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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